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모리 에토의 이 책은 6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만남과 이별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에 항상 마주하게 되는 만남과 이별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첫 번째 단편 '다시, 만나다'에서는 일러스트 관련 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 때문에 자주 만나다가도 업무 관계가 없어지면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 다시 만나도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식품부에서 산 샐러드에

이름과는 달리 순무가 아닌 무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끈질기게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겨우 그럴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구느냐고 할 정도로 진상 고객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주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사실을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뜻밖의 반전이 묘한 재미(?)를

주었다. '마마'는 기억도 못하는 엄마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는 남자와 그의 아내의 얘기를,

'매듭'은 초등학교 시절 반 전체가 30인 31각 경기에 나갔다가 자기 때문에 망쳤다는 아픈 기억을

가진 여자가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보통 자기

기준으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본인 기억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은데 다시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 속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며 안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도 다시 만날 용기를 내보는 게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잘 보여주었다. '꼬리등'에서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투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소와 강을 마주본 두 마을의 남녀를 거쳐 마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얽힌 부부의 얘기까지 광폭 횡보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파란 하늘'에서는 아내를 잃은 후 아들을 처가에 데려다주러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죽은 아버지와

아내의 기억과 만나는 얘기가 펼쳐지는데, 흔히 생사의 기로에선 전 생애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하듯 죽음의 위기에선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분명

더 소중한 만남과 인연이 있을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반드시 있다고 하지만 그 수많았던

만남과 이별 속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고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만남과 이별, 재회를 통해 그 각각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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