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다. syo님께 내가 문제인지 책이 문제인지 여쭤보았다. 100% 나의 문제라고 하셨다. 오히려 확실한 진단을 받으니 (그것이 나쁜 진단일지라도) 뭔가 개운한 느낌이다. 그렇다. 문제는 내게 있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왜 요즘 이렇게 책이 재미가 없을까? 책을 읽어도 밋밋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질까? 비단 책 뿐만이 아니다. 영화를 봐도 게임을 해도 크게 재미가 없다. 슬럼프다. 그 원인은 멀까?

 

 내게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시장기이다. 배가 고프면 뭐든 맛있고 배부르면 맛있게 먹던 음식도 거부감으로 바뀐다. 책의 재미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서의 경우에는 결핍감, 지적인 호기심 등이 있겠다. 요즘 그게 부족하다. 무슨 책을 읽어도 다 아는 내용 어디서 본 내용같다. 예전에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 때문에 이 책 저 책 모든 책이 읽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재밌는 책을 읽어도 크게 재미가 없으니 별로 읽고 싶은 책이 없다.

 

 무엇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이토록 고갈시켰을까? 정신의 문제는 신체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혹은 나의 문제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사실 알고 있다.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요즘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혼자사는 것을 잘 못한다. 뭐를 잘 못하나면 무절제해진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는 등 자는 시간이 늦어진다. 당연히 수면이 부족하면 정신은 좀비화된다. 에너지 효율등급으로 1등급이 된다. 딱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사고한다. 일찍 자기. 문제의 핵심과 해결방안은 여기에 있다.

 

 그러면 나는 왜 늦게 자는가? 첫번째는 늦게 자도 다음날 그런대로 버틸만 하니까 늦게 자게 된다. 다음날 버틸만 하다니? 무엇을 버틴단 말인가? 사실 진짜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다음날 나의 열정을 쏟을 곳이 없다. 그리 재밌지 않은 일을 해야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다. 그것이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이지점에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주어진 일에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아야 하는 건가. 아니면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하는가. 여기에 정답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전자를 통해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도 있고, 후자를 통해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나는 먼저 전자를 선택해서 노력해보았으나 실패했다. 아니 사실 노력하는 것을 실패했다. 이는 마치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도 같았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

 

  진짜 문제는 당분간 해결할 수 없지만 일찍 자는 것은 노력하면 실천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정신력을 회복하기. 그러면 아마도 다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 찾아 올 것이다. 잠을 자면서 그것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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