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빡쎘던 책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저자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녀에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의 가해자의 엄마이다. 그녀의 아들은 총기 난사로 13명을 죽이고 24명을 부상 입힌 후 자살했다.
아이를 잃은 것도 슬픈 일인데 세상의 비난을 한 몸으로 받아야했다.
아들 딜런은 악마적인 행동을 했지만 악마는 아니었다. 괴롭힘을 받았으며 우울증을 앓았다. 자살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부모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는 17살에 아직 미숙한 고등학생이었다. 자신이 괴롭힘을 받는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진짜 악마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딜런의 친구 에릭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아이였다. 계속 딜런의 분노를 부추기고 자극했다.
아들이 저지를 끔찍한 일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아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아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랑스런 아들이었다. 모순된 감정.
자살을 이해하고 싶어 책에 소개된 이 책을 읽었다. 약간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살은 내게 미스터리다. 자살하고 싶은 마음과 실행 사이의 간극은 단지 정도의 차이인 걸까?
형사 사법제도 전문가이자 <순교의 신화>의 저자 애덤 랭크포드 박사는 자살 폭탄범과 총기 난사범의 자살 성향을 연구했다. 총기 난사범이나 자살 폭탄범은 세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고 했다. 죽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키는 정신건강 문제, 자기가 희생양이라는 깊은 인식, 살인을 통해 명성과 영광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 -p277
우울증 등의 뇌의 병이 반드시 도덕적 방향타를 망가뜨리지는 않지만, 판단을 흐리게 하고 현실 감각을 왜곡하여 목숨마저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병인 것은 사실이다. 이 병을 연구하고 인식을 높이는 데에,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막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모르면 계속 피해자가 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p445
위 글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우울증 조기 발견 및 자살 예방에 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