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대논쟁 10가지 - 과학사의 흐름을 바꾼 열 가지 이야기
핼 헬먼 지음, 이충호 옮김 / 가람기획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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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있어 과학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르네상스 이후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과학적 논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된 과학적 방법과 체계적인 학문으로의 기틀을

갖춘 시점이 중세 이후로 볼 수 있고 중세까지는 세상을 지배하는 종교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학문적

거장의 권위에 눌려 감히 기존의 이론에 도전장을 던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과학사를 뜨겁게

달구었던 10가지 대논쟁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데 과학자들만의 논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세상을

바꾼 엄청난 논쟁들도 많이 다루고 있었다.

 

먼저 포문을 연 논쟁은 대중에게도 친숙한 갈릴레이와 교황 우르바누스 8세의 지동설 관련한 

논쟁이었다. 사실 논쟁이라기보단 종교의 힘에 과학이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은 불공평한 대결이라

할 수 있었는데 교황 우르바누스 8세와 갈릴레이가 갈등을 빚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교황이 갈릴레이의 생각을 제대로 몰라서 그랬는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용감했던(?) 갈릴레이가 '천문 대화'란 책을 출판하면서 배신감을 느낀 교황이

그를 탄압해서 결국 유명한 말까지 회자되게 만들었고 세월이 흐른 후 결국 교회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두 번째 논쟁은 예상 외로 계몽사상가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와 존 월리스라는

수학자의 논쟁이 다뤄지는데 유치할 정도의 감정 싸움이 볼만했다. 3라운드에선 진정한 거물들의

한판 대결이 벌어지는데 과학사에서 뺴놓을 수 없는 뉴턴과 뉴턴보단 인지도가 좀 떨어지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라이프니츠 사이의 미적분의 최초 발견자 자리를 놓고 오간 논쟁은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건 전쟁이라 할 수 있었다. 자연발생설 논쟁에선 홉스처럼 볼테르가 등장해 의외라 할 수

있었고, 1라운드의 갈릴레이 사건에 못지 않은 유명한 사건인 진화론을 둘러싼 윌버포스 주교와

토머스 헉슬리의 언쟁은 최고의 당대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사건이이서 지금까지도 종종 인용되곤

한다. 과학이 아니면서도 자꾸 과학의 영역에 발을 담그려는 종교의 눈물겨운 발버둥(?)이 안쓰러울

따름인데 미국에선 여전히 학교 수업에 위장한 창조론이 과학인 척 진화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하니 한심할 나름이다. 지구의 나이를

둘러싼 캘빈과 지질, 생물학자들의 논쟁이나 공룡 화석을 둘러싼 코프와 마시의 싸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특히 코프와 마시의 싸움처럼 감정적인 논쟁은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

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해당 분야에 끌어모으는 역할도 했다. 지금은 정설로 자리잡은

베게너의 대륙이동설도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으며 버텨내야 했고, 최초 인류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 위한 조핸슨과 리키 가족의 경쟁이나 자연이냐 양육이냐를 둘러싼 마거릿

리드에 대한 데릭 프리먼의 도발까지 과학사를 장식한 흥미진진한 논쟁들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고(물론 제대로

설명을 해준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과학사에 포함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논쟁들이 있지만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과학사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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