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4.


《사치코, 살아 있습니다 4》

 츠게 아야 글·그림, 미우, 2023.6.15.



엊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멎기도 하다가 내리기도 한다. 고즈넉하게 흐르는 하루이되, 밤부터 새벽 사이에는 숱한 멧새가 신나게 노래를 들려준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열 남짓 다른 멧새노래가 하나로 섞인다. 오늘도 《말밑 꾸러미》 석벌손질을 하는데 한참 멀었다. 서두르지 말자고, 느긋이 꼼꼼히 보자고 생각한다. 《사치코, 살아 있습니다 4》을 읽었다. 넷에서 맺는구나. 그림님이 앞서 선보인 《노다라고 합니다》는 첫머리는 볼 만했으나, 갈수록 길을 잃다가 어영부영 맺었는데, 《사치코》는 그리 어영부영은 아닌 듯하면서도, 길머리가 없이 헤매다가 맺는구나 싶다. 샛길과 어영부영을 줄거리로 보여주려는 뜻일 수 있으리라. 삶이라는 길을 구태여 바른길이나 반짝길로 가야 할 까닭이 없다. 다만, 어느 길이건 다 다르게 꽃길인 줄 알아보면 된다. ‘삶’은 좋은일도 나쁜일도 가리지 않고서 일어난다. 삶을 바라보며 가다듬기에 ‘살림’이다. 스스로 짓는 손길인 살림을 펴고 풀고 맺고 여미는 사이에 ‘사람’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때에 스스로 눈을 빛내어 마음을 틔우니 ‘사랑’을 바라보면서 피어난다. 삶에서 멈추거나 맴돌면 ‘나’를 잊거나 잃으면서 떠돈다.


#?植文 #幸子生きてます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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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3.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재스퍼슨 글·척 에카르트 그림/이은주 옮김, 비룡소, 2000.5.1.



텃노랑민들레가 무럭무럭 오른다. 곁에서 제비꽃이 나온다. 앵두꽃망울이 몇 송이 벌어지고, 동박꽃도 함초롬하다. 큰아이랑 들길을 걸어 옆마을에 가서 시골버스를 타고 저잣마실을 간다. 삽질소리가 시끄럽고 매캐하다. 열 몇 해째 내내 뚝딱거린다. 무엇을 하려는 삽질이고, 시골은 돈을 어디다 쏟아붓는지 알쏭하지만, 이런 일이 끝없다. ‘삽질나라’는 이명박 혼자서 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도 삽질나라였고, 김영삼·박근혜도 삽질나라였다. 누가 우두머리에 앉든 온나라가 구석구석 삽질로 돈벌이를 한다. 아이하고 기스락숲을 걷는다. 조금 돌더라도 부릉길 아닌 샛길로 가서 멧새노래를 듣는다. 저녁에는 다시 비가 온다.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되읽는다. 이 책을 처음 만나던 스무 해쯤 앞서를 떠올린다. 그때나 이때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만큼 글그림을 여미어서 선보이기 어렵다. 글꾼도 그림꾼도 온통 서울·큰고장에 사는걸. 시골빛을 머금고서 숲빛을 노래하는 살림을 지을 줄 모르는 채 어떻게 ‘숲글·숲그림’을 펼 수 있을까? ‘서울에서 살며 새를 보는 책’은 꽤 나오지만, ‘시골에서 아이랑 살림을 지으면서 새랑 이웃하는 책’은 여태 못 본다. 겉으로만 훑으면 알맹이를 모르게 마련이다.


#How the Forest Grew #WilliamGJaspersohn #ChuckEckar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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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2.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

 이상권 글·김미정 그림, 한권의책, 2015.6.17.



바람이 잔잔하다가 훅 불면서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햇볕이 그득하지만 빨래가 바싹 마르지 않는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빗방울이 듣는다. 비내음이 섞인 바람에 하루였구나. 어쩐지. 날씨는 여러모로 읽을 수 있다. 하늘빛과 땅빛으로도 읽고, 새가 어떤 날갯짓인지를 살펴서도 읽고, 꽃망울과 잎으로도 느낀다. 바람결과 바람내와 바람빛으로도 읽고, 개미가 어떻게 다니는지로도 읽으며, 나비하고 벌을 보아도 읽을 만하다. 눈을 감고서 둘레를 헤아려도 날씨를 읽을 만하다. 책읽기도 이와 같으니, 종이에 적힌 꾸러미로만 ‘읽기’일 수 없다. 《처음 만나는 물고기 사전》를 아홉 해쯤 앞서 읽었는데, 잘 나온 책이기는 하면서도 여러모로 아쉽기도 했다. ‘물고기’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줄거리와 풀이와 글결이 확 다르게 마련이다. 헤엄이는 사람한테 이웃인가? 아니면 밥(식량자원)인가? 아니면 숲(생태계)인가? 헤엄이를 어떻게 만나서 한살림을 읽거나 느꼈는가? 헤엄이랑 동무하는 마음으로 만나서 얼거리를 풀어내는가? 어른뿐 아이한테 부스러기(전문지식)를 펴지 않기를 빈다. 살림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길을 바탕으로 둘레를 읽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누구나 새로 디디는 걸음이 하루하루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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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1.


《록사벅슨》

 앨리스 맥레란 글·바바라 쿠니 그림/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고슴도치, 2005.6.1.



오늘부터 민소매를 입는다. 어제는 깡똥소매로 책짐을 이고 지고 안고 나르며 땀을 좀 뺐고, 이 알뜰한 햇볕을 어깨까지 맞아들이고 싶다. 오늘도 책짐을 이고 안은 채 걷는다. 대전국악방송에 닿는다. 어림보다 더 걸린다. 지난달에 태어난 《우리말꽃》이 어떤 책인지 이야기하러 찾아왔다. ‘국어학개론’처럼 어렵게 책이름을 붙이면 어렵기만 할 뿐 아니라, 이웃이 못 읽는다. 우리말을 꽃씨를 심는 눈길로 살피면서, 꽃내를 맡는 마음으로 읽고서, 꽃빛을 펴는 말씨로 들려주는 길을 여미어 본다면, 누구나 꽃길을 걷는 꽃사람으로 피어날 만하다는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칙폭이에서 조금 눈을 붙이다가 《말밑 꾸러미》를 손질한다. 글쓰기 못잖게 글손질로 하루를 지샌다. 《록사벅슨》을 떠올린다. 자리맡에 놓고서 곧잘 들춘다. 아름책은 언제까지나 되읽는 아름빛이다. 이 그림책을 드문드문 펼쳐서 즈믄(1000) 벌쯤 읽을 무렵이면, 나도 곁님하고 우리 아이들하고 짓는 보금숲 이야기를 이렇게 그림책으로 풀어낼 만하리라 본다. 어른은 맨손으로 일하고, 아이는 맨발로 뛰놀 수 있는 데가, 집이자 마을이자 누리이다. 대전도 순천도 서울도, 또 전남 고흥도, 맨손에 맨발일 만한 데가 확 사라진다.


#Roxaboxen #AliceMcLerran #BarbaraCooney

1991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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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0.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김미조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4.1.15.



추스를 글살림을 더 여미고서 아침에 길을 나선다. 순천을 거쳐 대전으로 간다. 〈중도서점〉에서 꾸러미 가득 책을 장만한다. 책집을 더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길손집에 깃들어 책을 읽는다. 이 책에서 읽는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씨앗이 되려나 어림한다. 저 책에서 배우는 저 이야기는 머잖아 어떻게 움트면서 자라려나 헤아린다. 이제 곯아떨어진다.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를 돌아본다. ‘난민 =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일 텐데, 집이나 나라나 터전을 잃고서 떠돌아야 하는 몸이다. ‘나그네’요 ‘떠돌이’요 ‘맴돌이’인 셈이다. 바람을 타고서 날아가는 풀씨는 나그네일까? 서울이 늘어나면서 짓밟혀서 죽는 나무는 떠돌이일까? 구경터를 세운다면서 무너지는 숲은 맴돌이일 수 있다. 멀쩡한 바다 한복판에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서고, 애먼 멧자락이 민둥갓으로 바뀌더니 햇볕판(태양광패널)이 박힌다. 들숲바다와 풀꽃나무를 괴롭히는 사람이기에, 사람 사이에서도 내쫓고 괴롭힌다. 눈길을 넓힌다면, 왜 여러 나라 사이에서 끝없이 총칼로 괴롭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더 배우고 더 똑똑하다지만, 정작 ‘쉬운말(생활용어)’을 버리고서 ‘어려운말(전문용어)’로 힘을 쥐고 이름을 날리고 돈을 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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