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마지막 강의 때 다룬 도서입니다. 괴테의 책은 과거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보고 이 책이 처음입니다. <파우스트> 1, 2권을 동시에 샀어야 하는데, 후회스럽습니다. 한 편의 연극을 본 듯한 느낌, 시를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좋습니다. 주옥같은 고전입니다.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숨이 막히지 않습니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라니요!!! 이런 멋진 문장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의 아메바같은 기억력으로도요!
파우스트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파우스트라는 노학자를 메피스토펠레스가 유혹하는 내용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악마입니다.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놓고 내기를 합니다. 파우스트를 타락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도 내기를 합니다. 내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파우스트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좋습니다!
파우스트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조종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파우스트는 근대 정신을 상징하는 학자이며 책 속에 파묻혀 모든 지식을 흡수한 인물입니다. 모든 근원을 하늘과 땅에서 찾으려 하며, 그를 움직이는 것은 향락적인 삶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갈망입니다. 이런! 이제서야 눈치챘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파우스트>에서 모티브를 어느 정도 따온 것이군요.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도 책 속에 파묻힌 인물이며 조르바는 그와 대조적인 자유로운 인물입니다.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도 책 속에 파묻힌 인물이며 메피스토펠레스는 향락적인 악마입니다. 니체가 말한 이성적인 아폴론적 인간과 향락적인 디오니소서적 인간이군요. 이성과 감성. 금욕과 향락. 인간 존재의 영원한 다툼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인간 존재 내의 다툼이기도 하고요.
과연 파우스트는 순간을 향해 "오,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하게 될까요? 2권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