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17. 자전거로 바다로



  바람이 불 듯 말 듯하면서도, 불 때에는 제법 세게 부는 날 자전거를 이끌고 바닷가로 간다. 바닷가까지는 칠 킬로미터 남짓 된다. 고개를 세 번 넘으면 바닷가에 닿는데, 오늘 따라 큰아이 발판질에 크게 힘이 된다.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다리힘이 많이 붙어서, 이 힘으로 자전거를 힘차게 끌어 준다. 듬직한 멋쟁이라고 할까.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갈무리하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놓고, 저녁을 차리고, 빨래를 걷고 하니 몸이 퍽 고단하다. 아이들끼리 밥을 먹으라 하고는 자리에 누워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쯤 꼼짝을 못한다. 겨우 일어나서 옷가지를 개서 옷장에 놓고는 부엌을 치우고 아이들과 촛불보기를 하고 자리에 누이는데, 아이들도 오늘 하루 퍽 고단했겠다고 느낀다. 모두 일찍 잠든다. 우리한테 자가용이 있었으면 아이들은 자가용에서 잠들었을 테지. 우리가 두 다리나 자전거나 군내버스로만 움직이니,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마지막 기운을 쏟아서 신나게 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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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6. 촛불 한 자루



  두 아이와 함께 촛불보기를 한 지 한 달 남짓 된다. 촛불보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를 놓고 한참 생각했다. 무엇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려면 내가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한테 가르치든 보여주든 어떻게 하든, 내가 즐겁고 씩씩하면서 슬기롭게 배우면 된다. 올 1월에 촛불보기를 어떻게 하는가를 열흘에 걸쳐서 배웠고, 이렇게 배운 촛불보기를 혼자 집에서 조금 해 본 뒤, 아이들을 불러서 맛보기로 시키다가, 이제 낮과 저녁으로 촛불보기를 함께 한다. 아직 작은아이는 장난질이 잦은데, 낮에 촛불보기를 하면 으레 1분 만에 곯아떨어진다. 낮에 하는 촛불보기는 낮잠을 재우는 촛불이랄까. 곧 아침·낮·저녁, 이렇게 나누어서 촛불보기로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도록 이끌 생각이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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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5. 아침에 쑥 뜯기



  아침에 학교에 가지 않는 큰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뒤꼍에서 쑥을 뜯는다. 아직 쑥이 많이 오르지 않았으니 조그마한 쑥잎을 조금조금 뜯는다. 더 기다려야 향긋한 내음 가득한 쑥을 잔뜩 뜯어서 쑥부침개와 쑥국을 먹을 테지만, 조그마한 쑥싹이라 하더라도 바지런히 뜯어서 쑥맛이 도는 부침개를 부치기로 한다. 두 사람이 쪼그려앉은 뒤꼍에 바람이 분다. 바람결은 시원하면서 살짝 서늘하고, 따스하면서 보드랍다. 아직 덜 무르익은 봄바람이다. 이 바람을 쐬고 따끈따끈한 봄볕을 누리면서 우리 집에서 도란도란 쑥을 뜯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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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4. 빨래 널기



  아침에 모두 옷을 갈아입는다. 묵은 옷은 벗고 새로운 옷으로 입는다. 벗은 옷은 어떻게 하나? 아이들이 손수 ‘씻는방’으로 갖다 놓도록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스스로 손과 낯을 씻는다. 이 물은 빨래하는 그릇에 붓고, 나는 신나게 조물조물 빨래를 한다. 빨래를 얼추 마친 뒤 아이들을 부른다. 물짜기까지 마친 옷가지를 두 아이가 마당에 널도록 맡긴다. 아이들 스스로 ‘자는방’에서 옷걸이를 챙겨서 마당으로 간다. 옷걸이에 옷가지를 꿰어 햇볕 잘 드는 자리에 넌다. 빨래를 마저 마친 뒤 마당으로 간다. 두 아이는 아직 옷가지를 다 널지 않았다. 빨래를 널면서 노느라 천천히 넌다. 두 아이는 빨래널기를 거들면서 마당에서 아침볕을 쬐며 웃고 뛰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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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3. 읽는 글 듣고 쓰기



  여덟 살 사름벼리는 혼자서 글을 척척 읽을 줄 안다. 이제 사름벼리는 굳이 ‘글을 보고 옮겨서 쓰기’는 안 해도 된다. 다음으로 넘어간다. 요즈막에는 ‘읽는 글 듣고 쓰기’를 한다. 사름벼리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생각을 지으며 새로운 말을 살려서 쓰기를 바라면서, 나도 아이와 함께 그때그때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말로 지어서 부른다. 미리 쓴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재미없다. 오늘 하루 아이와 어떤 일이나 놀이를 즐겁게 했는가를 돌아보면서, 이 이야기를 그림엽서 한쪽에 적을 만큼 간추려서 이야기를 짓는다. 그러면 이 ‘글’은 저절로 ‘동시(시)’가 되고, 이 글을 사름벼리가 가락을 입혀서 부르면 ‘노래’가 된다. 나는 아이한테 글을 써서 주고, 아이는 이 글에 가락을 넣어 새로운 노래로 가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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