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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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만 양반집 아들로 태어난 강은태와 노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노비가

되어야 했던 황천도는 운명의 장난처럼 명나라의 강요로 후금을 상대하기 위해 모집된 군대에 함께

참가하게 된다. 무기력한 조선군은 후금군의 공격에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강은태와 황천도는 포로 생활을 하면서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처럼 지내는데...

 

격동기였던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집권기를 배경으로 엇갈린 운명의 두 남자가 후금의 포로로 되면서

과연 조선으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제목 그대로의 얘기가 펼쳐진다.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같은 시기에 인근에서 태어났지만

양반집 아들로 태어난 강은태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황천도는 서로 엮일 일이 없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한 아버지의 강요에 마지못해 참전하게

된 강은태와 주인집 아들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참전하게 된 황천도는 낯선 땅에서 포로생활을 같이

하면서 막연한 사이가 된다. 세월이 지나 강은태 집에서 그를 포로에서 풀려나기 위한 돈을 준비해오자

혼자만 살아서 돌아가려는 강은태의 모습에 격분한 황천도는 그를 살해하고 자신이 강은태인 척

연기하며 대신 살아 돌아가는데...

 

평범하게 전개되던 얘기는 갑작스레 황천도가 강은태를 죽이고 강은태인 척 위장하여 귀환하면서

급박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동안의 두 사람의 관계로 볼 때 충동적인 살인이 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황천도의 살아 돌아가겠다는 욕망이 그만큼 강렬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살아서 돌아온 황천도는 강인태 집으로 가서 강인태인 척 행동하는데

아무리 2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들과 남편을 못 알아본다는 게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이나 '써머스비'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펼쳐질 것 같지만 그 반대로 아내는

살아돌아온 남편을 의심하고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데 이에 맞서 황천도도 간신히

얻은 기회를 지키기 위해 맞대응한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자와 이를 밝히려는 자 사이의 숨막힌

대결이 펼쳐지는데 한 고비를 넘길까 싶은 시점에 또 다른 복병이 등장하며 마무리가 된다. 중반부

이후 황천도가 강은태를 죽이면서부터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는데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도 있긴 했지만 나름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다. 사실 어떻게 살아서 돌아갈 것인가 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좀 어이없을 정도로 싱겁게 결론이 나 버려서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진행되었지만 살아서 돌아온 이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나름 쫄깃쫄깃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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