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67. 나도 딸기 딸래 (2014.5.12.)
네 살 산들보라도 들딸기를 따고 싶다. 그런데 아직 어떤 딸기를 따야 할는지 모른다. 그저 눈앞에 보이면 다 딴다. 덜 익어도 안 익어도 자꾸 쥔다. 보라야, 덜 익거나 안 익은 딸기는 잘 익은 다음에 먹어야지. 기다리렴. 잘 익은 딸기만 골라서 따도 곳곳에 아주 많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시골아이 66. 나비를 보며 (2014.4.20.)
나비가 난다. 훨훨 난다. 예쁘네. 아이도 나비를 바라보고 나도 나비를 바라본다. 나비를 바라보는 동안 모두 다 잊는다. 시간이 흐르는 줄 잊고, 이곳이 어디인 줄 잊는다. 그렇구나. 나비가 이렇게 고운 숨결이로구나. ㅎㄲㅅㄱ
시골아이 65. 벌아 꽃 먹어 (2014.4.20.)
딸기꽃에 벌이 앉는다. 벌을 알아본 작은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벌 뭐 먹어? 벌, 꽃 먹어?” “꽃에 있는 꽃가루 먹어.” “그래? 벌아, 꽃 먹어.” 작은아이는 노란 민들레꽃을 한 송이 톡 꺾어서 벌한테 들이민다. 야 야 야, 벌한테 들이밀지 말아라. 벌은 딸기꽃에 앉아서 딸기꽃가루를 먹잖니. ㅎㄲㅅㄱ
시골아이 64. 하늘타리 고샅길 달리기 (2014.5.5.)
하늘타리 넝쿨이 돌울타리를 뒤덮는다. 돌울타리에 이렇게 넝쿨이 덮여야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 넝쿨은 뻗고 죽고 되풀이하면서 흙이 되고, 흙이 된 풀잎과 풀줄기는 돌울타리 구석구석으로 스민다. 잎이 뻗을 적에는 다른 풀과 나무처럼 푸른 숨결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푸른빛 가득한 고샅길을 저마다 신나게 달린다. 작은아이가 다섯 살을 넘어서면 누나와 살짝 나란히 달릴 수 있을까. ㅎㄲㅅㄱ
시골아이 63. 나무와 함께 노는 곳 (2014.5.5.)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는 나무를 심기 쉽지 않다. 도시에서는 땅값이 비싸 건물 하나 들이는 데에도 만만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운동장 가장자리에라도 나무를 심어서 건사하면 참 좋다. 아파트이든 골목동네이든 곳곳에 나무가 자라면서 푸른 바람을 나누어 줄 때에 아름답다. 시골에서는 면소재지 한복판에 학교가 서면 시골이더라도 나무내음을 맡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시골은 시골이기에, 곳곳에 나무가 우거지면 눈으로도 즐겁고 코와 온몸으로도 즐겁다. 아이도 어른도 나무그늘이 있고 나무바람이 불며 나무노래가 흐르는 곳에서 함께 놀고 일하면서 어울리면 하루가 즐겁다. 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