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글쓰기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사진이라고 하는 놀랍고 멋지며 대단한데다가 고운 벗이 하나 있어 얼마나 고마운 노릇인지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사진이란 얼마나 넉넉하며 아름다운 생각과 느낌을 베풀어 주는가. 지난날 사람들한테는 그림이라고 하는 살갑고 어여쁘며 훌륭한데다가 좋은 동무가 하나 있어 참으로 고마운 노릇이었다고 느낀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그림이란 얼마나 거룩하며 슬기로운 넋과 얼을 선사해 주는가. 그림이 있기에 글이 나란히 있는 셈이다. 글이 있어 그림이 함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사진이 있기에 글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글이 있어 사진이 서로서로 빛나는 셈이다. 그러니까 글과 그림과 사진이라는 세 가지는 빈틈없이 잘 짜여진 아리따운 세모꼴이다. 앞으로 길고 긴 나날이 흘러 글과 그림과 사진에다가 또다른 갈래가 태어날는지 모르는 노릇인데, 새롭게 태어나는 갈래가 있으면 이러한 갈래가 있는 대로 즐겁고, 새롭게 태어나는 갈래가 없더라도 우리 삶은 글과 그림과 사진이 골고루 어우러지면서 무지개 빛깔처럼 싱그럽고 해맑은 하루하루가 될 수 있겠지. (4343.7.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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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냇물과 글쓰기


 공장 종이기저귀가 아이한테 얼마나 나쁜 줄을 알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드는 종이기저귀를 아이한테 대지 못합니다. 공장 가루젖이 아이한테 얼마나 모진 줄을 아는 까닭에, 공장에서 만드는 가루젖을 아이한테 먹이지 못합니다. 공장에서는 더 많은 물건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 하는데,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섣불리 쓰기 어렵습니다. 사람들 눈길을 더 사로잡으려 하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책이든, 더 큰 힘과 더 많은 돈을 바라는 줄 번히 안다면, 이러한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낮오줌은 가리지만 아직 밤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한테는 기저귀를 대야 합니다. 밤오줌을 걱정하며 천기저귀를 댑니다. 아이한테 천기저귀를 대는 아빠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아이가 오줌을 누어 칭얼거린다든지, 아이가 오줌을 누어 기저귀가 젖은 줄을 모르며 곯아떨어졌다든지, 기저귀를 갈아야 하니까 틈틈이 잠에서 깨야 합니다. 아이가 밤새 용하게 오줌을 안 누었더라도 문득문득 눈을 떠서 아이 천기저귀를 만져 봅니다.

 종이기저귀는 아이 몸에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는 우리 삶터에도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를 만들고, 종이기저귀를 가게에 들이려고 짐차에 실어 나르며, 종이기저귀를 판다며 가게에서 불을 밝히는데다가, 종이기저귀를 쓴 사람들이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고, 종이기저귀 담긴 쓰레기뭉치를 쓰레기터에 갖다 버려 파묻거나 태울 때, 우리 터전은 더없이 더러워집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더 쓸수록 냇물은 냇물다움을 잃습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손사래치거나 종이기저귀가 사라지도록 애쓸 때에 비로소 냇물 빛깔은 조금이나마 살아납니다. 천기저귀 하나 쓴다 해서 냇물이 흐르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천기저귀 하나를 쓰는 매무새를 기를 때부터 바야흐로 냇물이 흐르도록 하는 삶결을 찾거나 느낍니다. (4344.1.1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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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음과 글쓰기


 졸려 쓰러질 판이지만 머리맡에 기저귀를 챙겨 놓아야 한다. 밤새 아이한테 갈아 줄 기저귀가 곁에 없이는 잠들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이란 오줌으로 젖은 기저귀하고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기. (4344.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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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와 글쓰기


 앞에 메는 가방에 넣는 작은 수첩이 있다. 어디를 다니든 이것저것 끄적이는 수첩으로 삼는다. 돈을 얼마나 썼는가를 적기도 하고, 만난 사람하고 나눈 이야기를 쓰기도 하며, 그때그때 느낀 여러 가지를 적바림하기도 한다.

 빈 공책 두 벌을 마련한다. 빈 공책 하나에는 사진일기를 쓰기로 하고, 다른 하나에는 책일기를 쓰기로 한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아빠가 셈틀 앞에 너무 오래 매달리는 일은 좋지 않다고 느낀다. 따지고 보면, 아이랑 부대끼느라 셈틀 앞에 앉아 글쓰기를 할 겨를도 얼마 안 되지만, 셈틀 앞에 앉는 겨를을 더 줄여, 아이 옆에 나란히 앉거나 엎드려서 내 공책에 내 삶을 적으려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아빠 곁에서 놀거나 아빠를 따라 빈 종이나 달력이나 그림종이에 이것저것 그리겠지.

 종이에 글을 천천히 적는다. 셈틀로 적바림하는 글은 한글을 알면 누구나 읽는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없는 셈틀 글이다. 종이로 적는 글은 한글을 안달지라도 삐뚤빼뚤 쓰면 누구도 읽기 힘들다. 천천히 쓰되 또박또박 써야 하고, 바삐 쓴달지라도 꾹꾹 눌러 가면서 써야 한다. 종이에 쓰는 만큼 더 쓰고 싶어도 팔과 팔뚝과 손목과 손가락이 아프거나 저려 더 못 쓰곤 한다. 아이랑 놀거나 밥을 하거나 아이 오줌을 누이거나 하면서 쓰다가 쉰 다음 다시 써야 하기 일쑤인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괜찮다. 셈틀로 글을 쓸 때에는 애먼 전기를 먹으며 내내 켜 놓아야 한다.

 셈틀로 써서 셈틀로 읽는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에 찍어 나오는 종이책을 바란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종이책이 될 수 있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를 책으로 묶을 때에는 전자책 아닌 종이책으로 묶고 싶다. 아주 많은 사람한테 읽혀야 하지는 않다. 꼭 알맞게 읽어 꼭 알맞게 잘 살아가는 길동무로 삼으면 즐겁다. 종이에 적바림하는 글은 나 혼자 읽을는지 모르고, 옆지기가 읽어 줄는지 모르며, 나중에 아이가 읽어 줄 수 있겠지. (4344.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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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과 글쓰기


 찌개를 끓이면서 마늘을 작은 돌절구에 빻아서 넣는다. 혼자서 밥하고 찌개를 끓이면서 마늘까지 빻아 넣자면 번거롭다 할 만하지만, 마늘 빻아 넣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1∼2분을 번거로워 하면 끝없이 번거롭지만, 찌개 불을 올린 뒤 손 갈 일이 없을 때를 헤아려 마늘을 빻아 넣으면 하나도 번거롭지 않다. 밥차림 하는 흐름이 물처럼 부드러이 흐를 뿐이다. (4344.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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