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기 번데기>는 진즉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1위에 오른 건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살빼기> 라는 다이어트 책이었다. 훌륭한 제목이다. 안이 완전히 백지여도 잘 팔리지 모른다. -p68 


 하루키의 이런 소소한 유머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덴고는 생각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비밀을 알아봤자 그것이 나를 어디로도 데려가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왜 그것이 자신을 어디로도 데려가주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나는 어쩌면 어딘가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p601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있습니다. 아무리 끔직한 진실이라도 모르는 채로 있는 것보다 아는 게 낫다는 글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진실을 알고 싶어했습니다. 모르는 채보다는 아는 채가 좋으니까요. 하지만 영영 알 수 없는 진실도 있더군요.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비밀에 붙들려 있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요.


 

  제25장 우시카와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1Q84>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은 25장 입니다. <1Q84>를 처음 읽었을 때 어쩐지 25장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도 불문명한 수수께끼 같은 문구이지만요. 어쩐지 저 문구를 되뇌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안고 위안이 되는 거 같습니다. 


 저 문구는 카를 융이 자신이 직접 돌을 쌓아 만든 탑의 입구에 새긴 문구라고 합니다. 카를 융은 깊은 사색에 잠기기 위해 혼자 있을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호수 끄트머리쯤의 볼링겐이라는 한적한 곳에 호수 쪽을 바라보는 작은 집을 직접 지었습니다. 마치 탑처럼 생긴 집이었습니다.


 25장에서 다마루는 우시카와를 살해합니다. 살해하기 전에 다마루는 카를 융의 이야기와 저 문구를 우시카와에게 알려줍니다. 


 <1Q84>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애정이 많이 가는 데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애정이 가는 것은 우시카와입니다. 애정보다는 연민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번에도 그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외톨이 늑대같은 점에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선하지도 그리 악하지도 않은 인물입니다. 못마땅 하지만 나름 유능한 인물이고요. 



 <1Q84>를 즐겁게 다 읽었습니다. 1권은 처음에 읽었을 때보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2, 3권은 제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처음에 읽었을 때보다 감흥이 떨어졌습니다. 다음 하루키 책으로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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