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 황제 - 로마보다 강렬한 인도 이야기
이옥순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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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고대 문명 발생지 중 하나인 인도는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은 나라다. 물론 중국하고는 항상 부대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산 관계로

잘 알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인도라는 무게감에 비하면 그들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인도 역사를 대표하는 왕조를 손꼽는다면 무굴 제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무굴 제국의 역사를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무굴 제국으로 알고 있어 당연히 나라 이름으로 알았던 무굴은 사실 부족 이름이었다.

몽골의 페르시아식 이름인 무굴을 황제들은 싫어해서 스스로를 티무르 황제의 후손으로 인색했으며

궁정에서 기록한 공식 역사에서도 무굴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음에도 무굴 출신 황제가 다스린 제국이란

편의적 호칭이 굳어진 것 같다. 1526년에서 1857년까지 이어진 무굴 제국은 전성기 때인 1600년과

1700년에는 GDP가 각각 세계 2위와 1위였다니 무굴 제국이 이 정도로 부유했는지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무굴 제국 황실의 골육상쟁이라 할 수 있었다. 창업자인 바부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부계는 티무르, 모계는 칭기즈 칸의 후예인 무슬림이었다. 무슬림 출신의

정복자들이 인도에 정착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는데 더 큰 문제는 왕위를 둘러싼 가족들간의 치열한

다툼이었다. 바부르의 장남인 후마윤이 왕위를 잇지만 동생들은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고 그를 배신한다.

하지만 형제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킨 후마윤은 동생들의 배반을 항상

용서했는데 후마윤의 아들인 아크바르 시대부터 다른 왕조에서는 드문 부자간의 왕위 다툼이 벌어진다.

아크바르의 아들 살림 왕자는 어릴 때부터 말썽을 부리더니 커서는 대놓고 반란을 일으킨다.

다른 아들이라도 괜찮으면 좋겠지만 다들 문제아여서 심지어 살림 왕자의 아들인 손자를 후계자로

생각할 정도였으니 목숨을 부지하고 살림 왕자가 4대 자한기르 황제가 된 건 어쩌면 천운이었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고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키던 자신을 그대로 본받은 막내 아들 쿠람

왕자에게 자기가 아버지에게 했던 그대로 당하게 된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 쿠람 왕자가 5대 샤자한으로 등극하지만 피의 역사는 계속 되풀이되었다. 샤자한은 

장남 다라 시코를 밀었으나 형제간의 골육상쟁이 벌어지면서 막내인 아우랑제브가 형제들을

죽이고 아버지 샤자한마저 폐위시키며 왕위에 오른다. 독실한 무슬림이었던 아우랑제브가 황제가

되면서 기존 황제들과는 달리 이교도들을 탄압하면서 무굴 제국의 영광은 서서히 무너지면서

그 이후 역사는 이 책에서 한 챕터로 처리할 만큼 엉망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니 대략이나마

무굴 제국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역사에 왕위를 둘러싼 골육상쟁이 많았지만 무굴 제국만큼

심한 왕조도 없을 것 같았다. 부모가 패륜아다 보니 당연히 자식도 퍠륜을 저지르고 형제들을 죽이는

비극이 반복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최고의 부국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콩가루 집안이라 술술 잘 읽혔는데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무굴 제국의 명암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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