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간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논픽션으로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원시시대 때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동하면서 이동하는 곳마다 다른 호모 속과 대형 육상동물들을 멸종시켰다. (뭐 인간이 멸종시켰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정황증거로 봤을 때 거의 명백하다.) 그리고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곰팡이나 바이러스, 외래종을 옮김으로써 다양한 생물종의 멸종을 야기했다. 그리고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거나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 자신까지도 멸종의 위험에 처해있다. 연쇄살인범의 최후는 자살일까?
어느 쪽이든 원인은 동일하다. 누군가가 선박이나 비행기에 싣지 않았다면 항아리곰팡이에 감명된 개구리가 아프리카에서 호주로, 혹은 북미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륙과 대륙 사이에서 이렇게 생물 종이 재배치되는 일이 현재의 우리에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일지 몰라도 35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보자면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p46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펜데믹을 겪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펜데믹을 겪게 될지 모르겠다. 더 치명적인 펜데믹이 올 수도 있다. 항아리곰팡이에 의해 양서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종이 멸종했다. 우리는 비행기로 빠르게 대륙과 대륙을 오간다. 이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치명적이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CO2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두 배인 500pmm을 넘어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4도C 상승하고, 이 온도 상승은 빙하 소멸, 저지대 섬 및 해안 도시 침수, 북극의 만년설 유실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172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데드라인은 언제인가? 확실한 건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크리스 토머스 등은 "보편적 분산"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온난화 수준을 최소로 가정할 때 2050년까지 9~13%의 종이 멸종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온난화 수준을 최대로 가정하면 그 수치는 21~32%로 올라간다. 연구자들은 두 시나리오의 평균을 취하고 온난화의 정도도 중간 수준이라고 가정하여 모든 생물 종의 24%가 멸종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p243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큰 몸집과 느린 번식이 매우 성공적인 전략이었고 거대한 동물들이 지구를 지배했다. 그런데 지질학적 시간 개념으로 말하자면 한순간에 이 전략이 패배의 원인이 된 것이다. -p329
초대형 포유동물은 번식률이 낮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임신 기간이 22개월이고 쌍둥이를 낳지 않는다. 10살이 넘어야 번식을 시작한다. 호주 지역을 시뮬레이션했을 때 1년에 사냥꾼 10명당 한 마리꼴로 디프로토돈을 죽이면 700년 안에 수백 킬로미터 안의 모든 디프로토돈이 사라진다고 한다. 호주 대륙 전체의 멸종에는 수천 년이 걸렸으리라 추정했다. 수백 년이든 수천 년이든 지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순간이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그것은 방대한 시간이다. 당사자들에게는 거대 동물의 감소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이다.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와 함께 세계를 다니며 멸종을 추적했다. 추적하다보면 늘 동일한 범인, 인간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