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관찰의 첫걸음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내는 것이 동물과 식물 관찰의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점을 알아내는 일이 동물과 식물을 바라보는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모습을 알아내기가 동물과 식물을 살펴보는 첫걸음이에요

→ 같거나 다른 대목을 알아내기가 동물과 식물을 지켜보는 첫걸음이에요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96쪽


  “공통점(共通點)과 차이점(差異點)”은 “같은 점과 다른 점”이나 “같거나 다른 모습”으로 손볼 만합니다. ‘관찰(觀察)’은 ‘살펴보기’를 가리킵니다. ‘바라보기’나 ‘지켜보기’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사육하는 닭의 수는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연간 두 배씩 늘어나서

→ 기르는 닭은 수가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해마다 두 곱씩 늘어나서

→ 키우는 닭은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해마다 두 곱절씩 늘어나서

《앤드루 롤러/이종인 옮김-치킨로드》(책과함께,2015) 392쪽


  ‘사육(飼育)하는’은 ‘기르는’으로 손봅니다. “닭의 수는 어떠하다”처럼 쓰지 말고 “닭은 수가 어떠하다”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연간(年間)’은 ‘해마다’로 손질하고, ‘배(倍)’는 ‘곱’이나 ‘곱절’이나 ‘갑절’로 손질합니다.


수세기 녹슨 청동의 손이 근대의 대가리를 썩뚝

→ 여러 세기 녹슨 청동 손이 근대 대가리를 썩뚝

→ 여러 세기 낡은 청동 손이 근대 대가리를 썩뚝

《이경림-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중앙북스,2011) 117쪽


  ‘수세기(數世紀)’는 ‘여러 세기’로 손보거나 ‘오랜 나날’이나 ‘오랫동안’으로 손볼 만합니다. “청동의 손”이나 “근대의 대가리”에서는 ‘-의’만 덜어도 됩니다.


경찰의 말은 거짓이었다

→ 경찰이 한 말은 거짓이었다

→ 경찰은 거짓말을 했다

→ 경찰은 거짓으로 말했다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38쪽


  “경찰의 말”이 아니라 “경찰이 한 말”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거짓말을 했다”처럼 적으면 한결 단출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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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아버지의 눈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의 눈에서는

→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 눈에서는

→ 고개를 치켜든 아버지는 눈에서 

《마르야레나 렘브케/김영진 옮김-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시공사,2006) 162쪽


  ‘-의’ 없이 “아버지 눈”처럼 적으면 됩니다. 또는 “아버지는 눈에서”처럼 이야기를 이어 볼 수 있습니다.  


농업전문가들의 진술을 주의 깊게 읽어 본 결과

→ 농업전문가들이 쓴 글을 곰곰이 읽어 보니

→ 농업전문가들이 적은 글을 찬찬히 읽어 보니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35쪽


  ‘진술(陳述)’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그러니 “전문가가 들려준 이야기”나 “전문가가 쓴 이야기”처럼 손볼 만해요. “주의(注意) 깊게”는 “마음을 기울여”나 ‘곰곰이’로 손보고, “읽어 본 결과(結果)”는 “읽어 보니”나 “읽어 본 끝에”로 손봅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앞으로 일어날 변화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 앞으로 바뀔 모습 가운데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즈미다 료스케/이수형 옮김-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미래의창,2015) 5쪽


  이 대목에서는 ‘-의’가 아닌 ‘가운데’를 넣어야 알맞습니다. “일어날 변화(變化)”는 ‘달라질’이나 ‘바뀔’로 손보고, ‘일부분(一部分)’은 ‘하나’나 ‘한 가지’로 손봅니다.


새 도읍지의 이름에는 곰의 뜻이 들어 있으니

→ 새 서울 이름은 곰을 뜻하는 말이니

→ 새 서울에 붙인 이름은 곰을 뜻하니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30쪽


  ‘도읍지(都邑地)’는 ‘서울’로 손봅니다. 서울에 붙이는 이름은 “서울 이름”이나 “서울에 붙인 이름”으로 손봅니다. “곰의 뜻이 들어 있으니”는 “곰을 뜻하는 말이니”나 “곰을 뜻하니”로 손질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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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궁하다 窮


 어찌나 궁한지 → 어찌나 가난한지

 궁한 살림 → 쪼들리는 살림

 일거리가 궁하다 → 일거리가 없다

 얘깃거리가 궁한지 → 얘깃거리가 없는지

 궁하다 못해 생각한 → 짜내다 못해 생각한 / 쥐어짜내다 못해 생각한


  ‘궁(窮)하다’는 “1. 가난하고 어렵다 2. 일이나 물건 따위가 다하여 없다 3. 일이 난처하거나 막혀 피하거나 변통할 도리가 없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뜻대로 ‘가난하다’나 ‘어렵다’나 ‘없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되고, 때로는 ‘쪼들리다’나 ‘떨어지다’나 ‘힘들다’ 같은 말마디를 쓸 만합니다. 2016.6.27.달.ㅅㄴㄹ



할 말이 궁했다

→ 할 말이 없었다

→ 할 말이 떨어졌다

→ 할 말이 바닥났다

→ 할 말이 사라졌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226쪽


돈벌이가 궁해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바닥나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어려워지지 않았더라면

→ 돈벌이가 힘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신기식-지리산으로 떠나며》(지영사,2005) 14쪽


대답이 궁해진 나에게

→ 할 말이 떨어진 나한테

→ 할 말이 없는 나한테

→ 말할 수 없는 나한테

《시게마츠 기요시/고향옥 옮김-졸업》(양철북,2007) 36쪽


근근이 이어가는 궁한 살림

→ 겨우 이어가는 가난한 살림

→ 가까스로 이어가는 힘든 살림

《한희철-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꽃자리,2016) 10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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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긴신, 새 장화



  작은아이 긴신을 새로 장만합니다. 두 아이 새 긴신을 틀림없이 올봄에 새로 장만했지 싶은데, 아니 지난가을이었나, 두 아이 모두 이 긴신 바닥이 닳고 갈라져서 물이 샙니다. 큰아이 것은 고흥에서 찾지 못해 나중에 서울마실을 할 적에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아이 것만 노란 빛깔로 장만합니다. 작은아이는 새 긴신을 꿰고 골짝물에 풍덩 들어가서 마음껏 발을 휘젓습니다. 재미나지? 아무래도 긴신이든 여느 신이든 너희한테는 ‘한 해 동안 발에 꿸 신’으로 장만해야겠구나. 워낙 잘 달리고 뛰면서 노니까.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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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들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이틀 내리 골짝마실을 다녀옵니다. 작은아이가 더 자라면 골짜기로 걸어서 다녀올 생각이지만 아직 많이 어리니 자전거로 다녀옵니다. 그런데 골짜기를 자전거로 다녀오면 골짜기에서 누린 시원함을 내리막에서 더욱 시원하게 맞이하면서 집에 닿을 무렵에는 땀이 하나도 없지만, 걸어서 돌아오면 다시 땀이 솟지요. 아무튼 이틀 내리 골짝마실을 하고서, 집에서는 옷장 하나와 이 옷장에 깃든 옷을 몽땅 마당에 널어서 말린 뒤에 다시 집에 들이느라 부산한 하루였습니다. 이러면서 저녁밥을 차렸어요. 내 기운은 여기까지였는지 여기까지 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드러누워 새벽 네 시까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소리를 귀로 듣기는 해도 몸이 일어나지 못해요. 그래도 이런 몸을 일으키는 힘은 한 가지 있습니다. 내 옆에서 잠든 아이들이 이불을 뻥뻥 걷어차서 한밤에 썰렁해 하는구나 하고 느낄 적에 ‘누운 채로 손발을 뻗어’ 이불을 찾아내어 두 아이한테 꼭꼭 여미어 덮어 줍니다.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 ‘아무리 고되거나 지쳤어’도 바로바로 했던 기저귀 갈기처럼, 아이들하고 얽힌 일은 내 젖 먹던 힘을 끌어내어 어떻게든 해내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사흘째 골짝마실을 바랄 듯한데, 오늘은 큰아이 자전거를 자전거수레에 싣고 읍내에 다녀와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골짜기를 가든 읍내를 가든 자전거로 다녀오기에 만만하지 않으나 즐거운 길이 되도록 하자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더욱 힘을 내야지요.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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