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크고 못된 돼지
주연경 지음 / 한솔수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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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14


《진짜 크고 못된 돼지》

 주연경

 한솔수북

 2020.9.21.



  돼지는 돼지고기가 아닙니다. 소는 소고기가 아닙니다. 고래나 오징어는 물고기가 아닙니다. 사람이란 눈이기에 둘레 숨결을 ‘고기’로 본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썩 옳지 않아요. ‘사람이 둘레 숨결을 고기로 바라본 일’은 얼마 안 됩니다. 사람은 예부터 둘레 숨결을 ‘이웃’으로 보았습니다. 돼지·소·닭은 ‘목숨’일까요, ‘먹을거리’일까요? 돼지·소·닭을 먹거나 말거나 이 대목을 먼저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벼·밀·콩을 먹든 말든 벼·밀·콩은 ‘목숨’인가요, ‘먹을거리’인가요? 《진짜 크고 못된 돼지》를 얼추 스무 벌쯤 되읽어 보는데 영 실마리가 안 잡힙니다. 오늘날 잿빛집(아파트)이 넘치는 이 서울판(도시공화국)을 넌지시 나무라는 줄거리로 보아도 될는지, ‘돼지는 정작 안 나쁘지만 엄니(전쟁무기) 탓에 사납빼기로 바뀐다’고 빗대려는 얼거리인지 알쏭합니다. 다만 돼지하고 늑대를 나란히 두면서 조금 웃기는 줄거리를 짰지 싶은데, 흰돼지는 사람이 길들인 고깃덩이라면 들돼지(멧돼지)는 흰빛이 아니요, 늑대는 숲을 사랑하는 착한벗인 줄 너무 모르는 흐름입니다. 길들인 생각으로 숲이웃 참빛을 엉뚱하게 그려내지 않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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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이상해 그린이네 그림책장
베랑제르 마리예 지음, 이보미 옮김 / 그린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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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21


《아델은 이상해》

 베랑제르 마리예

 이보미 옮김

 그린북

 2020.8.24.



  저는 치마를 즐겨입는 사내입니다만 늘 치마를 두르지 않습니다. 치마를 두르고 싶을 적에 치마를 두르고, 치마를 안 두르고 싶으면 바지를 뀁니다. 바야흐로 11월을 앞둔 오늘 저는 꽤나 짤막한 바지를 뀁니다. 민소매를 걸치고요. 둘레에서는 “안 춥니?” 하고 물어요. “왜 추워요?” 하고 되묻지요. “아니, 춥잖아?” 하면 “왜 추워야 하는데요?” 하고 되물어요. 한여름에는 늘 땡볕에 서요. 그늘에 서는 일이 없는 저더러 “여기 그늘로 와.” 하고 묻는데 “왜 더워야 해요? 왜 그늘에 가야 해요?” 하고 되묻습니다. 해바라기를 하고 싶기에 한겨울에도 가볍고 짧은 차림으로 다닙니다. 《아델은 이상해》를 읽으며 어쩐지 알쏭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그림책은 “Adele”이란 이름으로만 나왔어요. 우리말로 옮기며 ‘이상해’를 건더더기로 붙였네요. 참으로 군말입니다. 아델은 그저 아델인걸요. 책이름에 쓰잘데기없이 ‘이상해’를 붙이면서 아델을 비롯한 다 다른 숱한 사람을 마치 ‘다른’ 사람으로 그리는데요, 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다 다른 사람 가운데 하나인 다른”일 뿐이에요. 똑같은 들풀은 하나도 없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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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
유은실 지음, 김재홍 그림, 권정생 원작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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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20


《그해 가을》

 유은실 엮음

 권정생 글

 김재홍 그림

 창비

 2018.12.14.



  아이를 돌보는 이웃님을 만날 적에 저는 “아이가 학교는 잘 다녀요?”라든지 “아이가 몇 살이어요?” 하고 안 물어요. 이밖에 안 묻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물을 까닭이 없을 뿐더러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요. 둘레 이웃님은 으레 우리한테 이 두 가지를 묻습니다. 저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우리 집 아이들은 ‘우리 집 학교’를 다녀요.” 하고 말하지요. ‘졸업장 학교’가 아닌 보금자리이면서 배움터인 우리 집에서 저희 마음껏 하루를 지어서 누린다고 들려줍니다. 《그해 가을》을 보며 생각합니다. 아, 권정생 할배 글로 엮었네 싶고, 권정생 할배가 살던 그무렵을, 또 권정생 할배가 마주하고 바라본 그 아이, 그 삶터, 그 마을을 어느 만큼 마음으로 맞아들여서 엮었나 궁금합니다. 아니, 딱히 궁금하지는 않아요. 그해 가을 그 아이는 권정생 할배 곁에만 있지 않아요. 오늘 우리 곁에도 수두룩해요. 아이들은 왜 ‘학교’란 이름이 붙은 곳을 다녀야 하나요? 아이들은 왜 ‘졸업장’을 받아야 하나요? 아이들은 왜 ‘놀이’를 누리면 안 되나요? 아이들은 왜 ‘일’을 안 배우면 안 되나요? 올해 가을은 유난히 구름이 아름답습니다. 구름 좀 보며 살아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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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비밀 그림책은 내 친구 57
차재혁 지음, 최은영 그림 / 논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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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6


《색깔의 비밀

 차재혁 글

 최은영 그림

 논장

 2020.7.10.



  모든 빛깔은 다릅니다. 그래서 같아요. 모든 빛깔은 같지요. 그래서 다르고요. 언뜻 듣자면 터무니없는 돌림말 같지만, 돌림말이 아닌 참말입니다. 자, 이 풀잎을 보셔요. 새벽하고 아침하고 낮하고 저녁하고 밤에 똑같은 빛깔로 보이나요? 자, 저 별을 보셔요. 밤하늘에 보는 빛살을 낮하늘에도 보나요? 시골에서 보는 빛줄기를 서울에서도 보나요? 아무리 낮하늘이나 서울에서 못 알아보는 별이라 해도 별은 반드시 그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풀빛이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가를 제대로 못 읽더라도 참말로 모든 풀빛은 다 다르면서 같습니다. 《색깔의 비밀》은 겉빛이나 겉모습으로 ‘가르거나 재거나 따지거나 쪼개거나 멀리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룹니다. 이 대목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 더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다투거나 고단한 줄거리를 굳이 살을 입혀야 하지는 않아요. ‘남이 따지는 다르다는 소리’에 휩쓸리다가 벗어나는 줄거리도 나쁘지는 않으나, 이보다는 ‘나 스스로 어떤 숨빛으로 태어나서 이 숨결을 어떻게 누리고 가꾸고 돌보면서 사랑으로 나아가는가’라는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짚는다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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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7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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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19


《동백꽃》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아이세움

 2013.5.15.



  좋아하기에 다가섭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 머뭇거립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털어놓자니 어쩐지 부끄럽거나 창피해서 뜬금없이 딴말을 하거나 딴청을 하는데, 때때로 모질다 싶은 말을 휙 내뱉고서 돌아서기도 합니다. 좋아하기에 좋아한다고 밝히면 될 텐데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워서 좋아하는 마음을 못 알아채도록 매섭게 굴까요? 무엇 때문에 그리도 토라지면서 더 사납게 굴까요? 그렇지만 이 모든 허울이나 꾸밈새는 바람에 구르는 가랑잎처럼 매우 쉽게 털어내곤 해요. 김유정 님이 남긴 글에 그림을 얹은 《동백꽃》은 이러한 실랑이를 담아내었다고 하는데, 이뿐 아니라 우리가 오래도록 지은 수수한 살림자리랑 살림집이랑 살림꽃하고 얼크러지는 모습을 나란히 들려줍니다. 마치 그림처럼 담은 글이라 할 만해요.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떠오른달까요. 흙내음이 물씬 나고, 풀내음이 물큰 나며, 숲바람이 가볍게 일렁이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에는 서로 어떤 실랑이를 어디에서 펼까요? 바람이 훅 끼치는, 나무가 우거진, 흙내가 구수한 마을은 어디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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