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18.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공부할 때에 아름답지 않다. 다만, 아이들은 배울 때에도 아름답고, 가르칠 때에도 아름답다. 어른들은 생각을 똑바로 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우기만 하는 숨결이 아니다. 배우는 아이는 언제나 ‘배우면서 가르친’다. 이러한 얼거리를 슬기롭게 깨달아 학교를 세우는 어른이 드물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늘날 여느 제도권학교에 다니게 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뜻있는 교사가 제법 있지만, 그저 공무원인 교사가 아주 많으며, 교과서를 그저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을 기울여서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씨앗으로 심으려고 하는 교사는 얼마나 되는가. 이주와 지난주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경고장 등기우편’이 한 차례씩 온다. 으레 지나가겠거니 싶은 ‘학교 출석 경고장’인데, 이런 틀(형식)에 박힌 등기우편밖에 쓸 줄 모르는 제도권학교에 어떻게 아이를 보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아이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려 하는 학교라 한다면,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학교에 행정서류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학교에는 놀이터가 있어야 하고, 놀이마당과 놀이잔치와 놀이동무가 있으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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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3-28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마음이 와닿아요.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너무 마땅한 말인데 이런 날이 올 지...

숲노래 2015-03-28 07:16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느껴요 ^^
 

우리집배움자리 17. 자전거로 바다로



  바람이 불 듯 말 듯하면서도, 불 때에는 제법 세게 부는 날 자전거를 이끌고 바닷가로 간다. 바닷가까지는 칠 킬로미터 남짓 된다. 고개를 세 번 넘으면 바닷가에 닿는데, 오늘 따라 큰아이 발판질에 크게 힘이 된다.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다리힘이 많이 붙어서, 이 힘으로 자전거를 힘차게 끌어 준다. 듬직한 멋쟁이라고 할까.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갈무리하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놓고, 저녁을 차리고, 빨래를 걷고 하니 몸이 퍽 고단하다. 아이들끼리 밥을 먹으라 하고는 자리에 누워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쯤 꼼짝을 못한다. 겨우 일어나서 옷가지를 개서 옷장에 놓고는 부엌을 치우고 아이들과 촛불보기를 하고 자리에 누이는데, 아이들도 오늘 하루 퍽 고단했겠다고 느낀다. 모두 일찍 잠든다. 우리한테 자가용이 있었으면 아이들은 자가용에서 잠들었을 테지. 우리가 두 다리나 자전거나 군내버스로만 움직이니,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마지막 기운을 쏟아서 신나게 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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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6. 촛불 한 자루



  두 아이와 함께 촛불보기를 한 지 한 달 남짓 된다. 촛불보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를 놓고 한참 생각했다. 무엇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려면 내가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한테 가르치든 보여주든 어떻게 하든, 내가 즐겁고 씩씩하면서 슬기롭게 배우면 된다. 올 1월에 촛불보기를 어떻게 하는가를 열흘에 걸쳐서 배웠고, 이렇게 배운 촛불보기를 혼자 집에서 조금 해 본 뒤, 아이들을 불러서 맛보기로 시키다가, 이제 낮과 저녁으로 촛불보기를 함께 한다. 아직 작은아이는 장난질이 잦은데, 낮에 촛불보기를 하면 으레 1분 만에 곯아떨어진다. 낮에 하는 촛불보기는 낮잠을 재우는 촛불이랄까. 곧 아침·낮·저녁, 이렇게 나누어서 촛불보기로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도록 이끌 생각이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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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5. 아침에 쑥 뜯기



  아침에 학교에 가지 않는 큰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뒤꼍에서 쑥을 뜯는다. 아직 쑥이 많이 오르지 않았으니 조그마한 쑥잎을 조금조금 뜯는다. 더 기다려야 향긋한 내음 가득한 쑥을 잔뜩 뜯어서 쑥부침개와 쑥국을 먹을 테지만, 조그마한 쑥싹이라 하더라도 바지런히 뜯어서 쑥맛이 도는 부침개를 부치기로 한다. 두 사람이 쪼그려앉은 뒤꼍에 바람이 분다. 바람결은 시원하면서 살짝 서늘하고, 따스하면서 보드랍다. 아직 덜 무르익은 봄바람이다. 이 바람을 쐬고 따끈따끈한 봄볕을 누리면서 우리 집에서 도란도란 쑥을 뜯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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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4. 빨래 널기



  아침에 모두 옷을 갈아입는다. 묵은 옷은 벗고 새로운 옷으로 입는다. 벗은 옷은 어떻게 하나? 아이들이 손수 ‘씻는방’으로 갖다 놓도록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스스로 손과 낯을 씻는다. 이 물은 빨래하는 그릇에 붓고, 나는 신나게 조물조물 빨래를 한다. 빨래를 얼추 마친 뒤 아이들을 부른다. 물짜기까지 마친 옷가지를 두 아이가 마당에 널도록 맡긴다. 아이들 스스로 ‘자는방’에서 옷걸이를 챙겨서 마당으로 간다. 옷걸이에 옷가지를 꿰어 햇볕 잘 드는 자리에 넌다. 빨래를 마저 마친 뒤 마당으로 간다. 두 아이는 아직 옷가지를 다 널지 않았다. 빨래를 널면서 노느라 천천히 넌다. 두 아이는 빨래널기를 거들면서 마당에서 아침볕을 쬐며 웃고 뛰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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