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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평점 :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정사실이지만 인간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과거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지각으로는 오히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인류 문화에 있어서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평면이 왠지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평평하지 않은 것들은 뭔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이런 평평함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데
그동안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소하면서도 기발한 주제가 아닐까 싶었다.
먼저 평평하다는 정의 자체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직관적으로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땅이나 물체도 정확하게 측정하면 완벽하게 평평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과는 달리 실제 편평도 측정을 해보면
절대적으로 평평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결국 모든 편평도 측정은 상대적인 비교
측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완벽한 평면은 상상을 위한 것으로,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부피가 큰 표면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평평함이나 평면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결국 우리가 밟고 다니는 땅이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강력한 반증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평평함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상당히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만
봤을 때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인문학 서적인 줄 알았다가 솔직히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없지 않았다.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얘기했는데,
화이트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도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 직선과 평면이 곡선보다 훨씬 친숙하다
보니 우리 주변의 건물들이나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물건들이 직선과 평면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인류 역사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평평함이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여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