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앤소니 드 멜로 지음, 이현주 옮김 / 샨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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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06



삶이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으면

―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앤소니 드 멜로

 이현주 옮김

 샨티 펴냄, 2012.5.7.



  삶이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으면, 내 삶에서 어려운 일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삶이 무엇인지 바라보지 않거나 바라볼 마음이 없으니, 내 삶에서 모든 일이 다 어렵고 맙니다.


  삶은 기쁨이 아닌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삶은 즐거운 노래이면서 웃음입니다. 그러나, 삶이 기쁨이라고 가르치는 학교는 없습니다. 삶이 기쁨이라고 알려주는 신문이나 방송은 없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학교는 아이들을 교과서로 길들이고 입시지옥에 묶어 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학교는 아이들한테서 기쁨을 빼앗거나 없애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야, 입시지옥으로 빠져듭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들들 볶아야, 아이들은 졸업장 아닌 내 삶을 짓는 길로 못 나아갑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어떤 구실을 할까요? 신문이나 방송은 사건·사고와 정치·경제와 스포츠·오락만 다룹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삶을 차분하게 가꾸는 슬기로운 꿈’을 다루는 일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사람들이 서로 ‘이쪽 저쪽(이를테면 진보와 보수)’으로 갈려서 다툼질을 하도록 부추깁니다.



.. 하느님은 그 어떤 등기부도, 목록도 보관해 두지 않으신다! 그분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시고, 한없는 사랑으로 감싸 안으신다 … 그냥 보라! 응시하라. 관념을 보려 하지 말고 보이는 세계를 그냥 보라 … 종소리를 듣고 싶으면 바다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춤꾼을 보고 싶으면 춤을 보아라. 노래하는 이를 만나고 싶으면 노래를 들어라 ..  (13, 26, 33쪽)



  기쁨을 찾고 싶다면 학교를 버려야 합니다. 즐겁게 웃거나 노래하고 싶다면 신문과 방송을 버려야 합니다. 기쁨을 누리려 한다면,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즐거움을 나누려 한다면, 내 사랑을 내가 스스로 지어야 합니다.


  학교에 길든 몸으로는 기쁨이 없습니다. 사회의식이나 신문·방송이나 정치·경제 같은 얼거리에 갇힌 마음으로는 즐거움이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똑같은 머리카락과 매무새로 똑같은 아침에 똑같은 시멘트집으로 들어가서 똑같은 교과서를 들여다보면서 똑같은 시험문제를 푸는 아이들은 아무도 안 웃습니다. 아니, 못 웃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웃으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나 공장에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이들도 일하면서 못 웃습니다.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은행계좌를 들여다보며 웃지 않아요. 내 주머니에 가득 찬 돈을 이웃과 기쁘게 나누면서 웃는 사람이 참으로 드물어요. 게다가, 신문에서 사건과 사고를 읽으며 웃는 사람이 있나요? 정치나 경제나 스포츠나 오락 기사를 읽으면서 웃는 사람이 있나요? 삶에서 피어나는 웃음이 아니라, 몇몇 연예인이 바보짓을 일삼으면서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나요?



.. 가슴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무슨 신비스러운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라는 게 아니다. 그대 고향집으로, 그대 자신에게 돌아가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 여기로 돌아오라는 말이다 … 우리 인간들은 하느님 품에 안겨 있으면서 쉬지를 못한다. 창조된 세계를 보라. 나무, 새, 풀, 짐승들 …… 모두가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 … 행복에 대하여 그들이 가진 첫 번째 틀린 생각은 그것이 감각의 쾌락, 재미, 도취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  (44, 53, 54쪽)



  앤소니 드 멜로 님이 쓴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샨티,2012)는 아주 쉬운 책입니다. 즐겁게 살기가 아주 쉽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단히 쉬운 책입니다. 다만,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는 길잡이책입니다. 즐거움으로 들어서는 첫걸음을 알려주는 길잡이책이에요.



.. 당신은 얼마든지 당신이 아닐 수 있고, 누군가의 꼭둑각시 인형일 수 있다 … 기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명이 들어오면서, 당신은 뭔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되리라 … 하느님은 내일이 아니다. 하느님은 지금이다. 삶은 내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이다 … 살아 있음은 너 자신이 되는 것이다. 살아 있음은 지금 있는 것이다. 살아 있음은 여기 있는 것이다 …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 성향이 있다. 당신은 이보다 더 영적이고 신성한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  (72, 75, 80, 84, 110쪽)



  즐거움은 남이 나한테 찾아서 주지 않습니다. 즐거움은 늘 내가 스스로 찾아서 누립니다. 그러니, 앤소니 드 멜로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첫걸음’입니다. 이 책은 성경이나 경전이 아닙니다. 그저 첫걸음입니다. 내 삶에서 내 즐거움을 누리려 한다면, 내 새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새걸음은 어떻게 내딛을까요? 첫걸음을 디뎌야 새걸음으로 나아가요. 첫걸음을 떼지 않으면 새걸음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부디 신문은 끊고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같은 책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바랍니다. 부디 텔레비전은 고물상에 맡긴 뒤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같은 책을 곁에 두고 읽는 동무가 늘기를 바랍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쓰레기가 아닙니다만, 우리가 스스로 쓰레기로 되는 길로 이끄는 신문이나 방송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책은? 책도 우리를 쓰레기가 되는 길로 이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네, 오늘날 문명 사회에서 거의 모든 책은 우리가 스스로 쓰레기가 되는 길로 이끕니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책은 모두, 내가 스스로 바보가 되는 길로 이끕니다. 우리가 책을 읽으려 한다면,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을 나 스스로 찾도록 북돋우는 책을 읽을 노릇입니다. 처세나 자기계발이 아니라, 삶노래와 기쁨웃음으로 내가 스스로 이끌도록 돕는 책을 길동무로 삼을 노릇입니다.



.. 사물을 습관처럼 보지 않겠다는 선한 의지, 무엇이든지 새롭게 보겠다는 선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 우리는 남한테 조종당하지 않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 우리가 찾는 것은 우리 안에 있다 … 마음에서 좋고 싫음을 씻어버릴 때 우리는 하느님을 보게 될 것이다 … 협박당하지만 않으면 아이들은 언제나 훌륭하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듣고 보고 배울 수 있다 ..  (128, 135, 162, 187, 197쪽)



  사랑은 아주 쉽습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이니까요. 삶은 아주 아름답습니다. 내가 스스로 삶이니까요. 예배당이 아닌 내 가슴속에서 하느님을 찾으면 됩니다. 학교가 아닌 내 마음속에서 가르침을 찾으면 됩니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꿈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좋은 삶이나 나쁜 삶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삶입니다. 이 삶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내 꿈을 지을 때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도 ‘좋고 나쁨’으로 따지지 않아요. 아름다우면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 그예 사랑스럽습니다. 좋거나 나쁘다는 틀로 바라볼 때에는 ‘참 아름다움’이나 ‘참된 사랑’이 아닙니다. 참답게 기쁘거나 즐거운 삶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오로지 티없고 가없으며 끝없는 기쁨이나 즐거움입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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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형사 ONE코 9 (모리모토 코즈에코) 대원씨아이 펴냄, 2015.2.15.



  개코형사가 있다. 개코형사는 왜 개코형사인가 하면, 개코이기 때문이다. 개처럼 냄새를 잘 맡는 코이기 때문이다. 개코형사는 제 코를 믿는다. 아니, 제 코를 ‘믿는다’기보다 제 코를 그대로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제가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는다. 옳거나 맞거나 바른 곳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알아낸 길로 간다. 스스로 지으려는 삶으로 나아가고, 스스로 생각하는 삶대로 하루를 짓는다. 나한테 ‘뜨인 코’가 있으면, 이 뜨인 코로 삶을 보면 된다. 나한테 ‘뜨인 눈’이 있으면, 이 뜨인 눈으로 삶을 마주하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내 몸과 마음을 틔우거나 열면 된다.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 열째 권도 얼른 한국말로 나올 수 있기를 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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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형사 ONE코 9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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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간 참새 (모디캐이 저스타인) 보물창고 펴냄, 2006.9.5.



  참새 한 마리를 만난 아이가 빙그레 웃는다. 아이는 참새와 함께 지내면서 새롭게 제 모습을 바라보았고, 참새와 동무가 되면서 사랑으로 가꾸는 삶을 알아보았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참새도 부쩍 자란다.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바다를 가로지른다.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운 터전에서 다 좋았으나 ‘살가운 동무’와 지낼 수 없는 나날이 섭섭하다. 다시 바다를 가로지른다. 동무를 찾으러 옛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처럼 살 수 없다. 새롭게 사랑야 한다. 먼 바닷길을 다시 가로질러 건너기로 한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오랜 동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짓는다. 참새도 사람도 기쁘게 새터로 떠나면서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누린다. 그림책 《이민 간 참새》가 들려주는 멋진 이야기이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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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간 참새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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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31 이승에서 저승으로



  우리가 있는 이곳은 ‘이곳’이면서 ‘이승’입니다. ‘이 삶’입니다. 우리가 가는 저곳은 ‘저곳’이면서 ‘저승’입니다. ‘저 삶’입니다. 이 삶을 마치면 저 삶으로 가는데, 알아보기 좋도록 ‘삶’과 ‘죽음’으로 가르곤 합니다. 삶을 마치면 죽음이 되는 셈인데,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다른 삶’입니다. 죽음은 다르면서 ‘새로운 삶’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이승·저승’ 두 가지 말을 씁니다.


  이곳이 있기에 저곳이 있습니다. 이곳이 없다면 저곳은 없습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이곳’이라고 이 한 자리를 밝혀서 말하기 때문에, ‘이 한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는 ‘저곳’입니다. 그리고, 이 한 자리가 ‘이곳’이 되기에, 이곳은 모든 것이 처음 태어나는 자리요, ‘바탕’이자 ‘뿌리’이고 ‘밑’입니다. 이곳에서 비롯하는 ‘저곳’이니, 저곳은 ‘다른 곳’이면서 ‘새로운 곳’이요 ‘나아가는 곳’입니다.


  왜 우리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까요? 왜 우리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까요? 왜 우리는 삶에서 죽음으로 갈까요? ‘다른 이야기’를 누리려는 뜻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지으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가만히 있으면 저곳이 태어나거나 깨어나거나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그대로 있으면 아무것도 안 태어나고 안 깨어나며 안 생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곳에 얌전히 있으면 ‘우리 목숨’조차 안 태어나고 안 깨어나며 안 생깁니다. 우리가 이곳(이승)에서 비로소 걸음을 처음으로 내딛기에 저곳(저승)이 생기면서 ‘모든 이야기’가 태어나고 깨어나며 생깁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첫발을 내디디니 ‘새 목숨’이 태어나서 ‘내’가 됩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려는 까닭은 오직 하나, ‘이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누리려고 이 땅(이곳, 이승)에 태어납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새롭게 지으려고 이곳(이승, 이 땅)에서 삶을 이룹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쁘게 나누려고 이승(이 땅, 이곳)에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바로 내가 ‘삶’이자 ‘목숨’이고 ‘숨결’이기에 ‘바람’이며 ‘넋’입니다. 바로 나는 삶·목숨·숨결·바람·넋을 한껏 누리면서 숱한 이야기를 지어서 갈무리한 뒤, ‘죽음’이자 ‘빛’이자 ‘어둠’이자 ‘씨앗’으로서 ‘온누리’가 됩니다. 첫걸음을 내딛어서 새걸음으로 나아갈 적에,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적에, 삶에서 죽음으로 옮길 적에, 바로 나는 죽음·빛·어둠·씨앗·온누리입니다.


  하나에서 다른 하나가 나오듯이, 이승에서 저승이 나옵니다. 이러면서 둘은 늘 하나입니다. 이승 따로 저승 따로 있지 않습니다. 이승과 저승은 하나이면서 다른 하나이고 새로운 하나입니다.


  삶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듯이 죽음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습니다. 그저 새로운 길이기에 ‘낯설’ 뿐입니다. 낯설기에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고 깨어나며 생깁니다.


  돌고 돌지 않습니다. 새롭게 이야기를 짓습니다.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이야기를 엮습니다. 똑같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새롭게 이야기를 가꿉니다. 4348.2.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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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99] 빈틈



  빈틈이 많아 바람이 송송

  열린 틈으로 햇볕 한 줌

  작은 틈에서 새싹 하나



  빈틈이 있어도 괜찮다기보다, 우리한테는 누구나 빈틈이 있기 때문에 한결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빈틈이란 “빈 자리”일 텐데, 아무것도 없어서 빈 자리는 아니고, 우리가 새롭게 지어서 넉넉하게 가꿀 자리가 ‘빈틈’이리라 느낍니다. 아이들이 찬찬히 자라며 새로운 삶을 배우듯이, 우리는 내 빈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기쁘게 돌볼 수 있습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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