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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넷째 권에 이르러 ‘거의 어른으로 자란’ 이치노세 카이가 피아노를 친다. 수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쇼팽을 찬찬히 친다. 숲에서 나고 자란 카이가 치는 피아노에는 숲바람이 감돌고 숲내음이 흐르며 숲빛으로 밝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다른 아이들도 숲에서 나고 자랐으면 카이처럼 숲바람과 숲내음과 숲빛이 가득한 피아노를 들려줄 수 있겠지. 곰곰이 헤아리면, 우리는 누구나 ‘숲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숲에서 살면 숲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섬진강에서 살면 ‘섬진강 피아노’를 치고, 지리산에서 살면 ‘지리산 피아노’를 치며, 제주섬에서 살면 ‘제주섬 피아노’를 친다. 스스로 사는 곳에서 스스로 새로운 노래를 지어 피아노를 들려준다. 이제 이치노세 카이와 ‘숲 피아노’ 이야기는 어떻게 흐를까. 숲을 피아노로 담은 아이는 이웃과 동무한테 어떤 노래를 새롭게 들려줄 수 있을까.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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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24-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9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14년 10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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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받고



  일산 할머니가 보내신 김치꾸러미를 오늘 받는다. 어제는 고구마꾸러미를 받았다. 어제오늘 일산 할머니는 ‘산타 할머니’가 되셨다.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우리 집 뒤꼍으로 통을 들고 간다. 가을볕 먹고 잘 익기 기다리던 유자를 딴다. 가위로 꼭지를 톡 잘라서 사름벼리한테 건네면, 걸상에 올라선 사름벼리는 아래에 있는 산들보라한테 다시 건네고, 산들보라는 누나한테서 받은 유자를 통에 담는다. 유자만 보내기에 상자가 조금 빈다. 그래서 모과나무에서 모과를 두 알 딴다. 며칠 앞서 떨어진 모과가 두 알 있기에, 모과도 두 알씩 나누어, 일산으로 한 꾸러미, 음성으로 한 꾸러미 보내기로 한다. 이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가면 된다. 몸살이 다 나은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가야지. 4347.10.29.물.ㅎㄲㅅ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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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6) 통하다通 70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바느질을 통해 오롯이 손끝에 집중됐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94쪽


 바느질을 통해

→ 바느질을 거쳐

→ 바느질을 하는 동안에

→ 바느질을 하는 사이에

→ 바느질을 하면서

 …



  어떤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이는 길에 바느질을 ‘거칩’니다. 그러니까, 바느질을 ‘거쳐’ 어떤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입니다. 한편, 바느질을 ‘하는 동안’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여요. 바느질을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손끝으로 모입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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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들이 바느질을 하면서 오롯이 손끝에 모였다


“생(生)의 소중(所重)한 기억(記憶)”이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먼저, ‘소중’이라는 한자말은 “매우 귀중하다”를 뜻합니다.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하다”를 뜻하고,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을 뜻합니다. 다른 한자말을 더 찾아보아도 돌림풀이일 뿐, ‘소중’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요. 그러나, 이 보기글을 가만히 헤아린다면, 살아가면서 애틋하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반갑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되새긴다고 하는 뜻이지 싶어요. 그러면, 이러한 뜻대로 “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나 “삶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나 “내 삶에서 살뜰한 이야기”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손볼 수 있어요. ‘집중(集中)됐다’는 ‘모였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7) 통하다通 71


편식 같은 건 우리 집에서 통하지 않았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88쪽


 우리 집에서 통하지 않았다

→ 우리 집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우리 집에서 할 수 없었다

→ 우리 집에 없었다

 …



  밥을 먹을 적에 이것만 먹거나 저것만 골라서 먹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요. 골라먹기나 가려먹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밥버릇은 ‘곱게 보아넘기지’ 않은 셈입니다. 따끔하게 나무랐다든지, 모질게 꾸짖었다고 할 만합니다. 이를 단출하게 가리킨다면, “우리 집에는 골라먹기 따위는 없었다”쯤 될 테지요. 4347.10.29.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골라먹기 따위는 우리 집에 없었다


‘편식(偏食)’은 ‘골라먹기’나 ‘가려먹기’로 손질하면서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같은 건”은 “따위는”이나 “같은 일은”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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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가을에도 맨치마차림



  사름벼리는 가을이 깊은 날에도 맨치마만 걸치는 차림이 한결 즐겁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더라도 땀을 흘리면서 달리면 덥다면서 맨치마만 걸치려 한다. 얘야, 한낮에는 그렇게 놀더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안에 웃옷 한 벌은 받쳐서 입으렴.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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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75. 너는 어디에



  사진을 찍는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서울 종로 뒷골목에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골마을 작은 집 텃밭에 있을까요. 내가 선 곳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찍는지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어떤 사진을 왜 찍는지 생각합니다.


  사진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아니면 이름을 안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누군가는 이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저 즐겁게 사진을 찍었을는지 모릅니다.


  사진역사를 찬찬히 읽다 보면, 적잖은 이들은 ‘역사에 남길 만한 사진’을 찾아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역사에 남길 만하다 싶은 이야기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셈입니다. 이리하여 오늘날에도 ‘역사에 남길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술이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문화가 될 만한 이야기’라든지 ‘사회 문제로 크게 불거질 만한 이야기’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참말 역사와 예술과 문화와 사회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역사가 되어야 사진일까요? 예술이 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닐까요? 문화로 피어나지 않으면 사진이 아닌가요? 사회 문제를 터뜨리거나 건드리지 못하면 사진이 되지 못할까요?


  예나 이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은 ‘내가 가장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숲이나 물건’입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역사나 예술이나 문화나 사회 문제는 헤아리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예나 이제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어요.


  곰곰이 살피면, 시(동시)나 소설(동화)이나 수필이나 그림책 같은 문학을 보면, 거의 모든 작품이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예술·문화·역사·사회 문제를 건드리거나 다루거나 생각하는 문학도 제법 많지만, 사람들한테 널리 읽히거나 오랫동안 읽히는 문학은 으레 ‘꿈·사랑·믿음·웃음·노래·이야기·삶’을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요. 나는 어디에 있는가요. 너는 어디에 있는가요.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나는 무엇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너는 무엇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가요.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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