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달포 남짓 가물던 땅에
늦여름 빗줄기 듣는다.
고들빼기꽃 하얗게 빛난다.
부추꽃 흰 다발 눈부시다.
까마중꽃 하얀 무늬 곱다.
빗물 먹으며 이삭이 굵고
빗물 받으며 열매가 익는다.
빗소리는 처마를 흐르고
빗노래는 개구리와 싱그러이 잔치.
달과 해와 별과 무지개는
이 비에 함께 젖을까.
이 비를 기쁘게 바라볼까.
어린 아이들 맨발로 비를 밟는다.
어린 아이들 맨손으로 비를 받는다.
어린 아이들 맨몸으로 빗놀이 누린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
우물물 냇물 되고,
빗물은 숲 들 지나
너른 바다 된다.
지난해 내린 빗물 먹고 자란 쌀
그러께 내린 빗물 스민 샘물 길어
오늘 아침 지어 먹는다.
4346.8.24.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