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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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용어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헬조선',

'흙수저', 'N포 세대' 등 현실에 대한 비관과 자조가 섞인 신조어들이 범람하고 있어 과연 대한민국이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긴 한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가 되었는데, 서가명강(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4권인 이 책은 이런 현실에 대한 원인 분석과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현재 우리 한국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사회라고

진단한다. 객관적인 지표상으로는 우리가 더 잘 사는 나라임에도 실제 사는 국민들의 만족도는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이유가 3불 사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인지라 쉽게 해결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병든 사회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처 방법으로, 첫째, 몸을 잘 다스려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적으로 긴장을 놓지

않으며, 둘째, 성공의 기준을 과감히 바꾸고, 셋째, 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며,

넷째, 삶의 의미에 대해 반추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다 막연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주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제왕적 리더십 아래 성공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함께 고도성장의 열매를 맛보았지만

지금처럼 저성장의 시기엔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자 더 이상 꿈이나 도전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여전히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이를 해결할 능력이 부재한

상황에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대형재난까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저자는 사회통합을 위한 품격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품격 있는 사회는 개인과 공동체 간,

시스템과 생활세계 간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사회를 말하는데, 이를 위해서 첫째,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 간에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고, 둘째, 생활세계의 활력과 시스템이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갈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갖추게 되고 사회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품격 있는 사회가 지향하는 주요 가치로는 거시적 시스템의 지향가치는

'정의'이고, 미시적 시스템은 '평등', 거시적 생활체계에서 구현할 가치는 '연대감', 미시적 생활

체계에서 구현할 가치는 '개인 역량'이라고 말한다. 좀 추상적이면서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

할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3불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N포 세대들에게 정치적 냉소를 벗어나 좌절과 분노를 강력한 참여의

에너지로 전환하고, 순응과 체념보다 탈인습의 도전정신이 절실하며,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말이 얼마나 N포 세대들에게 와닿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는 큰 틀에서 공감이 갔다. 품격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지만 헬조선의 3불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사회의 근본 체질의 개선이 필요함을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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