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와 함께 4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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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747


찬찬히 자라는 풋사랑은 앞으로
― 사야와 함께 4
 타니카와 후미코/문기업 옮김
 AK comics, 2017.10.25.


‘알 것 같아. 처음이지만 확실히 알 수 있어. 그런데 나는 들떠서 선생님에 관한 일을 잔뜩 얘기해 줬다.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반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어쩌지?’ (5쪽)


  태어난 아이는 자라는 푸름이로 살아갑니다. 어버이 곁에 머물면서 사랑을 듬뿍 받던 아이는 어느새 한결 넓은 마을을 바라보고 퍽 너른 이웃을 마주합니다. 그동안 받고서 누린 사랑을 가슴으로 키운 뒤, 이 사랑을 둘레에 살포시 나누고 싶습니다. 동무를 즐겁게 사귀고, 이곳저곳에 상냥한 손길을 뻗으며, 그리운 마음이 드는 이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나 같은 사람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거지? 언제부터 날 그렇게 바라봐 주었던 걸까? 보기만 해도 기쁘고, 웃으며 이름을 불러 주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12쪽)


  고등학생쯤 되는 푸름이라면 대학바라기가 제 삶에서 가장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긴 삶을 가로질러 헤아린다면, 대학교는 숱한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긴 삶에서 대학교라는 자리는 꼭 있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고등학생이 대학교에 가서 학문을 닦아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푸름이가 대학바라기로 푸른 나날을 보내야 하지 않아요. 이러면서 모든 고등학생이나 푸름이가 살피고 받아들이며 삭이면서 키울 한 가지가 있다고 여겨요. 바로 ‘사랑’입니다. ‘성교육’이 아닌 사랑을 배우면서 나누는 길을 비로소 헤아릴 때가 푸름이 나이라고 여깁니다.


“난 타나카가 좋아. 아주 좋아. 그러니까 응원할게. 힘내. 타나카도 쌤한테 꼭 고백해야 돼?” (27쪽)


  모두 네 권으로 이야기를 맺는 만화책 《사야와 함께》(AK comics, 2017)는 푸름이 나이에 맞이하는 새로운 숨결을 넌지시 짚습니다. 동무들이 서로 좋아하거나 다투는 흐름을 짚고, 저마다 마음에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서 끌리거나 멀어지는가를 짚습니다. 이러면서 또래하고는 다른 어른을 마주하면서 ‘어른스러운’, 아무래도 어른이니 어른스러울 텐데, 또래한테서는 느끼지 못하는 깊거나 너른 마음씨를 마주하면서 조금씩 싹트는 ‘좋아한다’는 느낌하고, 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싶은 나날을 짚어요.


“미야비, 고마워. 내 친구가 되어 주어서.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미야비를 만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을 배웠어.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할 때의 기쁨도. 미야비와 함께한 3년간은 내 보물이야. 난 미야비를 정말 좋아해.” (114쪽)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학교에서 온갖 말썽이 불거지곤 합니다. 따돌림이 불거집니다. 아직 주먹질이나 주먹다짐이 불거집니다. 또래끼리 때리거나 맞기도 하지만, 한두 살 위라고 해서 동생을 마구 다루거나 들볶기도 합니다. 가녀린 또래나 동생을 여러 가지로 괴롭히기도 하고요. 몸을 빼앗을 뿐 아니라 돈도 빼앗으며, 끝내 마음에 깊이 생채기를 내어 죽음길에 이르도록 내몰기까지 해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을 막자는 길만으로는 갖가지 말썽을 잠재우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 ‘폭력은 안 돼’라는 말만 하기보다는, 우리가 서로 어떤 목숨이고 사람이며 삶인가를 제대로 알고 느끼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태어났고, 사랑을 먹으면서 자랐으며, 앞으로 이웃이나 동무나 누구를 사랑하는 새로운 어른으로 살아가리라 하는 길을 보여주고 가르치며 이끌 수 있어야지 싶어요.


‘만약 힘든 밤이 오더라도 괜찮아. 아주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보낸 나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149쪽)


  만화책 《사야와 함께》는 푸름이가 하루를 새롭게 마주하고 기쁘게 돌아볼 수 있도록 북돋우는 사랑을 짚어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짚고,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어떤 몸짓으로 어떤 말을 하는가를 짚습니다.

  좋아하기에 아낄 수 있고 믿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느낌을 사랑으로 키우고 싶기에 동무한테 기운을 내라고, 씩씩하게 맞서라고, 다시 일어서라고, 모두 할 수 있다고, 이제 하나씩 해 보자고 곁에서 상냥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 수 있어요.

  흔한 말로 이르기를,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재산도 겉모습도 안 따진다고 해요. 더구나 사랑은 책이나 지식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배울 수 없지요. 어쩌면 이런 대목 때문에 학교에서 사랑을 보여주거나 가르치기 어려울는지 몰라요. 아무런 틀이 없는데다가 책(교과서)으로는 못 배우는 사랑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입시교육만 하는지 모르거든요.

  그렇지만 우리가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푸름이를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이 사랑을 가르칠 수 있으면 집·마을·학교·나라는 차츰 아름다이 달라지리라 봅니다. 온누리 푸름이가 어른하고 어버이한테서 즐거우면서 곱게 사랑을 지켜보고 배울 수 있다면, 참말 모두 거듭날 만하리라 봅니다. 찬찬히 자라는 풋사랑이 알뜰히 영글도록 따사로이 마주하고 어깨를 겯기를 바라요. 사랑을 속삭이고 사랑을 노래하며 사랑을 꿈꾸는 배움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2018.1.2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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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3 - 개정판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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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45



옛이야기 아닌 오늘이야기

― 신과 함께, 신화편 下

 주호민 글·그림

 애니북스, 2012.11.16.



천상에서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가정을 화액으로부터 지켜 주는 가택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여산부인과 일곱 형제를 신으로 추대하기에 이른다. 어머니 여산부인은 부엌을 권장하는 조왕신으로, 첫째부터 다섯째는 각각 동서남북과 중앙을 관장하는 오방신장으로 ……. (139쪽)


“넌 사람들 수명이 딱딱 정해져 있으면 좋을 것 같냐?” (152쪽)


“사람이 천상에 다녀온 사례도 있습니다. 할락궁이, 황우양, 녹두생이. 모두 천상에 다녀온 사람들이에요. 서방님도 분명히 다녀오실 수 있을 거예요.” “흥! 그런 건 다 옛날얘기 아니오?” (235쪽)



  만화책 《신과 함께》는 옛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런데 이 옛이야기는 꼭 옛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하루가 지나면 바로 어제가 되고, 어제란 언제나 옛날이에요. 더욱이 아침에 겪은 일은 낮이 되면 지나간 일이에요. 낮에 돌아보자면 아침조차 옛날이요, 저녁이 되면 낮에 한 일까지 옛날입니다.


  하늘나라에 다녀왔다는 옛사람 이야기는 참말 옛이야기이기만은 아닙니다. 옛날에야 하늘나라에 다녀왔을 뿐, 오늘 누가 다녀올 수 있겠느냐 여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옛날에 하늘나라에 다녀온 사람들은 옛날이 아닌 오늘(옛날로서는 오늘) 새로운 길을 열었어요.


  옛이야기로 돌리면서 콧방귀를 뀐다면, 어쩌면 우리 스스로 오늘 할 일을 미루는 몸짓은 아닐까요. 오늘 우리 스스로 온힘을 다해서 맞닥뜨리려 한다면 오늘이야기는 앞으로 두고두고 되새길 옛이야기가 될는지 몰라요.


  다시 말해서 옛날부터 흐르고 흐른 이야기란, 오늘 우리가 즐기는 옛이야기란, ‘오늘 하루를 온힘을 다해 부딪히고 맞아들이면서 살아온 사람들 발자취’라고 할 만합니다. 오늘이야기가 옛이야기가 되고, 옛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오늘이야기를 짓는다고 할까요.


  신이라는 님, 하느님이라는 숨결은, 그야말로 저 높은 하늘에만 있는 넋이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이기도 하면서, 우리 이웃이기도 한 모습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잊거나 잃은 하늘넋을 되찾도록 북돋우는 옛이야기일 수 있어요. 2018.1.1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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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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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44



홀가분히 먹을 수 있어 마음을 놓다

― 심야식당 12

 아베 야로 글·그림/장지연 옮김

 미우, 2014.2.28.



“얼마 전에도 백화점에서 딸한테 초콜릿 보내주려고 줄 서 있는데 바로 제 앞에서 품절되는 거 있죠? 40분이나 기다렸는데. 그래도 오늘은 여기에 오길 참 잘 했네요. 하루 여섯 그릇 한정인 국수를 먹게 됐으니.” “네에.” (53∼54쪽)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에 있으면 아무리 잔칫밥을 차려 주었어도 수저를 들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에서는 수저를 들어도 입에 밥이 들어오는지 흙이 들어오는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에서는 밥을 못 먹기 마련이요, 억지로 무엇을 집어넣어도 거북할 뿐입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라면 아무리 허술한 밥을 먹어도 느긋합니다. 속도 수월하고요.


  우리는 겉보기로 밥을 먹으나 속보기로 따스한 기운을 먹는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따스한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기에, 이 기운이 몸을 살릴 뿐 아니라 마음을 넉넉히 북돋아 주지 싶어요.


  만화책 《심야 식당》은, 그러니까 ‘한밤’에 문을 여는 작은 가게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이들이 비로소 마음을 푹 놓으면서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이 만화책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면, 우리 둘레에 마음을 못 놓고 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테지요. 그러니 첫 권부터 끝 권까지 모두 같은 얼거리로 흐르리라 느낍니다. 열둘째 권을 읽다가 예순 몇 쪽에서 덮습니다. 더 읽지 않아도 뒷이야기가 뻔히 보입니다. 2018.1.1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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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24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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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71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 백귀야행 24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6.4.25. 5000원



“어젯밤에 가규랑 무슨 얘기를 했냐?” “꿈이라니까.” “꿈은 이승과 저승의 연결통로야.” (14쪽)


“정말로 살인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사람들, 전쟁 후에 만주에서 돌아오는 과정에서 굶주림과 병으로 가족을 차례차례 잃었다더라. 귀환했을 때는 어머니와 그 양반 둘만 남았대. 있지, 여덟 살짜리 애가 뭘 봤는지 알아?” (106쪽)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집어삼켜 온 걸까요. 정말 두려운 건 인간의 업이죠.” (151쪽)


“그래, 아오이. 네 책임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어지는 건 너야.” (158쪽)


“보는 이에 따라 원망, 공포, 증오, 혐오, 꿈,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춘다고 하지요.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였습니까? 설령 어떤 결과가 됐든, 그것은 진실. 당신이 바란 일이니,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십시오.” (193쪽)



  얼마든지 네 탓을 할 수 있습니다. 네가 잘못했기에 나까지 휘말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남을 탓하면서 스스로 삶을 바라보는 길하고 멀어질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내 탓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림없이 잘못하기는 했습니다만, 늘 탓하고 탓하면서 하루흘 보낼 수 있습니다.


  네 탓을 하든 내 탓을 하든, 우리는 스스로 새로짓기를 하는 길하고는 멉니다. 왜냐하면 탓일 뿐이거든요. 너도 나도 탓할 일이란 없습니다. 너도 나도 새롭게 일어서거나 눈을 뜨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앙금을 씻어야 하지요. 아쉬움을 털어야 하지요. 오늘부터 한 걸음씩 걸으면 될 뿐인 줄 생각해야지요. 서로 따스히 어루만지고, 함께 포근히 감쌀 줄 아는 마음을 길러야지요.


  《백귀야행》 스물넷째 권은 이 대목을 고요히 짚습니다. 누구를 탓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를 탓하는 터라 미움이 작은 씨앗으로 드리우면서 자꾸자꾸 자란다고 말입니다.


  얼른 탓질을 멈추어야 합니다.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모두 내려놓은 채 새로운 길로 한 걸음을 내딛을 노릇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오늘부터 새롭게, 오늘부터 손을 맞잡고서. 2018.1.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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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9 - 완결,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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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43



푸념하지 않고 신나게 놀다

―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9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11.25. 4500원


“당신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어.” “가르치다, 니, 뭘?”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걸. 푸념이나 할 시간 따위 없다는 걸. 오늘이라는 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당신들이 그 가게에서 떠들어대며 술 마시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너무 화가 나고, 부러웠어.” (16∼18쪽)


“알겠어? 난 그 모임, 그만두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날 좋아해 주지 않아도, 난 내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 없어!” (32∼33쪽)


‘그 녀석이 내게 따끔하게 말해 준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여자 아이들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전까지의 우리는 매일, 젊은 시절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일상을 살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멈춰 서 있는지 오히려 돌아가고 있는지…….’ (74∼75쪽)



  살아가며 푸념할 틈이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보면 ‘없지’ 하는 한 마디가 떠오릅니다. 참말로 우리한테는 푸념할 틈이란 없습니다. 그저 살아갈 나날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살거나 저렇게 살거나 우리로서는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누릴 뿐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오늘이 마치 마지막날이라도 되는 듯 신나게 놉니다. 신나게 논 아이들은 밤이 되면 아주 곯아떨어집니다. 아침에 눈을 번쩍 떠요. 어쩌면 하루란, 한삶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까지 무엇을 하며 사느냐 하는 모습이 우리가 아기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무렵까지 지내는 모습이지 싶어요.


  아홉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는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에서는 두 사람, 서른세 살 가시내하고 갓 스물을 넘긴 사내가 마음이 맞는 짝을 이룹니다. 아주 안 맞을 듯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다르게 보면 아주 잘 맞을 수 있는 두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짐짓 달라 보입니다만, 속으로는 같아요. 두 사람 모두 한 가지만 쳐다볼 뿐입니다. 두 사람 모두 외곬입니다. 두 사람 모두 곁을 제대로 못 살핍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날마다 푸념하는 삶이란, 푸념을 하면서 뜻있을 수 있어요. 날마다 노닥거리는 삶은 날마다 노닥거리면서 뜻있을 수 있겠지요. 푸념을 하든 노닥거리든, 이들은 무엇을 합니다. 이 무엇이 참말로 무엇인지를 아직 모르지만 말예요. 아마 앞으로는 깨달을까요? 둘이 사귀는 하루를 보내면 이제는 어렴풋이 깨달을까요?


  벼랑으로 가면서 벼랑길인 줄 모를 적에는 벼랑에서 미끄러져도 모릅니다. 벼랑으로 가더라도 스스로 꿈을 지어서 걸을 줄 안다면 좁은 벼랑에서도 거침없이 척척 나아갑니다. 두 사람한테 열릴 새길은 어제하고는 다르겠지요. 2017.12.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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