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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1986년 숲 속에서 목이 잘린 채 몸통만 남은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범인이 남긴 듯한 분필로 그린
섬뜩한 그림이 남겨진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6년 에디 먼스터는 어엿한 교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30년 전 일어났던 사건의 기억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초크맨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막대행맨이 목에 올가미를 두른 편지를 받고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을 다시 뒤지기 시작하는데...
요즘은 '~맨'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웅 캐릭터들이 범람하는 세상이지만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서도
'~맨'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캐릭터들이다.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초크맨'도 범인의 특징을 한 마디로
압축하여 잘 표현한 이름이라 할 수 있었는데 30년 전 어린 시절 마을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살인사건과
그 후 용의자로 몰렸던 남자가 죽으면서 흐지부지 종결되었던 사건이 30년이 지나 다시 부활하게 되는
과정을 에디의 시선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준다. 스릴러 소설마다 강력추천을 남발(?)하는
스티븐 킹의 강력추천을 앞세운 이 책은 왠지 스티븐 킹의 소설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특히 1986년
에디와 친구들이 겪는 여러 모험담은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등의 작품들을 떠올리기 충분했는데
이 책에서도 에디 먼스터,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까지 5인조 패거리 동네친구들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그 와중에 동네 불량배 메탈 미키의 형인 션의 괴롭힘에
대항하다 에디가 곤욕을 치르게 되고 이를 헬로런 선생이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션이 강에 빠져 익사한 채 발견되면서 5명의 친구들 사이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목사인 니키의 아버지와 에디 부모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 목사가 누군가에 의해 심각한
폭행을 당하는 사건과 죽은 션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소녀 등 바람 잘 날 없던 마을에선 결국
초크맨이 남긴 표식과 함께 목이 잘린 소녀가 발견되는데...
30년 전 소녀를 죽인 범인을 안다면서 에디를 찾아온 메탈 미키가 자기 형인 션처럼 강에 빠져
익사하면서 묘한 데자뷰를 느끼게 만들었는데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과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에디가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초크맨'이라는 엄청난 연쇄살인범이 등장할 거라
대부분 기대를 할 것 같은데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좀 허무할 정도로 잔뜩 잡아놓은 분위기와는
달리 오해와 우연이 빚어낸 참극이라 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사고들의 이면에는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유들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작은 악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엄청난 범죄가 되거나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초크맨'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뭔가 아쉬운 느낌도 줄 것 같지만 데뷔작으로서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