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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별을 3개 줄까 4개 줄까 고민을 하다, 3개를 준다. 2007년 퓰리처상 수상에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찬사를 받은 책에 별 3개를 주다니, 내 수준이 아직 이정도 인가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어마어마한 걸 기대했는데 물론 나쁘진 않다. 괜찮은 소설이라고 말 하고 싶다. 하지만 모르겠다 큰 감동과 감흥을 못 느낀 것 같다. 책을 잘 못 읽을 걸까?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 리뷰나 책 소개를 읽어봤다. 조금씩 수수께끼?가 풀렸다.
이 책의 내용은 세상이 불타고 난 후에 벌어지는 한 부자의 로드무비?이다. 70살이 넘은 작가가 10살 난 아들과 여행을 하다 문득 떠오른 착상을 소설로 옮겼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들에게 헌정한 소설이라고 한다.
(이 아래 부터는 스포성 글들이 있습니다.)
작가가 왜 이 소설을 썼는지 알게 되자 소설의 맥락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절망과 희망.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아버지는 서서히 죽어간다. 아들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아들을 남겨두고 죽게되고 아들은 아버지와 헤어지지만 다른 희망과 만나서 길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나이가 든 노 작가와 어린 아들. 같은 포맷이다. 그리고 이 작가는 은둔형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과 매치되는 부분이 많다. 결국 절망 속에서 아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죽더라도 넌 꿋꿋히 살아가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이 소설이 왜 쓰여졌는 가 하는 궁금증은 어느정도 풀렸고, 아직 세가지 궁금증이 더 남았다.
첫째, 왜 세상은 불타버렸는가? 두번째, 왜 이들은 남쪽으로 향하는 가? 셋째, 불은 운반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복잡한 건 싫다. 쉽게 생각하자. 세상이 불탄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불타고 남은 세상만 묘사될 뿐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도 아들과 함께 간 마을에서 문득 '50년 후에 이 마을은 어떻게 될까?' 라는 착상에서 소설을 썼다고 했다. 50년 후의 마을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자, 불타고 남은 황량한 마을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렇다. 세상이 불탄 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불타고 나면 그 후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핵심인 것이다.
두번째, 왜 이들은 남쪽으로 향하는 가? 이것도 그냥 쉽게 생각해서 소설 속에 계절적 배경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깐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 더 쉽게 이야기 해서 '희망'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다. 이 '희망'이란게 참 묘하게 그려진다. '남쪽으로 꼭 가야돼!' 가 아니라 '아무런 목표도 없으면 안되니깐 남쪽이라도 가보자' 이런 느낌이다. 남쪽에 희망이 있을 지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지 남쪽까지 갈 수나 있을 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가보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성찰 같게도 느껴진다.
셋째, 소설 속 주인공이 아들에게 이야기 하는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역시 쉽게 생각해보자. 불은 따뜻함. 안락함. 생존의 필수품. 희망의 메세지이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불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죽기 전 아들에게 '불은 네 마음 속에 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역시나 불은 곧 희망, 삶에 대한 의지이다.
내가 아들이 생긴 후 나이가 더 먹고 이 소설을 읽는 다면 별 5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