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마을아이 :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만, ‘아이를 학교에만 보낸다’거나 ‘아이를 학원에 옭매인다’ 싶은 어버이가 참 많다. 돌림앓이가 퍼진 요즈막조차 ‘개학은 언제 하고 입시는 언제 치르고 방학은 얼마나 되는가’만 따지는 벼슬아치나 어버이가 수두룩하다. 제발 아이한테 ‘학교·학원·사회’는 집어치워도 되는 줄 깨닫도록 하자. 아이한테는 ‘마을·보금자리·숲’ 이 세 가지가 있으면 된다. 둘레를 보자. 돌림앓이가 불거지도록 ‘아이를 키울 만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운 마을’이 이 나라에 몇 군데나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한 군데라도 있다고 할 만한가?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은 안 해도 좋다. ‘아이가 뛰놀며 꿈꾸는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리는 집’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요, 이러한 집이 하나둘 모이는 마을이 되도록, 오늘부터 헌마을은 내려놓고 새마을로 가기를 빈다. 2020.5.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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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하면 : 크게 하면 관리를 하며 통제·천편일률·위계·질서란 말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커다란 과일밭을 보라. 커다란 나라나 고장이나 일터를 보라. 커다른 학교를 보라. 조촐히 하면 돌보면서 즐거움·노래·춤·이야기·웃음꽃·생각날개 같은 말이 저절로 날아오른다. 1994.5.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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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 : 이름은 스스로 보고 겪고 느끼고 생각해서 붙일 적에 사랑스럽다. 학자·전문가·공무원이 붙이는 전문용어나 학술용어를 외워서 똑같이 써야 하지는 않는다. 전문용어나 학술용어가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빛나거나 슬기롭거나 따스하거나 넉넉하거나 어깨동무라는 길로 나아간 적이 있을까? 겨레·나라마다 말이 다르듯, 마을·고을·고장이며 터·집마다 말이 다를 만하고, 다 다른 말이란 다 다른 삶·눈·길·뜻·마음이 흐르면서 온몸에 새로운 빛으로 스며든다. 1998.5.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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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문득 생각하니, 꽃송이를 즐겨 따먹는 새이기에,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구나 싶다. 2018.4.29.



翼 : ふと考えると、花びらをよく摘んで食べる鳥だから、鳥は空を飛び回るんだなと思う。 (作 : 森の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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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다 : 우리는 늘 빌린다. 먼저 몸이라고 하는 옷을 빌려서 우리 숨결이 깃든다. 우리 몸은 온누리에 자라는 갖은 푸나무에 살점을 빌려서 밥을 얻는다. 늘 흐르는 바람하고 빗물하고 냇물하고 햇볕을 빌려서 기운을 얻는다. 누가 지었는지 알 길이 없는 말을 빌려서 생각을 나타내고 나눈다. 값을 치러서 장만하든 거저로 받든, 또는 책집이나 책숲으로 찾아가서 넘기든, 일찌감치 살림을 지어서 깨달은 이야기하고 슬기를 책 한 자락을 거쳐서 눈썰미를 빌린다. 온통 빌리는 투성이인 삶이다. 어쩌면 우리 삶이란, 빌리려고 하는 걸음걸이인 셈. 즐겁게 빌리기에 빌린 값이나 삯을 치른다. 기쁘게 빌리니까 고이 돌려주면서 열매나 보람을 얹는다. 새롭게 빌려서 쓰기에 찬찬히 다스려 뒷사람이 넉넉히 누리도록 모신다. 1994.2.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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