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예신형 지음 / 부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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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4.

까칠읽기 5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

 예신형

 부키

 2019.4.22.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예신형, 부키, 2019)이라는 책은 이름부터 눈을 끈다. 덥석 집어서 읽는다. 그런데 첫 대목부터 쓸쓸하다. 글쓴이는 “아빠가 자전거를 찾아올” 테니 “딸은 그저 타려고 하면 된다”고 말한다. 첫머리부터 잘못 꿰는구나. 자전거는 아빠(남성) 혼자 찾아올 살림이 아니다. 저잣마실을 갈 적에 엄마(여성)처럼 꼼꼼하게 이모저모 살피고 따지고 견주면서 헤아려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덥석 살 자전거가 아니다. 몇 날 며칠뿐 아니라, 달포나 한두 해에 걸쳐서 “어떤 자전거를 살까?” 하고 함께 알아볼 노릇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타기”부터 할 일이고, 빌려서 타 보는 동안에 “아이 몸과 마음에 맞는 자전거를 바로 아이부터 스스로 알아야 하고, 곁에서 어버이도 나란히 알아차려야 한”다. 또한 이 책은 ‘사서 쓰기(소비)’에서 그쳤다. 아무래도 글쓴이와 딸아이와 곁님은 ‘서울(도시)’에서만 살아갈 듯하니, ‘착하고 슬기로운 도시 소비자’라는 길을 살피는구나 싶은데, ‘도시 소비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눈으로 볼 노릇이라고 느낀다. 이 책에 한 줄로조차 안 나오지만, 자동차를 장만하려면 ‘자동차 기본정비’도 익힐 노릇이다. 옷을 장만하려면 ‘옷 빨래와 손질’도 익혀야 하지 않나? 빨래틀(세탁기)을 장만해 놓고서 ‘빨래틀 돌리기’뿐 아니라, ‘세탁기 기본정비·청소’를 안 익힌다면 어찌 되겠는가? ‘배롱빛 바지’를 사서 입다가 찢어지면 버리나? 바느질을 익혀서 찢긴 데를 기워야 하겠지? 그러니까, “자전거 타기”에 반드시 뒤따를 여럿 가운데 하나로 “자전거 손질(정비)과 닦기(청소)”가 있는데, 이 책에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전거 손질과 닦기”는 아예 못 쳐다본다. 글쓴이는 자전거를 새로 샀는지 궁금한데, 모든 새 자전거에는 “자전거 길잡이책”이 딸려 나온다. 5만 원짜리이든 100만 원이나 1000만 원짜리이든 “자전거 회사에서 짜맞추어 파는 모든 자전거”에는 “자전거 길잡이책”이 붙어서 나오고, 이 길잡이책을 읽으면 누구나 집에서 가볍게 손질하는 길을 비롯해서, 안장과 손잡이 높이 맞추기라든지, 기본 교통 법규·지식과 안전장구 이야기도 꽤 꼼꼼하게 나온다. 이밖에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이 철철 넘치지만, 더 말하지는 않기로 한다. 부디 글쓴이가 스스로 깨닫기를 빈다. 자전거는 딸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들아이한테도 어떻게 타야 ‘사람다운지’ 짚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페달을 마구 밟아” 주면 된다고 9쪽에 적는데, 발판을 마구 밟으면 자전거는 비틀거리다가 콱 넘어지거나 자빠지거나 다른 자전거를 처박고 만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려면, 발판을 부드럽고 가볍게 밀고 당겨야 한다. 삿대를 젓듯 천천히 바람을 타면서 슬슬 밟기에 자전거가 바람을 부드러이 가르면서 알맞고 아름답게 나아간다.


ㅅㄴㄹ


아빠가 자전거를 구해 올게. 너는 ‘자전거 타기’만 시작하면 돼

→ 아빠가 두바퀴를 찾아올게. 너는 ‘두바퀴 타기’만 하면 돼

→ 아빠가 두바퀴를 사올게. 너는 ‘두바퀴 타기’만 해보면 돼

8


출발시킨 뒤에, 다른 발을 맞은편 페달에 얹고 마구 밟아 주면 돼

→ 굴린 뒤에, 다른 발을 맞은쪽 발판에 얹고 부드럽게 밟으면 돼

9


그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지

→ 참말로 엉터리이지

→ 아주 얄궂지

→ 몹시 어긋났지

11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라니

→ 배 나온 아저씨가 딱 붙는 배롱빛 바지라니

19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다움이라는 허상을 좇아

→ 막상 있지도 않는 순이다움이라는 허깨비를 좇아

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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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생매장 生埋葬


 생매장을 시키다 → 산묻이를 하다

 눈길에 생매장되는 한이 있더라도 → 눈길에 파묻히더라도

 구덩이에 생매장하였다 → 구덩이에 묻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생매장을 당했다 →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덮어씌웠다

 한 번의 실수로 생매장되고 말았다 → 잘못 하나로 끌어내리고 말았다

 생매장하려 든다 → 따돌리려 든다 / 몰아내려 든다


  ‘생매장(生埋葬)’은 “1. 사람을 산 채로 땅속에 묻음 2.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허물을 씌워 일정한 사회 집단에서 몰아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산묻이’로 손보거나 ‘막묻이·마구묻이’로 손볼 만합니다. ‘파묻다·집어넣다’라 하면 되고, ‘덮어씌우다·들씌우다·씌우다·묻히다’라 할 때가 있어요. ‘몰아내다·밀어내다·끌어내리다’나 ‘따돌리다·돌리다·깎아내리다·깎다’라 할 수도 있습니다. ㅅㄴㄹ



아버지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무덤이 완성되면 2천 명의 사람을 생매장할 속셈이다

→ 아버지는 높자리를 세우려고 무덤을 다 파면 두즈믄 사람을 파묻을 속셈이다

→ 아버지는 이름힘을 세우려고 무덤을 다 파면 두즈믄 사람을 산묻이할 속셈이다

《불새 4》(테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48쪽


비용 부족 등의 이유로 동물을 생매장하고 있었다

→ 돈이 없다며 짐승을 산 채 묻었다

→ 돈이 모자라다며 짐승을 산묻이 했다

→ 돈이 든다며 짐승을 그냥 묻었다

《묻다》(문선희, 책공장더불어, 2019) 57쪽


깜짝이야∼∼. 쿠지마를 생매장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산묻이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막묻이한 줄 알았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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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82 : 대충 얼버무렸다



대충 얼버무렸다

→ 얼버무렸다


대충(大總) :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

얼버무리다 : 1. 말이나 행동을 불분명하게 대충 하다 2. 여러 가지를 대충 뒤섞다 3. 음식을 잘 씹지 아니하고 넘기다



  낱말책을 살피면 ‘얼버무리다’를 한자말 ‘대충’으로 풀이합니다. 이런 뜻풀이는 알맞지 않아요. 게다가 한자말 ‘대충’은 다른 한자말 ‘대강’으로 풀이하거든요. 국립국어원 낱말책 뜻풀이부터 엉성하기에 사람들이 글과 말을 얼버무리듯 엉성하게 쓸는지 모릅니다. 또는 우리부터 글과 말을 또렷하고 알맞으면서 어질게 쓴다면, 국립국어원 낱말책도 또렷하고 알맞고 어질게 바뀔는지 모릅니다. ㅅㄴㄹ



뜨끔했지만, 우선은 대충 얼버무렸다

→ 뜨끔했지만, 얼버무렸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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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81 : 잡초를 뽑는 김매기



잡초를 뽑는 김매기가

→ 김매기가

→ 풀뽑기가


잡초(雜草) :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기도 한다 = 잡풀

김매기 : 논밭의 잡초를 뽑는 일



  우리말 ‘김매기’를 낱말책에서 살피면 “잡초를 뽑는 일”로 풀이합니다. 보기글처럼 “잡초를 뽑는 김매기”라 하면 겹말입니다. ‘김매기’라고만 하면 됩니다. ‘풀뽑기’로 적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무엇보다 잡초를 뽑는 김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 무엇보다 김매기가 훨씬 수월하다

→ 무엇보다 풀뽑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손주현·이광희, 책과함께어린이, 2017)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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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80 : 감내 견디다



감내해야 하는 … 잘 견디게 해 주었다

→ 잘 견디는 힘이었다

→ 잘 견디는 바탕이었다


감내(堪耐) :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 냄. ‘견딤’으로 순화

견디다 : 1. 사람이나 생물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2. 물건이 열이나 압력 따위와 같은 외부의 작용을 받으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원래의 상태나 형태를 유지하다 3. 사람이나 생물이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4. 물건이 열이나 압력 따위와 같은 외부의 작용을 받으면서도 원래의 상태나 형태를 유지하다



  일본스런 한자말 ‘감내’는 ‘견디다’로 고쳐써야 한다지요. 이 보기글은 ‘감내·견디다’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어렵고 괴로워도”나 “어렵고 찢겨도”로 첫머리를 열고서 “견디는 힘”이나 “견디는 바탕”으로 맺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과 비극을 더 잘 견디게 해 주었다

→ 어렵고 괴로워도 잘 견디는 힘이었다

→ 어렵고 찢겨도 잘 견디는 바탕이었다

《전쟁터로 간 책들》(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6)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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