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돼지는 탐욕인가 : 이 나라에서 흔히 ‘돼지 = 욕심, 탐욕’으로 빗대곤 한다. 남북녘이 으르렁거리는 동안 남녘에서는 북녘 우두머리를 ‘돼지새끼’로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물어보자. 돼지가 왜 ‘욕심’이거나 ‘탐욕’일까? 돼지한테 잘못하는 말이 아닌가? 사람들이 돼지를 좁고 지저분하며 어두운 시멘트 구석에 처박아서 구정물이나 찌꺼기만 잔뜩 먹여 살을 빨리 찌우고서는 돼지 속내나 삶하고 동떨어진 이름을 마구 붙이는 셈 아닌가? 빛도 없이 좁은 곳에 가두어 사람을 미치게 한다면, 사람도 미친 듯이 먹으려 하고 게걸스레 밥그릇을 움켜쥐려 한다. 돼지를 죽음수렁으로 내몰고서 돼지한테 막말을 퍼붓지 말 노릇이다. 돼지가 사랑하고 동떨어진 슬프며 아프고 괴로운 길로 가도록 내모는 사람이야말로 ‘욕심쟁이’에 ‘탐욕꾼’일 뿐이다. 2019.11.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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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생각을 하는가 : 우리는 모든 자리에서 생각을 한다. 수저를 쥐어 밥을 먹을 적에도 무엇을 골라서 먹을까 하고 생각한다. 생각없이 아무것이나 되는대로 먹는다면 맛있거나 배부를까? 그냥 다 사다가 먹을 수 있으나, 무엇을 먹고 싶은가를 생각한 다음, 밀가루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도 생각하고, 반죽을 어떻게 하는가를 배워서 차근차근 생각한 뒤에, 도마이며 밀대이며 어떻게 놀려야 제대로 되는가를 깨달아 칼국수 한 그릇을 즐거이 누린다. 생각없이 보낼 수 있는 곳은 없다. 생각하기에 비로소 아주 자잘한 일부터 매우 커다란 일까지 스스럼없이 맞아들여 기꺼이 추스른다. 1990.4.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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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 여태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헤아리는 하루가 모두 시가 되고 수필이 된다. 글에는 어떠한 틀(형식)조차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두 우리 걸음걸이를 하나하나 즐겁게,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지으며, 모두 스스러없이 털어놓을 수 있으면 된다. 글쓰기란 언제나 삶쓰기일 뿐이기에, 오로지 이 하나만 생각하면서 쓰면 된다.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하나씩 마주하는 마음이 된다면, 짧게 적는 덧글부터 어여쁜 수필 한 자락이라고 생각한다. 1999.7.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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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자라니 : 아직 모자라다고 하지만, 바로 그렇게 모자라다 싶은 대목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새롭게 살펴서 이야기를 들려주실 만하지 싶다. 꽤 넉넉하다고 하기에, 바로 그처럼 넉넉하다 싶은 대목을 느끼는 만큼, 더 신나게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펼 만하지 싶고. 2009.9.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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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오디 : 매화나무에 이제 꽃이 지고 나서 감잎이 새로 오를 즈음 뽕나무에 뽕잎이 슬슬 오르더니 어느새 뽕꽃(또는 오디꽃)도 핀다. 뽕꽃(오디꽃)을 모르는 눈이라면 저게 무슨 꽃이냐고, 저렇게 못생긴, 벌레처럼 생긴 꽃이 어디 있느냐 할는지 모르지만, 뽕나무는 온힘을 다해 달달한 열매를 맺고, 바로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가 실을 내놓아 ‘비단’이란 멋진 천을 베푼다. 뽕꽃(오디꽃)을 빗대어 이야기(우화)를 쓴다면 무엇을 쓸 만할까? 2017.4.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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