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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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59


《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10.9.



‘움직이다’의 어근인 ‘움직’을 이용하여 ‘동사’를 ‘움직씨’라고 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어 고유어의 조어력造語力은 놀라울 따름이다. (66쪽)


이러한 지식인들의 모든 ‘지知 = 앎’은 한자한문에 의해 형성되고 조직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225쪽)



  《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을 읽었다. 한국에서 제법 읽힌 책이지 싶은데, 그리 새롭다 싶은 이야기는 흐르지 않는다. 이 만한 이야기는 그동안 한국 학자도 다 짚었다. 다만 이 만한 이야기를 짚은 국어국문학 책을 읽은 여느 사람은 드물었으리라. 거의 논문이거나 대학교재로만 나왔으니까. 여느 사람이 읽을 만하도록 한글을 다룬 책이라는 대목은 좋다고 할 만하지만, 번역은 시시하다. 일본 한자말, 일본 말씨, 일본 영어가 그득하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은 고작 서른여섯 해 식민지살이를 겪었으면서도 제 말씨를 감쪽같이 잊었다. 한글을 빚은 놀라운 나라이면서, 제 글살림을 잊은 놀라운 나라인 셈이다. 더 헤아린다면, 우리가 이제부터 살필 대목은 ‘글’이 아닌 ‘말’이다. 옛책을 바탕으로 글살림을 파고드는 길은 퍽 쉽다. 이와 달리 먼먼 옛날부터 ‘여느 사람 누구나 널리 쓰는 말’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며 새로 일어설 만한가를 짚고 살피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태어난 한글”을 넘어 “태어난 한말”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반토막조차 못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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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21.


《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 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7.27.



온누리에 모든 책집이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책만 건사한다면 굳이 책집마실을 안 다닐는지 모릅니다. 온누리 모든 마을이 똑같이 생겼으면 아마 이웃마실을 안 다니겠지요. 모든 나라가 똑같이 생겼으면 구태여 비행기나 배를 타고, 때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서 나라마실을 다닐 일도 없을 테고요. 다 다르다는 대목이란 삶을 밝히는 엄청난 기운이지 싶습니다. 다 다르기에 어우러질 수 있고, 다 다르기에 새롭게 피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꿈의 서점》은 일본에서 저마다 빛깔있는 책길을 걷는 책집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런 책집도 저런 책집도 퍽 재미있구나 싶은데, 요새 한국에도 요모조모 재미나며 빛깔있는 책집이 꽤 늘어났기 때문인지, 그리 새롭구나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번역이 썩 깔끔하지 못하다거나 일본 말씨를 그대로 적고 말아서 알쏭한 대목도 있어요. 뒤쪽으로 갈수록 얘기가 늘어지기도 하고, 빛깔있는 책집에서 빛깔있는 이야기를 잘 끄집어내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빛깔있는 책집하고 마을을 다루자면, 글쓴이부터 ‘책을 더 빛깔있게 즐기며 살피며 사랑하는 눈’이 있어야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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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22.


《신부 이야기 1》

 모리 카오루 글·그림/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0.5.31.



첫걸음이 나온 지 아홉 해째인 2018년에 《신부 이야기》 열걸음이 나온다. 곁님이 열걸음째를 읽더니 앞걸음이 궁금하다고 한다. 곁님은 예전에 이 만화가 썩 재미없다고 했는데, 어느새 이 만화를 보는 눈이 달라졌네 싶다. 우리 책숲집에 건사한 앞걸음을 몽땅 집으로 들고 온다. 곁님이 먼저 첫걸음부터 읽고서 아이들한테도 읽을 만하다고 건넨다. 아이들은 이 만화에서 어느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살림빛을 엿볼까? 이 만화책이 훌륭하다면 줄거리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살림을 손수 지으면서 누리는 사람들 하루를 만화로 고스란히 옮겨낸 대목이 훌륭하다. 사진으로 남은 자료도 있을 테지만, 딱딱하게 굳은 사진 자료를 넘어서, 사람마다 다 다른 삶빛이 있다는 대목에 새로 살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었다. 지나간 옛자취가 아닌, 오늘에도 얼마든지 살아서 움직이는 하루이고, 앞으로도 손수 짓는 살림살이가 눈부시게 빛날 수 있다는 대목을 만화로 그려낸다고 할까. 앞으로 한국에서는 우리 살림살이를 꽃처럼 담아내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이 태어날 수 있을까. 어제 오늘 모레를 가로지르는 눈길을 밝히는 이야기를 꿈꾸어 본다. 그러고 보니 “신부 이야기”란 가시내가 살림꽃을 피운 손자취이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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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서 노린재 한국 생물 목록 25
안수정 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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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5


《한국 육서 노린재》

 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7.15.



처음에 《노린재 도감》을 낼 때는 10년쯤 지난 뒤에 증보판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종이 단시간에 추가되어 2016년부터 새 노린재 도감을 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에 정리해 보니 2010년 도감보다 248종이나 늘어나 490종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내 미기록종이나 신종도 포함되었습니다. (4쪽)


노린재아목 앞날개 반은 질긴 가죽질이고 반은 막질이어서 반초시라고도 하며, 뒷날개는 모두 막질이다. 노린재아목 어원은 이렇게 앞날개 두 부분 재질이 다른 데서 기원하지만 우리나라 말에서 노린재는 노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데서 유래한다. 영어권에서는 ‘true bugs’라고 부른다. (8쪽)


[에사키뿔노린재] 몸은 황록색 바탕에 초록색 및 적갈색 무늬가 있다. 앞가슴등판 앞부분은 노란색이고 뒷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작은방패판에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 하트 무늬가 있다. 하트 무늬는 간혹 가운데가 세로로 갈라진 것도 보인다. 알에서 2령이 될 때까지 약충을 보호한다. 뿔노린재과에서는 포티뿔노린재와 함께 가장 흔히 보인다. 성충은 다양한 식물에서 보이지만 산초나무와 초피나무에서는 약충과 함께 자주 보인다. (282쪽)



  인천이나 서울에서 살 적에는 미처 못 알아챘으나, 고흥에서 살며 늘 마주하는 노린재입니다. 참말로 노린재가 가득하거든요. 그런데 노린재는 어디에나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풀밭에 가득합니다.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이곳저곳에서 갖가지 노린재가 저마다 다른 몸짓하고 모습으로 즐겁게 풀노래를 부르면서 어우러져요.


  노린재는 무엇을 먹으면서 살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하고 노린재가 못 사는 풀밭은 무엇이 다를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에서는 풀살림이 어떠한 얼거리일까요? 노린재를 눈여겨보지 않고서 숲이나 들을 마구 밀어붙여도 좋을까요? 우리는 노린재를 지키거나 돌보려는 마음으로 숲을 건사하고 도시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까요? 노린재가 살아갈 터에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발전소가 못 들어오게끔, 송전탑이나 고속도로나 운동장이 못 들어서게끔 씩씩하게 손사래칠 수 있을까요?


  뭍살림 노린재를 다룬 《한국 육서 노린재》(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는 대단한 도감 가운데 하나입니다. 631쪽에 이르는 도감인데, 한국에서 사는 모든 노린재를 담지는 못했다지만, 490 가지를 담아냈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그냥 뭉뚱그리는 이름인 ‘노린재’가 아니라 490 가지로 다 다른 이름을 붙여서 바라보고 마주하는 노린재이거든요.


  노린재에는 ‘닮은얼룩뿔노린재’처럼 노린재란 말이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으나, ‘닮은쑥부쟁이방패벌레’처럼 노린재란 말이 안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다고 합니다. ‘밀감무늬검정장님노린재’처럼 기나긴 이름을 읊고 사진을 바라보고 한살림을 헤아립니다. 우리 곁에 숱하게 있는 이웃을 어느 만큼 알아보는 하루일까요? 이웃사람뿐 아니라 이웃새, 이웃벌레, 이웃나무, 이웃풀, 이웃구름을 얼마나 알아차리는 삶일까요? 풀밭에서 가만히 쪼그려앉고서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떠 봐요. 노린재 한 마리를 만나서 이름을 불러 봐요. “이름 모를 들꽃” 같은 바보스런 이름 못지않게 엉성한 “그냥 노린재”라는 말씨를 이제는 떨쳐내 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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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미코 3
요시모토 마스메 지음, 이병건 옮김 / 노엔코믹스(영상노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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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24


《쿠마미코 3》

 요시모토 마스메

 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5.18.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도시는 불이 안 꺼집니다. 집이든 길이든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도시에서는 소리가 잠들지 않고 빛도 잠들지 못합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누릴까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몸이지만, 도시에 살 적에도 참말 몰랐어요. 어두울 수 없고 고요할 수 없는 도시에서 어떻게 잠드는지, 이런 터전에서 살아가며 쉬거나 일하는 몸이란 무엇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쿠마미코》 세걸음을 읽습니다. 한걸음 두걸음을 지나니 이 만화책에 나오는 멧마을 무녀로 일하는 아이는 도시바라기가 높은 담에 막혀 축 처지기도 하고, 도무지 도시는 바랄 수 없겠다고, 숲에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서 멧골숲을 벗어나기를 꿈꿉니다. 만화에만 나오는 이야기일는지 참말로 우리 삶이 이와 같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멧골이나 숲이나 시골을 답답하거나 갑갑하게 여기는 버릇이 사람들 마음에 깊이 새겨졌지 싶어요. 우리는 왜 나무가 없고 풀이 없으며 흙도 없고 새나 벌레나 짐승도 없는 도시가 마치 사람한테 좋거나 아름다운 줄 여기고 말까요. 우리한테 어떤 터전이 아름답고 살기에 즐거운 줄 왜 잊거나 잃어버리고 말까요. ㅅㄴㄹ



“나츠?” “마치. 역시, 평생 이 마을에 있는 게 어때?” “싫어.” (54쪽)


“산신님, 저는 마음이 추악한 곰입니다. 말로는 마치에게 현대 사회에 적응해라고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대로 있어 줬으면 하고, 마을 밖에서 못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 센다이 같은 데 안 가면 좋을 텐데! 신칸센이 멈췄으면! 다리가 무너지면 좋을 텐데!” (140∼14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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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0-2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로 봤는데, 참 웃겼죠,,,ㅎㅎ

숲노래 2018-10-22 14:31   좋아요 0 | URL
저는 애니는 못 봤지만
재미있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어느덧 5권째를 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