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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 역사스페셜 우리 인물, 세계와 通하다 ㅣ KBS 新역사스페셜 2
KBS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읽은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란 책을 통해 우리가 결코 세계와 소통하지 않은
고립된 나라가 아니었음을 여러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KBS 역사
스페셜에서 방송된 내용 중 개인적인 차원에서 세계와 소통한 사례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먼저 계몽사상을 전파하며 시민혁명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던 백과사전은 아직도 명성이 높은
브리태니커처럼 서양에서나 있었던 거라 생각했는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와 같은 한국식
백과사전이 우리에게도 존재했었다. 단지 서양에선 백과사전이 널리 보급되면서 세상을 바꿨던 반면
우리는 평가절하당하며 금방 사장당했다는 차이가 우리의 민주화와 사회 발전을 서양에 비해
한참이나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류기는 정말 놀랄 만한 얘기였다. 지금의 오키나와를 비롯, 필리핀과
마카오를 거쳐 간신히 돌아온 그의 파란만장한 표류담은 다른 나라의 문물을 국내에 소개해줬고
실학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백제의 마지막 공주 부여태비의 얘기는 처음 알게 된 얘기였는데 비록 백제가 멸망한 이후에도
당나라에서 유민들이 상당기간 명맥을 유지했음을 알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내용은 역시 1586년 다물사리 소송 사건이었다. 다물사리란 노인이 양인인지
노비인지를 다툰 사건이었는데 의아하게도 본인은 자신이 노비라고 주장하고 원고는 피고를
양인이라 주장하는 상식과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는 노비의 소유관계에 관한 복잡한
원칙 때문이었다. 노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종모법이 적용되어 어머니가 노비면 자식도 노비
신분이 되는데 예외적으로 노비가 양인 여성과 혼인하였을 경우에는 종모법보다는 일천즉천의
원칙에 의해 노비의 상전에게 자녀들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구조였다.
인간을 물건처럼 소유관계를 따지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지만 노비 중에도 사노비와 공노비의
생활여건이 천지차이였기 때문에 공노비로 인정받기 위해 이런 황당한 소송이 벌어졌던 것이다.
안타까웠던 내용은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의 사연이었다. 청산리 대첩의 김좌진 장군을 부사령으로
거느렸던 독립운동의 거물이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 전무한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 나라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독립투사들을 안 챙겼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그의 미망인이 냉방에서 굶주림 속에
외롭게 죽어간 사실은 정말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광복회가 암살하려했던 실패한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 권력을 쥐면서 이들이 독립투사로 인정받는 걸 방해했기 때문인데
독립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들과 그의 후손들은 여전히 가난의 고통 속에 사는데 반해
친일파들은 대대로 부유한 삶을 누리는 서글픈 현실은 정말 통탄할 노릇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세계와 소통한 사례라고 하기엔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소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계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아닌 내용들(특히 2장)을 억지로 세계와의 소통이란 범주라 묶으려 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책의 전체적인 컨셉은 좀 통일적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은 나름 역사에
관심이 있고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생소했던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역시 역사라는 게 한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여서 이룬 거대한
흐름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는데 대중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던 그런 내용이나
인물들의 삶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