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7.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글, 김영사, 2021.8.18.



차분하게 덮는 비구름과 가랑비를 느낀다. 조용하게 흐르는 하루와 하늘이다. 두 아이가 엊그제부터 다시 장기·체스를 둔다. 우리는 지거나 이기려고 뭘 하지 않는 줄 조금씩 느끼기를 빈다. 새롭게 노는 길이란다. 무찌르거나 치려고 뭘 하지 않는다.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스스로 일어서고 눈뜨려 할 뿐이다. 해질녘에 구름이 걷힌다. 비구름이 아주 빠르게 휙휙 넘어간다. 마당에는 바람이 자는 듯하지만, 재 너머 높은 곳에 있던 구름은 어느새 달아나듯 사라지면서 하늘이 파랗게 트인다. 밤에는 별을 본다. 닷새 만인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다시 읽어 보았다. 갓 나올 적에 읽으면서도 ‘허울’이 짙구나 싶었고, 곰곰이 되읽는 동안에도 ‘치레’가 잔뜩 달렸구나 싶다. 옷을 ‘옷’으로 보느냐 ‘옷차림’으로 보느냐, ‘옷살림’으로 보느냐 ‘멋’으로 보느냐 ‘꾸밈’으로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다르다. 어느 삶이 낫거나 나쁘지 않다. 그저 다르다. ‘차림·멋·꾸밈’으로 기우는 삶은 ‘허울·치레·겉’으로 기운다. ‘살림’을 바라보는 삶은 ‘마음·꿈·사랑’으로 걸어간다. 햇빛은 반짝이고 삶은 대단하다. 멋을 안 부리고서 사랑을 한다면, 꾸미지 않고서 마음을 본다면, 글도 옷도 확 다르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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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6.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

 최우리·조천호·한재각·김해동·지현영·김현우, 철수와영희, 2023.5.1.



아침에는 비가 멎을 듯하면서 해가 난다. 빨래를 해서 너는데, 구름이 해를 가리고, 는개가 살며시 덮는다. 가볍게 빗방울이 뿌려도 마을은 조용하다. 선선하게 흐르는 바람에, 늦봄꽃이 핀다. 오늘치 낱말책 여미기를 한다. 하나씩 추스르고, 천천히 다독인다.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를 읽었다. ‘인권·기후위기’는 넉넉히 맞닿을 만하고, 이처럼 살피는 눈길은 알맞다. 그러나 ‘인권’을 앞세우는 분들은 ‘쉬운말’을 안 쓴다. ‘외워야 하는 인문학 용어’를 자꾸 어린이·푸름이한테 들려준다. 왜 ‘기후위기’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그냥 써야 할까?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레물을 버린다고 시끄럽지만, 막상 우리나라 곳곳에서 바다에 쓰레기를 허벌나게 버린다. 우리 스스로 날마다 끝없이 버리는 쓰레물도 함께 볼 노릇이다. ‘열폐수(온배수)’를 늘 버리는 우리나라인데, 이 쓰레물이 닿은 바다는 어떤 모습인가? ‘나로섬에서 쏜 미사일’ 탓에 망가지는 바다를 보자. ‘다도해 국립공원 바다에 박은 햇볕판’은 어떤가? 누가 우두머리(권력자)에 앉든, 흙을 망가뜨리고 들숲바다를 더럽히는 짓은 똑같다. ‘어느 놈’을 나무라는 손가락질을 넘어, 우리 모두 똑같이 늘 저지르는 말썽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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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5.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장 바티스트 드루오 글·그림/이화연 옮김, 옐로스톤, 2021.2.22.



함박비가 쏟아진다. 아침부터 낮 사이에는 시골버스가 안 다니더니, 저녁에 비가 그칠 즈음 17시부터는 다니는 듯싶다. 빗줄기는 21시가 지나고부터 거의 그치는 듯하다. 이때부터 개구리 노래잔치가 한바탕 울려퍼진다. 오늘 저녁에는 넷이 부엌에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수다를 떤다. 1997년 〈콘텍트〉에서 별이웃(우주인)이 알려준 하늘배(우주선)를 지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살짝(몇 초)이지만 18시간을 다녀온 별마실(우주여행)’이란 무엇인가 하고 이야기한다. 시골에는 보임터(극장)가 없으니 언제나 집에서 그림(영화)을 함께 본다. 큰고장에서 아이들이랑 그냥 살았더라도 보임터 아닌 집에서 그림을 보았을 테지. 집에서는 얼마든지 ‘멈춤·되감기’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집에서 볼 적에는 아이들이 뒷간을 다녀와도 느긋하고, 기저귀 빨래나 씻기기를 하고서 볼 수 있었다.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을 재미나게 읽었다. 이 그림책은 ‘걱정’이 아닌 ‘그림(계획)’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보라는 줄거리를 잘 들려준다. 아이도 어버이도 걱정을 안 한다. 오직 ‘그림(하루살림)’만 바라본다. 생각해 보라. 걱정은 걱정으로 잇닿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퍼진다. 꿈은 꿈으로 이어간다. 그러면 날마다 무엇을 해야겠는가?


#VaChercherLePain #JeanBaptisteDrouo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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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4.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변택주 글·김옥재 그림, 책담, 2023.4.7.



빗발이 굵다. 하루 내내 온다. 우레나 벼락이 친다. 조금 가늘려나 싶더니 이윽고 세차다. 사이사이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진다. 비내음이 훅 번진다. 마을이 조용하다. 어쩌면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듯싶기도 하다. 시골이니까.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을 읽었다. ‘한글꽃’이라는 이름이 곱다고 느끼면서도 아쉽다.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우리글이 태어나기는 했어도 거의 오백 해를 ‘암글(암클)’ 소리를 듣고 뒤켠에 처박힌 이야기를 다루지 않거나 못 한다면 ‘역사·문화’를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셈이다. 임금을 비롯한 글바치는 중국글(한문)을 ‘수글(수클)’로 삼으며 높였고, 오늘날에는 일본 한자말과 영어가 수글 노릇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새나라가 서려던 무렵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왔고, 이즈음 주시경 님이 우리말·우리글을 새롭게 가꾸어 일으키려 하면서 지어서 퍼뜨린 이름이 ‘한글’이다. “한글 = ‘조선 가부장 봉건사회·일제강점기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로 나아가려는 징검다리”라고 하겠다. 세종은 ‘정문(바른글)’이 아닌 ‘정음(바른소리)’란 이름을 붙였다. 우리말·우리글을 돌보고 가꾸고 지킨 사람은 수수한 순이라는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다. 다만, 오늘날 순이는 우리말하고 우리글을 안 지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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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3.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

 닥터 수스 글·그림/김혜령 옮김, 시공주니어, 1994.11.28.



구름밭이 대단하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가랑비가 듣는 낮이다. 오, 비를 뿌려 주는구나. 이 빗길을 가볍게 달려 우체국을 다녀온다. 흩뿌리는 봄비를 누리는 들길은 싱그럽다. 비를 맞으며 들길을 달리면서 한 손을 들어 바람을 붙잡는다. 비가 오니 마을이 조용하다. 오직 새노래에 개구리노래만 퍼진다. 이 비가 서운한 분도 있을 테지만, 이 비가 매캐한 하늘을 파랗게 씻어 준다. 올해에는 봄비가 잦아서 이른더위가 그야말로 없는 듯하다.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두 아이가 어릴 적부터 무릎에 앉히고서 자주 읽어 주었는데, 어렴풋이 떠오른다고도 하지만 낱낱이 생각나지는 않는 듯싶다. ‘바솔러뮤 커빈즈’도 ‘임금’도 굳이 싸워야 할 일이 없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림을 지으며 스스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는 스스로짓기로 즐겁고 아름답다. 뾰족하게 높다란 돌집에서 우쭐거리면서 힘을 부리는 임금은 손수짓기란 하나도 없지만 ‘허수아비를 거느리는 멋’에 사로잡히면서 살아간다. 낫거나 나쁜 길은 없다. 그저 겪어 보면서 배우는 길이다. 닥터 수스 그림책은 가르치지 않고 가만히 보여주기만 한다. 보여주되 익살을 섞고, 눈물을 담고, 노래를 얹고, 꿈을 심어,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손잡는다.


#The500HatsofBartholomewCubbins #BartholomewCubbins #DrSeus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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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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