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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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대생인 칸나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미술학교를 찾아가 칼로 아버지를 찔러 죽인 혐의로 체포되고

임상심리사인 유키는 이 사건을 취재해 책으로 만들자는 의뢰를 받게 된다. 칸나가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유키는 칸나가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조금씩 털어놓게 만드는데...

 

159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훈장을 단 이 책은 제목이 '퍼스트 러브'라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용은 충격적인 존속살해를 저지른 여자를 취재하는 얘기로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아버지를 칼로 잔인하게 살해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칸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했지만 아버지가 이를 반대해서 아나운서 면접을 보고 오던 칸나가 아버지 직장으로 찾아가

충동적으로 살해했다는 가설이 대두된다. 하지만 너무 엉성한 가설이라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던

뭔가 확실한 동기가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는데 칸나를 취재하는 유키와 유키의 시동생이자 칸나를

변호하는 변호사 가쇼가 주축이 되어 얘기가 전개된다. 유키와 가쇼 사이에도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는데 단순히 형수와 시동생 관계가 아닌 그 이전에 친구 사이를 넘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자식이 부모를 죽인 참담한 사건이라 그 동기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보통 아버지와

사이에 이런 일이 있으면 흔히 성적 학대를 연상하기가 쉽다. 이 책에서도 그게 아니면 겨우

아나운서 되는 걸 반대해서 죽였다고 하기엔 납득이 어려운데 유키와 칸나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칸나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하자 기대했던(?) 끔찍한 학대와는 사뭇 결이 다른 학대(?)가

등장했다. 게다가 친부인줄 알았더니 계부였고 특히 어머니란 여자가 검사측 증인으로 나서서 딸이

거짓말쟁이인 문제야였다는 식으로 진술하며 칸나의 가정환경이 어떠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책 제목처럼 아이가 처음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부모일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제대로 된 애정을

아이에게 주지 않으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 칸나의 부모들을

보면 칸나의 심성이 일그러지게 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부모와 맺는 인간관계가 어떠느냐에

따라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인간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좌우되는데 칸나는 보통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부모와의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기형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비극적인 사태에 이르고 말게 되었다. 점점 내용이 전개될수록 사건의

진실이 뭔지와 유키와 가쇼의 애매한 관계의 실체가 뭔지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는데 결국 어느

정도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사건 관련자들의 아픈 상처도 조금은 아물며 치유와 화해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이 책에서도 가정에서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가정에서 상처받은 존재들이 밖에서도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없어 고통받는 모습과 이들의 아픔을

인정하고 공감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흥미로운 스토리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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