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는 좋은데 몇 가지 맘에 안드는 구석이 있는 책이었다. 


 첫 번째, 정사를 아는 사람이 유비를 울보에 유약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유비 패왕설을 지지하는 나로써는 어이가 없다. 유튜브에서 정사를 다룬 전문가나 다른 유튜브를 보면 모두 정사 속 유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병력이 적어도 조조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비, 전선에서 군을 지휘하고 전투에 임한 그를 겁 많은 사람으로 묘사하다니. 정말 정사를 아는 사람이 맞나 싶다. 연의 속 유비조차도 겁이 없는데 혼자서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다.


 아래 글은 조조와 유비의 한 장면이다. 조조가 유비에게 "지금 천하의 영웅은 오직 나 조조와 당신뿐이오. 원소 같은 무리는 여기에 낄 수 없소." 말한 것은 정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유비는 숟가락을 떨어뜨렸는데 마침 천둥번개가 쳐서 유비는 천둥번개에 놀란 것처럼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이 책의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삼국지에서 천둥이 칠 때 유비가 보인 모습이 기지를 발휘해 일부러 놀란 척을 한 것으로 그린다. 유비가 명연기를 펼쳐 조조의 의심을 푼 것으로 그려지지만 본 저자는 이는 미화된 것이고 오히려 그 겁 많은 모습이 유비의 진짜 본모습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p177 


 유비가 겁이 많다니... 할 말이 없다.



 유비는 조조가 친히 왔다는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아 말을 타고 나가 조조군을 살펴보다가 조조가 있음을 뜻하는 대장기를 보자 겁에 질려서 혼자 달아났다고 한다. -p181 


 이런 글도 있는데 진짜 정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지 꼭 확인해봐야겠다. 



 두 번째, 아래는 더 어처구니가 없는 글이다.


 당시 원소 진영에 유비가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안량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관우가 귀순하려는 것으로 착각했고, 그 틈을 노린 관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p193   

 

 이런 말도 안되는 설을 책에 실다니. 수천 수만이 얽히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자신을 향해 창을 들고 달려오는 장수를 방심하다 죽임을 당한다? 관우가 안량에게 가는 길에 원소군 아무도 베지 않고 갔다?? 그렇지 않다면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고 원소군의 인도를 받고 갔을 것이다. 근데 총대장 앞에서 말을 타고 무기를 들고 있다??? 현대로 따지면 항복을 하는데 총을 들고 차에 탄 상태에서 상대군 총사련관을 만나는 격이다. 전쟁터를 애들 장난으로 알고 있는 건가? 이런 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아니 새삼 신기할 것도 없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걸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진짜 생각이란 걸 아예 안하는 거 같다. 


 

 제갈량의 부인 황부인은 매우 못생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도 집안이 좋고 지혜롭고 재주가 뛰어나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 제갈량이 발명한 것으로 나오는 다양한 발명품들이 황부인의 재주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번은 제갈량이 예고도 없이 집에 한꺼번에 많은 손님을 초대해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주방에서는 지체 없이 음식이 연이어 나왔다. 이에 초대받은 이들이 이상하게 여겨 주방을 엿보았더니 나무로 만든 인형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황부인을 도와 요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p259


 유튜브에서 봤는데 제갈량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개를 보고 놀랐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시대에 이게 어떻게 가능해?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연의에서 노숙은 참 불쌍하게 그려진다. 정사에는 그렇지 않다.


 노숙은 그 이름과는 달리 집안이 매우 부유했다. 노숙은 체구가 사내답고 계책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모아 무술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무예도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p277 


 주유가 병으로 죽은 후 노숙은 주유의 자리를 대신해 대도독의 자리에 오른다. 대도독은 전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이다.



 아래는 주유가 유비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다. 


 "유비는 용맹하여 영웅다운 자태를 갖고 있으며, 관우와 장비처럼 곰과 호랑이 같은 장수를 끼고 있으므로 틀림없이 오랫동안 몸을 굽혀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p339

   

 유비의 삶과 말과 행동, 그리고 사람들의 평을 보면 절대로 이 책의 저자 써에이스가 상상하는 모습이 아니다. 




 정사를 알기 쉽게 이야기해준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몇몇 부분에서 저자의 견해 때문에 책의 신뢰도가 많이 깍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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