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39
하종오 지음, 김윤경 그림 / 현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7


《꽃구경》

 하종오 글

 김윤경 그림

 현북스

 2020.3.16.



  꽃은 씨앗을 맺으려고 피어나서 잠드는 숨결입니다. 잎은 씨앗을 맺는 몸을 튼튼하게 가꾸려고 돋아나서 시들고는 뿌리로 돌아가는 숨결입니다. 모든 풀하고 나무는 꽃이랑 잎을 나란히 건사합니다. 둘 가운데 하나라도 없다면 풀이고 나무이고 살아가지 못합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요. 누구나 곱게 씨앗을 속으로 품으며, 씨앗 품은 이 몸을 튼튼하게 돌보면서 하루를 누려요. 우리가 몸에 품은 씨앗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는 빛이 되는데, 우리가 마음에 품은 씨앗은 철이 들면서 차츰 사랑으로 자라서 꿈으로 깨어나는 노래가 됩니다. 《꽃구경》은 꽃을 구경하는 어른 눈썰미를 보여줍니다. 어른들은 꽃‘구경’을 가지요. 이 동시그림책이 어린이 눈높이를 살폈다면 구경이 아닌 놀이를, 다시 말해 꽃‘놀이’로 엮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린이한테 꽃은 구경거리나 볼거리가 아니거든요. 어린이한테 꽃은 놀이동무입니다. 구태여 나물로 삼는다거나 꽃지짐으로 먹어야 하지 않아요. 참말로 어린이는 꽃이랑 놀고, 꽃하고 노래하고, 꽃가락지를 엮고, 꽃내음을 물씬 맡다가, 꽃꿀을 쪽쪽 빨면서 나비가 되곤 합니다. 봄빛을 그림책에 담으려는 마음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먼발치 어른은 내려놓고서 놀이마당을 누릴 어린이를 생각해 주셔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끼들의 밤 그림책이 참 좋아 13
이수지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6


《토끼들의 밤》

 이수지

 책읽는곰

 2013.8.26.



  구멍난 버선을 아무렇지 않게 꿰고 다닙니다. 집에서야 늘 맨발에 맨손입니다만, 바깥에 나갈 적에는 발에 버선을 꿰는데 구멍이 났건 튿어졌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얇은 천조각이 발바닥을 보드라이 감싸 주기에 고맙다고 여겨요. 스무 해 넘게 두른 옷가지라 솔기가 터지곤 하는데, 터진 솔기는 터진 대로 둡니다. 스무 해를 둘렀건 마흔 해를 건사했건, 옷 한 벌은 오롯이 옷일 뿐, ‘솔기 터진 옷’이 아니거든요. 구멍난 옷처럼 ‘구멍난 몸’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구멍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몸에서 이곳에 구멍이 있구나, 좀 아프구나, 이렇게 느끼면서 이 아픈(구멍난) 몸을 한결 따사로이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지요. 《토끼들의 밤》은 토끼하고 밤을 보내는 얼음장수 이야기를 다룹니다. 토끼가 얼음을 즐길는지 안 즐길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토끼도 사람처럼 이 별에서 살아갑니다. 이 별은 토끼도 돼지도 새도 살아가는 터예요. 사람들은 나라를 가르고 ‘내 땅’이라며 금을 긋지만, 푸른별 다른 목숨붙이는 어느 누구도 ‘나 혼자 살 땅’으로 가르지 않아요. 숲에 토끼만 있다면 그곳은 풀잎이며 열매가 안 남아나서 다 괴롭겠지요. ‘토끼지킴터’를 따로 두는 사람들인데, 큰고장은 어쩌면 ‘사람지킴터’이지 않을까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포의 여행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62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8


《피포의 여행》

 토네 사토에

 엄혜숙 옮김

 봄봄

 2017.6.30.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들으려고 하는 노래를 찾아서 들어요. 전기를 먹는 틀에서 흐르는 노래이든, 나뭇가지에 앉아서 열매나 벌레를 찾는 새가 들려주는 노래이든, 스스로 바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풀잎이 바람에 스치는 노래를 반기는 사람이 있고, 가랑잎이 마당에서 구르는 노래가 신나는 사람이 있어요. 개미가 짐을 나르면서 서로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면, 구름이 비를 뿌리지 않더니 하늘에서 조용히 흩어지며 퍼뜨리는 노래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피포의 여행》은 길을 나서는 노래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저마다 나서는 길이란 저마다 다른 빛깔로 이 땅을 물들여 우리 발바닥이 새롭게 물드는 하루가 되는 줄 보여주지요. 아침에 일터나 배움터로 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얼마든지 마실길입니다. 그냥그냥 ‘출퇴근길·통학길’이라고 여긴다면 따분하겠지요. 그렇지만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다른 길을 다른 하늘에 다른 골목에 다른 풀밭에 다른 바람을 느끼면서 걷는다면, 으레 걷는 이 길을 우리 스스로 새롭게 가꿀 만합니다. 남들이 멋진 길을 꾸며 주거나 나무를 심어 주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가 꽃씨를 묻고 어린나무 한 그루를 살며시 옮겨심으면 돼요. 누구나 ‘나무 심는 사람’입니다. ㅅㄴㄹ


#刀根里衣 #ぴっぽのたび #ElViajeDePipo #SatoeTon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6
루이제 파쇼 글, 로저 뒤바젱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8


《행복한 사자》

 루이제 파쇼 글

 로저 뒤바젱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1997.6.18.



  우리는 동물원·식물원을 없앨 수 있을까요? 수목원도 없앨 마음을 일으킬 수 있나요? 동물원·식물원·수목원도 없앤다면 큰고장이 너무 메마르지 않겠느냐고, 아이들한테 배울거리를 빼앗는 셈 아니냐고 물을 만합니다. 그렇지만 동물원·식물원·수목원은 들짐승하고 풀꽃나무한테는 사슬터입니다. 꽁꽁 가두어 사람손에 길들인 채 먹이만 주고, 스스로 삶을 짓지 못하도록 옭매는 데예요. 어른들은 동물원·식물원처럼 학교·회사·군대·공공기관을 세웁니다. 틀에 맞추고, 위아래를 짜며, 줄서기를 시킵니다. 자, 이런 곳에 자유·민주·평등·평화 가운데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행복한 사자》는 오직 ‘동물원 사슬터에 있을 적’에만 사람들한테서 귀염받는 사자 이야기를 다룹니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라며 귀염받고 먹이 걱정이 없는 사자는 사람을 꺼리지 않지만, 사람이 사는 터전이 어떤 얼개인지 몰라요. 오직 사슬터 좁은 곳이 ‘보고 느끼고 겪고 생각하며 알 수 있는 모든 틀’입니다. 사슬터 밖으로 나올 자유도 권리도 없는 사자를 마주하면서 스스럼없는 아이가 딱 하나 있어, 이 아이는 사자 마음을 달래고, 엉성한 어른을 지나쳐 갑니다. 짐승·풀꽃나무·사람 모두는 그저 숲을 누려야 할 뿐입니다. ㅅㄴㄹ


#RogerDuvoisin #LouiseFatio #TheHappyLi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더 커!
경혜원 지음 / 한림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5


《내가 더 커!》

 경혜원

 한림출판사

 2018.8.23.



  아이들은 키로 다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키로 다툰다면 둘레에서 어른들이 아이를 바라보며 자꾸 키 이야기를 한 탓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열 아이가 있으면 열 아이는 모두 다르면서 똑같이 사랑스럽습니다. 키가 크건 힘이 세건 대단하지 않아요. 키가 작건 힘이 여리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를 마주할 적에 겉몸도 살피면 좋겠지만, 언제나 겉몸에 앞서 마음빛을 살필 노릇이에요. 이 마음빛이 얼마나 즐거우면서 상냥하고 눈부시게 자라나는가 하고 지켜보고 살펴보고 돌아보면 됩니다. 《내가 더 커!》는 또래 사이에 힘겨루기를 하는 오늘날 모습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생각해 봐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들어갈 적부터 줄서기를 해요. 초등학교도 줄서기를 하지요. 키높이에 맞추어 ‘번호’를 매기고 ‘자리’를 가릅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키가 이러하건 저러하건 ‘번호’ 없이, ‘자리’는 스스로 마음에 드는 결을 살피되 모든 자리에 다 앉아 보도록 이끌 노릇이지 싶습니다. 아이는 번호도 숫자(키나 몸무게)가 아니거든요. 사람한테서 사람빛을 지워버려 길들이려고 자꾸 번호나 숫자를 붙입니다. 또래가 아닌 동무가 되려면, 함께 웃고 노래하는 즐거운 살림자리가 되려면, 이름만 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