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72. 바닷물을 뛰어넘어 (2014.6.9.)
밀려드는 바닷물을 온몸으로 맞던 사름벼리가 문득 펄쩍펄쩍 뛴다. 물결을 뛰어넘겠다는 마음이다. 좋아. 좋지. 힘껏 뛰어라. 펄쩍펄쩍 뛰고 폴딱폴딱 뛰어라. 하늘을 휘 날다가 시원한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어 온몸을 적셔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시골아이 70. 쑥밭에 떨어진 공을 (2014.6.8.)
일곱 살 누나는 쑥밭에 공이 떨어져도 척척 꺼낸다. 네 살 동생은 쑥밭에 공이 떨어지니 안 보인단다. 그래, 네 키로는 안 보일 만하네. 그렇지만 말야, 산들보라야 너 같은 시골아이는 쑥밭을 헤치고 들어가서 공을 꺼내면 되지. 잘 자란 쑥잎이 네 살갗을 간지르고, 쑥잎내음이 네 몸이 퍼지면서 한결 푸르며 싱그러운 기운을 누릴 수 있어. ㅎㄲㅅㄱ
시골아이 69. 감꽃 세기 (2014.5.23.)
감꽃을 줍는다. 꽃차례가 곱게 붙은 감꽃을 두 아이를 불러 손바닥에 쏟는다. 지난해에 먹은 감꽃인데, 올해에는 떠오르지 않을까? 한 해만에 먹으니 좀처럼 못 떠올릴 수 있다. 올해에도 며칠 감꽃을 먹고 이듬해에도 또 감꽃을 먹으면 그때부터는 감꽃을 안 잊을 수 있을까? 일곱 살 큰아이가 손바닥에 얹은 감꽃을 하나하나 센다. 네 살 작은아이가 누나처럼 감꽃을 세겠다면서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는다. 작은아이한테도 곧 숫자를 가르쳐 볼까. ㅎㄲㅅㄱ
시골아이 68. 씩씩하게 걷자 (2014.5.16.)
한낮 땡볕이 내리쬐는 길을 걷자. 가깝지는 않지만 그리 멀지도 않다. 우리 씩씩하게 걷자. 들풀과 들꽃을 바라보면서, 구름과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 먼 멧봉우리를 마주하면서 씩씩하게 걷자. 들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고, 멧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가슴으로 받아먹으면서 걷자. 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