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란, 로지온 로마느이치, 위대한 것이거든요. 거참, 내가 왜 이리 뚱뚱해졌나,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머 하게요, 안 그래도 저도 잘 아는걸요. 이런 걸 비웃지 마십시오, 고통에는 이념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미콜카가 옳습니다. 아니요. 선생은 도망치지 않으실 겁니다, 로지온 로마느이치." -p341

 

 고통이란 위대한 것이고 고통에는 이념이 있다는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신경 끄기의 기술>의 내용과도 상통했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당하고 혹은 고통은 견딜 때는 거기에는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습니다. 상사의 갈굼과 회사의 부당한 처우 속에서 고통받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쉽게 뿌리칠 수 없습니다. 그 고통에는 책임져야할 식구가 혹은 자기 자신의 생존이 걸려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면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이념이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통을 합리화 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통에도 숭고한 고통과 부당한 고통이 있을 것입니다. 부당한 고통은 되도록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영화 <1987>이 생각납니다. 숭고한 이념을 위해 고통을 견디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형식이 틀렸단 말이야, 미학적으로 그렇게 좋은 형식이 아니었거든! 뭐, 나는 진짜 모르겠는데, 왜 사람들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포위 공격을 일삼는 것이 보다 더 점잖은 형식일까? 미학에 대한 두려움은 무기력의 첫 번째 징후야.......! 이 사실을 지금보다 더 또렷이 의식한 적은 결코, 결코 없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의 죄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지금보다 더 강하고 확신에 찼던 적은 결코, 결코 없었단 말이야......!" -p445

 

 로쟈는 노파를 죽입니다. 로쟈가 노파를 살해한 것은 죄가 됩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알렉산더, 솔로몬, 카이사르 등이 수만명 혹은 수십만 명을 살해한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에게 월계관을 씌워줍니다. 이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로쟈는 이 부분을 때문에 자신의 죄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들은 되고 자신은 안되는가? 그 차이는 무엇인가?

 

 평시에 타인을 살해하면 죄가 됩니다. 하시만 전시에 적군을 살해하면 영웅이 되고 훈장을 줍니다. 이 차이는 도대체 멀까요? 우리는 모두 어떠한 맹목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법으로 이를 구분해 놓았습니다. 그 법은 누가 만든 것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저도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아무리 엄중하게 심판하고 양심을 모질게 다져봐도 지난 일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실책 외에는 유달리 끔찍한 죄를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수치스러워한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즉 라스콜니코프라는 인간이 운명의 어떤 맹목적인 선고에 따라 그토록 맹목적이고 허망하고 먹먹하고 어리석게 파멸했으며 만약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마음이 있다면 저 무슨 선고의 '어처구니없음' 과 타협하고 그것에 굴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p486

 

 위 구절은 실존주의 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입니다.

 

 

  아니, 지금은 의식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는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p498

 

 위 구절은 이 책의 결말이자 메시지 같습니다. 머리 속의 생각, 이상때문에 고민하다보면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게 됩니다. 변증법 대신에 삶. <죄와 벌>의 교훈이자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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