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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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61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

 소복이

 새만화책

 2007.11.15.



  누구나 스스로 보고 싶은 모습을 봅니다. 참모습을 보거나 거짓모습을 가린다기보다 마음에 드는 대로 가리거나 솎아서 보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틀림없이 코앞에 버젓이 있어도 못 알아보거나 못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알아채거나 느낄 수 있어요.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저 사람이 우리 둘레에서 어떤 모습이나 몸짓을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더라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지을 꿈을 바라보면서 속마음을 가꾸면 넉넉해요.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 가고픈 길’하고 ‘남들이 나한테 바라는 길’ 두 가지를 헤아립니다. 그린이는 이웃이나 동무하고 얼크러지면서 이 두 가지 길을 곰곰이 짚습니다. 스스로 만화를 그릴 적에는 오롯이 만화에 빠져들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둘레에서 보는 눈이나 바라는 길’을 어찌해야 좋으려나 살짝 헤매면서 ‘좀 오래 걸리더라도 나 스스로 길을 닦아서 가야지’ 하고 여깁니다. 참으로 그렇지요. 남들이 말하는 수월하거나 좋다는 길이란 남들한테 수월하거나 좋겠지요. 우리가 걸을 길이란 오래 걸리든 더디 걸리든 스스로 기쁘게 노래하면서 새로 짓는 사랑길입니다. ㅅㄴㄹ



‘걷고, 계속 걷고, 걷듯이 일을 하고, 걷듯이 얘기하고, 얘기하듯이 걷고, 또 걷고.’ (12∼13쪽)


“어제 선 본 거 어땠어?” “글쎄….” “생각 좀 바꿔 봐.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게 말이다.” (10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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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2.1.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이설야 글, 창비, 2016.12.12.



인천 배다리 ‘나비날다’ 책집에서 장만한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를 마저 읽는다. 어제 인천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려 했으나, 시외버스에 등불이 없어 조용히 눈을 감고 쉬기만 했다. 지난가을에 장만하려던 이 시집을 이제서야 장만했으니, 누리책집보다 시쓴이 텃마을인 인천에 있는 작은 마을책집에서 만나고 싶었다. 인천에 마실할 날을 여러 달 기다린 끝에 두 손에 쥐었다. 한 줄 두 줄 읽는 내내 시쓴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걸어다니며 바라본 골목, 스친 사람, 술집을 드나드는 아버지, 햇살조각을 받는 오래된 간판, 이 모두 곁에 조그맣게 피어나서 바람을 먹는 들꽃, 강아지풀을 옆으로 스치며 걷는 고양이 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삶터란 어떤 곳일까? 태어나 자란 터 말고 꿈을 지으며 살림을 지을 곳이란 어디일까? 나흘 뒤에는 설날인 금요일 낮 두 시에 큰아이하고 고흥읍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일본 도쿄에 사는 이웃님한테 내 동시집을 하나 부치고 싶어서 마실을 간다. 내 동시집 한 권을 사 주는 분이 있으면 글삯으로 1500원쯤 얻을 텐데, 여러 이웃님이 마흔 권쯤 사 주면 얻을 만한 돈을 들여서 한 권을 멀리 선물로 띄워 보낸다. 나는 이제 환해지고, 고요해지며, 사랑스러워지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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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일지 -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처음 만나는 고전
강창훈 지음, 신슬기 그림, 배경식 감수 / 책과함께어린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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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203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백범일지》

 강창훈 글

 신슬기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8.12.10.



김구의 마음을 특히 사로잡은 건 동학이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었어. (38쪽)


의병이 되어 왜적을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조선 내부의 적을 뿌리 뽑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81쪽)


사람들은 그것이 뇌물이라는 생각조차 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김구의 눈에 그것은 청탁을 대가로 한 명백한 뇌물이었어. (105쪽)


가장 먼저 간 곳은 인천이야. 인천은 김구에게 고향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곳이었을 거야. 김구는 인천 감옥에 두 번 수감되었지. 치하포 의거 이후 한 번, 안악 사건으로 또 한 번 감옥에 들어갔어. 김구에게 외국 사정과 신지식에 눈을 뜨게 해 준 곳도 인천이고, 독립운동가로서 단련시켜 준 곳도 인천이야. (155쪽)



  인천이라는 고장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이 고장하고 김구 어른이 얽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일도 없어요. 김구 어른이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졌어도, 1990년대가 저물고 2000년대로 넘어서도록 그런 이야기를 펴거나 알리는 물결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러 달 만에 인천을 찾아가서 배다리에 있는 마을책집을 돌아보다가 편지함마다 꽂힌, 그렇지만 꺼내가는 사람이 없는 홍보종이가 눈에 뜨였습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홍보종이를 문득 집어드니, 인천 어느 국회의원이 집집마다 띄운 ‘자랑글’이에요. 국회의원이라는 그분은 인천이 발돋움하도록 나라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였고 어떤 토목건설을 일구었는가를 굵직하게 박았습니다.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백범일지》(강창훈, 책과함께어린이, 2018)를 읽습니다. 김구 어른이 남긴 책 ‘백범일지’를 바탕으로 이분이 어떤 삶길을 걸으며 꿈길을 이루고자 했는가를 들려줍니다. 어른은 어버이한테서 ‘김구’란 이름을 물려받았는데, 스스로 배우며 삶을 깨닫는 길에서 ‘백범’이란 이름을 새롭게 지어서 스스로 선물해요.


  한자로 엮은 ‘백범’이란 낱말은 “수수한 사람”을 나타낸다고 해요. 그런데 그냥 수수한 사람만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높낮이가 없고 너나가 없는 수수한 사람입니다. 나를 높이지 않되 나를 낮추지 않아요. 나를 바라보되 너하고 가르지 않아요. 어깨동무하면서 서로 사랑으로 삶을 짓는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바라는 수수한 사람입니다.


  인천이란 고장뿐 아니라, 참 많은 고장에서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란 이름으로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분들이, 토목건설로 나라돈을 끌어들이는 길이 마치 ‘나라사랑·고을사랑’인 듯 여깁니다. 참말 그러할까요? 삽차로 밀어내고 시멘트를 들이부어 올려세워야 뭔가 발돋움할까요?


  아름나라를 바란, 아름누리를 꿈꾼, 사랑나라에 사랑누리를 걸어가려 한 삶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곳에 돈이 있어야 서로 넉넉합니다. 사랑스레 살림하는 곳에 뜻이 있어야 민주도 평등도 평화도 통일도 이룹니다. 이론이 아닌 살림을 익히고 가르칠 때에 아름다운 고을이요 고장이며 나라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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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 장애, 페미니즘, 불평등, 고전 공부, 평화, 남녀로 바라본 인권 이야기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4
김형수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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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5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11.13.



장애인 인권은 실천의 문제라는 겁니다. 배우기만 해서는 소용없어요. 인권은 지식이 아니에요. (15쪽)


평등은 ‘너 하나? 나도 하나!’가 아니에요. 평등은 너와 내가 처한 다른 조건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 사람에게 더 장벽이 높지는 않은지, 나보다는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거예요. (46쪽)


2015년엔 다시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되었습니다. 20대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입니다. (120쪽)


톨스토이의 작품이 보내는 메시지와 그의 사회 활동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했던 거예요. 톨스토이는 국가와 교회의 권위를 부정합니다. 심지어 스스로 대지주였으면서 사적 소유도 부정해요. 여러분이 당시 노벨상 선정 위원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국가도, 종교도, 사적 소유도 모두 부정하는 사람을 세계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노벨상 수장자로 뽑기가 쉬울까요? 너무 ‘불순’ 하지 않나요? (180쪽)



  ‘최저임금’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짚지 못하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삶터가 메마르거나 제길을 잃었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최저임금’이란 적어도 이만큼은 받아야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돈입니다. 이보다 적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일삯이기에, 이 일삯보다 넉넉히 주어야 서로 살림꽃을 필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나라는 일꾼한테 제 일삯을 주기보다는 일삯을 깎아서 길미를 남기는 길을 걸었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고이 바라보려는 길이 아닌, 사람값을 낮추거나 깎아서 돈을 남겨야 한다고 여겼어요. 이런 살림이 나아가는 길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 푸름이나 어린이한테 인권을 따로 가르치거나 이야기를 해야 할 만큼 우리 삶터는 크게 뒤떨어졌네 싶으면서, 이제 푸름이나 어린이한테 인권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이야기를 하려는 어른이 나타났구나 싶도록 차츰 거듭나는구나 싶어요.


  우리 지난걸음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일꾼한테 제대로 일삯을 치르는 길을 갈 적에는 어느 일터에서나 뜻있고 알차게 일을 해서 서로 길미를 나누는 살림으로 나아갔겠지요? 비록 목돈을 못 번다고 하더라도 함께 땀흘리고 함께 웃는 살림살이로 이었으리라 느껴요.


  함께짓기를 하는 살림이라면 너울이 쳐도 안 흔들립니다. 함께짓기를 하는 삶이라면 어떤 가시밭길이나 고비라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겨낼 만합니다. 일꾼이 일터에서 제 일삯을 받는 길이라면, 우리가 일군 열매도 사람들이 제값을 치르며 장만해서 알맞게 쓰는 길이 되어요. 넘치도록 만들어서 펑펑 쓰다가 버리는 길이 아닌, 알맞게 만들어서 알맞게 장만하고 두고두고 누리면서 고운 길입니다.


  인권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이야기하는 길이라면, 민주나 평등이나 평화나 자유가 ‘어떤 이론’이라고 들려주지 않는다고 느껴요. 서로 즐거울 길을 짚을 테고, 서로 바꾸면서 손을 맞잡는 길을 다룰 테지요. 어려우니 서로 나눕니다. 넉넉하니 같이 나누어요. 모자라니 조금씩 나누어요. 푸짐하니 기꺼이 나눕니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사라지면 좋겠어요. ‘제대로 살림을 꾸릴 만한 돈을 나누는 일자리’로 달라지면 좋겠어요. 고맙게 값을 치르고, 스스럼없이 땀을 나누며, 사랑스레 살림을 세우는 길을 새로 내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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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31.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글·울리치 뢰싱 그림/김일형 옮김, 보림, 2011.8.10.



‘동화읽는 어른’ 모임이 있다. 이런 곳이 있는 줄 1999년에 처음 알았다. 그무렵 나는 한겨레신문을 나르는 일꾼 자리를 그만두고서, 보리출판사에서 책을 알리고 파는 일자리를 얻었다. 이른바 ‘단체영업’이라는 이름으로 도서관하고 학교하고 책문화모임에 찾아가서 같이 배우고 생각을 새로 여는 길로 서로 아름답게 책살림을 밝히려고 했다. 출판사 일꾼이 되기 앞서도 으레 동화책을 읽고 동시집을 읽었다. 스물너덧 살 젊은이가 아이를 안 낳았는데도 동화책을 전철이나 버스에서 읽으면 둘레에서 아리송하게 쳐다봤지만, 아름다운 책에서 삶과 사랑을 배우려는 생각일 뿐이었다. 아무튼 어른이어도, 아이가 다 자란 나이든 어른이어도, 즐거이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이웃님하고 스무 해 만에 새로 만난다. 일산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가는 길에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를 읽었다. 덴마크 동화이다. 사람을 종으로 부려먹던 옛자취를 두 어린이가 어떻게 똑바로 마주보면서 삶터를 새로 짓느냐 하는 이야기를 알뜰히 보여준다. 덴마크가 그저 살기 좋거나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로구나. 이런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기에 아름답겠지.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동화책이랑 호미가 있으면 어디나 아름누리가 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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