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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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타 사야카씨는 <편의점 인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이다. 나는 <편의점 인간>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편의점 인간>을 읽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가벼운 소설이 읽고 싶어 무라타 사야카씨의 책을 찾아봤다. 여러 책들 중 이 책을 골랐다. <편의점 인간>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소멸세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소멸세계>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조금 다른 평행세계를 다룬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징용되면서 인공수정 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더 이상 섹스가 필요 없어진 사회. 섹스가 과거의 유물이 되고 터부시 되는 사회다. 그런 세계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과 섹스에 몰두한다. 


 현재의 결혼제도, 가족과 출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점점 젊은 사람들이 연애나 결혼을 등한시 하고 있다. 출산율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이니 말할 것도 없다. 


 약간 소설 속 세계가 비직관적, 비과학적이라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문장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너무 가벼운 문장보다는 서머싯 몸이나 슈테판 츠바이크 등 고전 느낌이 나는 문장, 문체가 좋다. 


 아무리 인공수정으로 출산을 하는 세계가 온다고 해도 섹스가 사라진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성욕을 억제시키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모를까. 섹스는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본성이다. 유전적 변화와 진화는 그렇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설 속 세계는 성문화, 결혼문화, 연애문화, 가족문화가 우리 사회와 많이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풍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 결혼은 출산과 공동 육아, 공동 생활을 하기 위한 제도다. 사랑은 필요없다. 결혼 매칭프로그램을 통해 짝을 찾는다. 결혼한 부부는 섹스는 하지 않는다. 애초에 연애 감정도 없고 부부간의 섹스는 근친상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부에게 연애 상대는 따로 있다. 서로의 연애를 존중해준다. 부부는 우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구에 가깝다. 묘하게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풍자처럼 읽혀진다. 


 저자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묻는다. 과거에는 정상처럼 보였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비정상이다. 과거에는 처음 본 사람끼리도 혼인을 올렸다. 오히려 이혼율은 낮았다. 참고 맞춰사는 게 미덕인 사회였다. 과거에는 10대에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미래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정상이라 생각했던게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라 생각했던 게 정상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는 것은 지금 현재 여기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현재 여기에서도 정상이라 합의한 것들에서 벗어난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단 연애, 결혼, 섹스, 출산, 가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상상의 질서에 불과하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없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 라고 밝혔다. <편의점 인간>도 그렇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를 응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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