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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마을책집 : 다들 ‘동네책방’이란 이름을 쓰지만, 나는 굳이 ‘마을책집’이란 이름을 쓴다.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를 고쳐서 쓴다고 여겨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마을’이라는 곳하고 ‘집’이라는 데를 헤아려서 새말을 지었다고 보아야 맞다. 일제강점기 즈음해서 일본사람은 이 땅에서 널리 쓰던 ‘골·고을·말·마을’ 같은 말씨를 밀어내고 ‘동(洞)’이란 한자를 쓰도록 몰아세웠다. ‘송림동·서초동, 이런 무슨 동’ 하는 말씨가 바로 그때부터 태어난다. ‘-방(房)’이란 한자말도 그렇다. ‘약방·책방·복덕방’ 같은 데에 쓰기는 하나, 여느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은 으레 ‘쌀집·떡집·꽃집·찻집·술집’ 같은 이름을 썼다. 이런 얼거리를 헤아려 보기에 ‘마을 + 책 + 집’인, 그저 수수한 이름인 ‘마을책집’이란 말이 떠오른다. 낱말을 새로 엮었으니, 이제 뜻풀이를 새로 한다. ‘마을책집’은 “마을에서 책으로 숲을 품으면서 아늑하고 아름다운 기운을 나누는 자리”이다. 2019.4.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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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람 : 마을을 아껴서 마을사람이기도 할 텐데, 이에 앞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기에 마을사람이지 싶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면, 이 보금집이며 저 보금집이 저절로 아름다운 마을이 된다. 마을만 아낀 대서 마을이 아름답지 않다. 나라를 앞세우기에 나라가 아름다울까? 아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사랑으로 가꿀 적에, 이러한 사람이 하나둘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나라도 아름답기 마련이다. ‘마을만 아끼기’나 ‘나만 아끼기’가 아니다. ‘보금사랑’에다가 ‘나사랑’이다. 우리 스스로 사랑이란 마음으로 우리 보금자리에서 오늘 하루를 가꿀 줄 아는 숨결이라면, 이러한 숨결이 저절로 마을로 흐르고 나라로 흐른다. 사랑이 없이 모이거나 힘·돈·이름을 쓰기만 한다면 겉치레나 껍데기만 되겠지. 1994.4.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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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실 : ‘책마실’을 다닌다. 둘레에서는 ‘책방 여행’이나 ‘책방 순례’나 ‘북투어’를 다닌다고 말해도, 나는 늘 ‘책마실’을 다닌다. 책을 보러 책집에 다니니 ‘책집마실’이요, 종이책이 되어 준 나무는 숲에서 짙푸르고 우람하게 살림을 지으니, ‘책숲마실’이기도 하다. ‘책집마실·책숲마실’ 같은 이름을 쓰면 이웃들은 처음에 낯설어 한다. 굳이 그런 말을 써야 하느냐고, 다들 말하듯이 ‘책방 여행·책방 순례·북투어’란 말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난 거꾸로 묻는다. “처음부터 ‘책방 여행·책방 순례·북투어’ 같은 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그런 말조차 없었어요. 처음부터 그런 말이 있더라도 저는 저 스스로 책을 마주하고 바라보며 누리는 삶결대로 제 마음을 나타낼 이름을 지어서 써요. 저는 마실을 다니든 책을 만나러 가기에 ‘책마실’이에요. 찻집·빵집·떡집·옷집에 가듯 책이 있는 집에 가니 ‘책집’에 간다고 말해요. 책은 모름지기 숲이니까 ‘책숲’에 간다는 뜻으로, 또 온누리 모든 책집은 차분하면서 즐겁게 새로 배우는 빛으로 이룬 터전이라서 ‘책숲마실’을 간다고 말해요. 이웃님이 제 마음을 다 읽어 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나 남이 제 마음을 알아주거나 읽어내지 않더라도, 저는 제 마음을 제 삶말로 담아내어 적으면 되지요. 삶을 담아내니 ‘삶말’이에요. 구태여 ‘생활언어’라 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를 사랑하니 ‘아이사랑’이에요. 숲을 아끼고 싶으니 ‘환경보호·그린·녹색’도 아닌 ‘숲사랑’이라 말해요.” 2017.4.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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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 : 그저 봄까지 피는 꽃이니 ‘봄까지꽃’이다. 이 봄꽃을 두고 일본 풀이름을 갖다 댈 일이 없고, 군더더기를 붙일 일도 없다. 꽃차를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알아보다가 그냥 우리 집 나름대로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봄까지꽃을 뻑적지근하도록 훑어서 해바라기를 시켰다. 이렇게 작고 가녀린 들꽃은 덖거나 찔 수 없지. 오롯이 햇볕만 머금도록 바싹 말려서 유리병으로 옮긴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누린 맛은? 아, 오롱오롱 봄맛. 2020.4.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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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 정답이 궁금한 사람은 끝까지 정답을 알지 못한다. 정답이 무엇이라는 말소리를 듣더라도 마음으로 알아내지 못한다. 정답을 궁금해 하지 않기에 어느새 정답에 다가설 뿐 아니라, 삶이 고스란히 정답을 녹여내는 몸짓이 된다. 수수께끼를 열여섯 줄 동시로 갈무리했다. 한 해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둘레에 슬그머니 여쭌다. 마음으로 이 수수께끼를 들은 어린이나 어른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거 그거네요!” 한다. 마음읽기로 수수께끼 이야기를 맞이하는 어린이하고 어른은 내가 쓴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하나도 안 틀리고 대번에 맞추더라. 그러나 마음읽기 없이 서두르거나 빨리빨리 읽어내려 하는 이는 하나도 못 맞출 뿐 아니라 “뭐예요? 다 그게 그거인 동시 아냐? 문제가 너무 어려워?” 하고 대꾸한다. 이 대꾸를 듣고 느낀다. 그래, 나는 ‘우리말 + 수수께끼 + 동시’에다가 ‘사전’을 엮은, 다시 말하자면 ‘우리말 + 수수께끼 + 동시 + 사전 + 살림 + 노래’를 들려주려 하는데, 그쪽에서는 ‘정답 맞추기 문제’로 여기니 하나도 못 맞출밖에. 이러면서 툴툴거릴밖에. 이리하여 새삼스레 ‘어른시’를 한 자락 적어 본다. 2020.3.31.


빨리 읽어내어

빨리 맞추려고 하면

모두 어렵습니다


혀에 얹고

마음을 실어

느긋하게 읽으면서

머리에 그림을 그리는


동시 하나를 놓고

하루나 이틀을 누리듯

천천히 나아가지 않고

후딱 정답만 알아내려 하면

모두 헷갈리겠지요


적어도

한 해를 놓고서

함께 읽으면

모두 맞추겠지요


서둘러 읽으면 못 맞춥니다

서둘러 쓰면 알맹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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