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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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미클로스는 스웨덴의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지만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끔찍한 지옥 속에서도 살아남았지만 또다시 찾아온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된 미클로스는

오히려 결혼을 하겠다는 꿈을 꾸며 헝가리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117명의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무수히 많아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 같은데 '쉰들러 리스트'

등 주로 영화를 통한 만남만 가지다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원작 소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주인공인 건 그리 특별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결혼을 결심했다는

얘기가 좀 의아했다. 요즘은 3포 세대니 몇 포 세대니 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할 생각을 쉽게

못하는 세상인데 거의 최악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 미클로스가 엉뚱하게도 결혼할 여자를 구한다니 

잘 이해가 되진 않았다. 미클로스의 무모한 시도에 그 용기가 가상해서인지 18명의 헝가리 여자가

답장을 보내오고 그 중에서 릴리라는 여자에게 미클로스는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미클로스와 릴리의 편지를 통한 만남은 사실 서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요즘 같으면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라 미클로스와 릴리의 편지 연애(?)는 좀 답답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그 당시로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 연락을 주고 받을 적절한 수단이 없어서 오매불망 편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보니 오히려 애타는 마음과 간절함이 더해간 것 같다. 한편 미클로스에겐 바람둥이 친구 해리가

있고 릴리에겐 사라라는 절친이 있어 각자 친구의 펜팔에 조언을 해주며 두 사람이 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점점 미클로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가운데 미클로스는 릴리를 직접 만나러

가기로 결심하고 드디어 편지로만 얘기를 나눴던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지는데...

 

이 책이 픽션이 아닌 작가의 부모가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한 실화라고 하니 더욱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았다. 최근에 헝가리에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헝가리 출신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끔찍한 고통과 악몽을 이겨내고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은 너무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미클로스와 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을 하겠지만 결혼 같은 무모한 도전(?)은 못할 것 같은데

참혹한 삶의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삶의 희망과 행복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결국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미클로스에 비하면 쉽게 힘들다는 말을 못할 것 같은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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