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
최성각 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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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92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

 최성각·한홍구·이갑용·홍기빈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10.30.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다른 생명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게 될 거예요. (34쪽)


40년 동안 역사를 공부한 삼촌이 보기에도 ‘초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면 너무 외울 것이 많더라고요. (42쪽)


이런 일을 겪으면서 삼촌과 동료 노동자들은 깨달았어요. 우리를 지켜 준 건 경찰도 회사도 아니고 노동조합이었어요. (75쪽)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다 보면 좋은 삶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요. (102쪽)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는 어떤 꿈을 마음으로 품어 키울 만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의를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는 이웃님을 으레 만나는데, 서울뿐 아니라 시골 읍내에 사는 이웃님도, 더욱이 읍내 아닌 면소재지 둘레에 사는 이웃님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데, 웬만한 아이들은 밤 열 시까지도 학원돌림을 한다더군요. 서울을 비롯한 큰도시에서는 밤 열 시도 그리 늦은 때가 아니라 합니다. 그런데 밤 열 시까지 학원돌림을 하는 아이는 중·고등학생이 아닌 초등학생이더군요.


  우리 집 아이들은 저녁 여덟 시쯤 되면 졸립다고 하품을 하고, 늦어도 여덟 시 반이면 불을 다 끄고 꿈나라로 갑니다. 그런데 이웃 또래 어린이는 으레 밤 열 시까지 집에조차 못 오는 채 학원을 돌고 돈다면 …… 우리 집 아이들은 아무래도 또래 동무는 사귀기 어렵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최성각·한홍구·이갑용·홍기빈, 철수와영희, 2018)는 꿈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오늘날 어린이한테 조그맣게나마 꿈을 비추어 주고 싶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자그마한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아무리 학교하고 학원에서 돌림질을 받으며 괴롭더라도, 우리를 둘러싼 삶을 깊이 돌아보자고, 우리가 겪는 이 고단한 나날을 앞으로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자고 말을 걸지요.


  어린이로서는 어깨가 무거워요. 학교하고 학원에서 짊어지는 무게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런 어린이한테 인문 이야기는 자칫 또다른 짐이 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이 인문책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왜 나라가 아직 민주하고 평등하고 평화가 머나먼 길인지를 바로 어린이가 스스로 배울 노릇이지 싶습니다. 어른들이 이 삶터에서 입시 굴레를 끝장내거나 없애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가 학원돌림으로 바쁜 하루라 하더라도 마음을 살찌우는 인문책을 곁에 두면서 ‘입시 지식’만이 아닌 ‘살림 이야기’를 씨앗으로 담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무럭무럭 자라 어른으로서 이 땅을 새로 일구는 몫을 두 손으로 받아들이면서 낡은 틀을 허물겠지요. 마음에 아름다운 씨앗이 자라야 새어른으로서 이 나라를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가꾸는 일꾼이 되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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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2.


《아나스타시아 8-2 사랑의 의례》

 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17.4.20.



큰아이가 신 한쪽이 탔다고 한다. 왜 탔을까? 모깃불을 피우고 놀 적에 불길이 스쳐서 탔을까? 큰아이한테 새 신이 있어야겠다고 여겨 큰아이하고 아침 일찍 시골버스를 타고 순천길을 나선다. 나날이 어린이가 줄어드는 고흥에서는 어린이옷도 어린이신도 장만하기 어렵다. 고흥군 벼슬아치는 이를 얼마나 알까? 어린이나 푸름이를 헤아리는 정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이런 고을에 젊은 사람이 들어올 마음이 없는 줄 얼마나 알려나? 그렇다고 어린이옷이나 어린이신을 널리 팔아야 살기에 좋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도 어른도 맨발로 뛰놀거나 일할 수 있을 만큼 흙이 깨끗하고 숲이 푸르며 바다랑 냇물이 맑아야 한다. 그러면 된다. 《아나스타시아 8-2 사랑의 의례》를 읽으며 생각해 보는데, 이 땅에서 사내란 몸을 입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아나스타시아’ 이야기꾸러미 가운데 8-2를 맨 먼저 꼼꼼히 읽을 노릇이라고. 할아버지가 된 사내도, 아직 열다섯 살 푸름이도, 갓 짝꿍을 만나 새살림을 여는 젊은이도 사내가 사람다운 어버이와 아버지로 살아가는 길을 또렷이 알려주고 밝히는 이 책을 곁책으로 삼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더없이 착하면서 싱그러운 꿈을 가슴에 씨앗으로 품을 때에 비로소 참사내요 참사랑이라 할 수 있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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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4.


《아무도 외롭지 않게》

 김지연, 웃는돌고래, 2018.3.22.



서울 신촌에 있는 헌책집 글벗서점에서 이야기꽃을 펴려고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고흥읍에서 첫 고속버스를 타면 서울 고속버스역에 낮 두 시 즈음 내릴 수 있으나, 이야기꽃을 낮 두 시부터 하기에 새벽에 순천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웃마을에 가서 첫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15분 넘도록 제때에 안 온다. 새벽바람 맞으며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했다. 이래서 다들 시골을 떠나 서울로 가려 하는구나. 이런 나날이 번거롭고 힘들다고 여기니 시골을 안 좋아할 수 있겠구나. 조용히 지내며 숲을 노래한다면 시골이 아름답지만, 뭔가 한다며 서울 같은 데로 길을 나설 적에는 참 번거롭고 오래 걸리며 힘이 들지. 《아무도 외롭지 않게》를 읽어 본다. 아줌마란 이름으로 힘겨운 사람들 이야기가 흐른다. 그래, 오늘날에도 아직 아줌마 스스로 덜 깨었고 아저씨는 더더구나 안 깨니까 아줌마가 참으로 힘겹겠지. 아저씨만 덜 깨었기에 아줌마가 힘들지 않다. 아저씨를 씩씩하게 떨쳐내고 혼살림으로 박차고 나오는 아줌마가 늘어야 한다. 또는 집에 있는 아저씨가 살림을 함께 배우며 새로 눈뜨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줌마가 외롭다면 아저씨도 외로운 줄 알아야 할 텐데, 우리는 함께 기쁘게 삶을 지으려고 이 땅에 태어났는데.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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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3.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최종득, 양철북, 2018.10.19.



며칠 앞서 고흥 봉래초등학교 어린이를 만나서 이야기꽃을 펼 적에, 여덟 살 아이가 재미난 시를 썼다. 부끄럽다며 읽어 주지는 않고 보여주기만 하던데, 두 줄짜리 시인데 아이 마음을 알뜰히 담아서 참 이뻤다. 어느 아이는 띄어쓰기랑 맞춤법이랑 줄나눔까지 모두 틀린 시를 열 줄쯤 써서 나한테 선물로 주는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아이 마음을 오롯이 깊은 사랑으로 적어서 주었다. 시 한 줄이란 얼마나 기쁜 새로운 고운 상냥한 신나는 춤사위인가.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분이 아이들하고 시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얻은 삶을 풀어낸다. 어른이자 교사인 아저씨는 아이들한테 ‘시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가만히 보면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한테서 ‘시를 배운다’고 할 만하다. 교사이자 아저씨는 곧잘 동시를 써 본다는데, 이 동시는 늘 아이들이 가다듬어 준다. 글손질을 해 준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끌어 주어 이분이 새롭게 동시를 쓸 기운을 북돋운다. 교사라는 보람이라면 다 다르며 이쁜 아이들하고 하루를 지내면서 엄청난 숨결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삶일 테지. 여느 어버이 누구나 이녁 아이가 참으로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사랑인 줄 배울 수 있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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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문학동네 시인선 74
함명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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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4


《무명시인》

 함명춘

 문학동네

 2015.11.15.



  우리는 누구나 시를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이 되도록 시를 쓸 노릇이 아닌, 여느 자리에서 흔히 쓰는 모든 말이 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처럼 꾸며서 말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수한 이야기 한 토막도 시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른 사이에서도,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모든 말은 오롯이 시로 흘러야지 싶습니다. 《무명시인》을 읽으면서 오늘날 젊은 분들이 쓰는 시는 시라는 옷은 입되, 아직 시라는 이름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껍데기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그렇다고 젊은 시인을 탓할 수 없어요. 젊은 시인은 늙은 어른이 닦아 놓은 사회라는 틀에 맞추어 살면서 이런 시를 썼을 뿐입니다. 다만 젊은 시인도 젊은 시인 나름대로 스스로 이 낡은 틀을 벗어던지거나 깨부수려는 몸짓이 적었지요. 말재주를 부린대서 낡은 틀을 벗거나 깨지 못합니다. 오직 삶으로 스스로 즐겁게 언제나 아름말과 사랑말을 해야 비로소 낡은 틀이 녹아서 사라집니다. 네, “문학적 표현”이나 “시적 수사”가 아니라 ‘아름말’하고 ‘사랑말’로 생각을 짓고, 삶을 지으며, 꿈을 짓는 길에서 모든 말이 더없이 기쁘게 춤추는 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아직도 내 기억을 눌러쓰고 있는 빨간 모자 군용 트럭으로 끌려간 형의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잘라내던 빨간 모자 농성중인 여공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던 빨간 모자 무허가판잣집들을 무허가 해머로 마구 때려 부수던 빨간 모자 그것도 백주대로에서 부녀자를 봉고차에 강제로 실어가던 빨간 모자 법도 윤리도 없는 빨간 모자 (빨간 모자/3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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