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슬픔이 가면만 쓰지 않으면 그 속에는 언제나 어떤 신비스럽고 성스러우며 절실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자기의 것이면서 가끔 타인의 잠겨진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기억은 우리에게 그 순간을 다시 살게 해 줄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때로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라고 믿었던 것과 모순될 수도 있다.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견디는 것이고, 때로는 자신을 바꿔낼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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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간직한 유정과 사형수 윤수와의 만남

어릴 때의 상처로 늘 세상과 껄끄럽게 지내며 자살을 시도하던 유정

모니카 고모에 의해 마지 못해 만난 강도강간살인범 윤수는

그녀에겐 끔찍한 짐승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윤수에게서도 사람다움을 발견하면서 서로의 '진짜'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는데...

 

사형제도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는 그동안 많이 나왔었다.

여름에 본 '13계단'도 사형제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수작이었다.

사형제도의 가장 큰 약점은 오심의 가능성이다.

윤수의 경우에도 그는 죄인이지만 사형을 받을 죄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이 아닌 사람인 판사가 판단하기에 오심이 없을 수는 없다.

'13계단'이나 이 책의 사형수는 사형받을만한 죄를 저지르지 않았기에

더욱 사형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데드 맨 워킹'처럼 정말 죽여 마땅한 죄를 지은 인간도

사형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런 죄를 짓지 않은 경우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사형은 피해자와 사회의 복수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 이상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그토록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사형수들이

순한 양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도 죽음을 앞에 두고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윤수와 유정이 죽음을 앞두고 나누는 그들의 행복한 시간

매주 목요일 유정과의 만남을 기다리면서 가슴 설레는 윤수와

그런 윤수를 생각하며 목요일을 준비하는 유정

그동안 누구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던 윤수와

늘 고통스런 과거로 인해 방황하던 유정에게

서로의 아픈 상처를 활짝 열어 보이며 '진짜'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야말로 그들에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진짜'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일인지...

부끄럽고 상처투성이인 내 맘 속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의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일텐데...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매주 한번씩이라도 주어진다면

그날을 기다리며 한 주가 늘 가슴 설레고 행복할 것 같다.

 

이미 영화화되어 더욱 널리 알려진 이 책은

정말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 소설이었다.

윤수의 자서전인 블루노트를 시간순으로 중간에 삽입해

윤수와의 감정이입을 도모한 작가의 시도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나 유한한 생을 부여받은 사형수(?)임에도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헛되어 보내는 것 같다.

사형수들이 느끼는 그 간절함과 절박감을 우리도 깨닫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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