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6.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고성국·지승호 글, 철수와영희, 2015.4.24.



작은아이랑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려는데 14:11에 부르릉 지나간다. 어, 오늘은 해날 아닌 흙날이로구나. 흙날에도 14시에 안 지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용케 지나간다. 옆마을에서 다음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빈 택시가 스르르 멈추고서 “읍내 가셔요?” 하고 묻는다. “버스 타는 삯만 내고 타셔요.” 하신다. 버스삯만 낼 수는 없어서 5000원을 얹어서 드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옆마을에서 내려 논둑길을 걷는다. 논둑길은 흙돌모래로 어지럽고, 새도 나비도 너무 적다. 너무 조용한 봄이다. 레이첼 카슨 님이 쓴 글이 아니어도 “조용한 봄”이고 “쥐죽은 봄”이요 “소리없는 봄”이다.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가 문득 떠올라서 다시 읽었다. 여러모로 새길 대목이 많되, 몇 가지를 좀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낀다. 먼저 ‘중간층’이 아니라 ‘가운데’이다.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운데’를 지키는 사람이 가슴(심장) 노릇을 한다. 가운데·가슴인 사람들은 숨을 살릴 뿐, ‘이기거나 지는 굴레(승부)’하고 멀다. 이쪽저쪽으로 기운 분들은 자꾸 싸움을 부추기면서 “이겨야 좋다”는 틀을 씌우려 든다. 뽑기(선거)는 이기고 질 일이 아니라, 일꾼을 가릴 자리여야 올바르다. 밤에 고니자리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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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5.


《산으로 간 물고기》

 김정희 글, 문학의전당, 2004.7.10.



미리뽑기(사전투표)를 한다는 하루이다. 마을알림을 시끄럽게 한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미리뽑기를 시끄럽게 알리지 않으리라. 시골에서는 ‘비오는 날’조차 ‘산불예방 알림’을 해댄다. 살림에 이바지하거나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길을 놓고는 여태 면사무소·군청·도청에서 마을알림을 한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한다. 며칠 앞서 미리뽑기를 하지 말고, 뽑기(선거)를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내내 하면 될 노릇일 텐데 싶다. 뽑기를 이틀에 걸쳐서 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나라일꾼과 마을일꾼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여덟 살부터 뽑을 수 있을 때라야, 이 나라 앞날을 살피는 길을 열리라 본다. 《산으로 간 물고기》를 되읽는다. 차분히 읊는 말가락이면 언제나 그대로 노래이게 마련이다. 꾸밀 적에는 노래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살아가고 살림하는 마음을 가만히 담으니 노래요 글이다. 해를 보고, 몸을 말리고, 새노래를 듣고, 꽃내음을 맡는다. 땅거미가 진 뒤부터는 개구리노래를 아스라이 듣는다. 곧 개구리노래는 우렁차게 퍼지리라.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한봄에 한봄빛을 살피는 마음으로 한봄글을 쓸 수 있기를 빈다. 한봄볕을 살피고, 한봄바람을 읽으면서, 한봄살림을 여미는 손으로 한봄글이 태어나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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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천의 


 천의 매력을 발산한다 → 갖가지로 사로잡는다 / 즈믄빛으로 홀린다

 천의 색깔인 양 → 끝없는 빛깔인 듯 / 온갖 빛깔인 듯


  ‘천(千)’은 “백의 열 배가 되는 수 ≒ 일천”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천 + -의’ 얼거리라면, 먼저 ‘즈믄’이나 ‘즈믄길·즈믄꽃·즈믄빛’으로 손보면서 ‘-의’를 털 만한데, ‘가지가지·갖가지·갖은’이나 ‘갖은길·갖은빛·갖은빛깔’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온갖·숱하다’나 ‘가없다·그지없다·끝없다’로 손보아도 돼요. ㅅㄴㄹ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이 괴물은 천의 얼굴을 지닌 데다가

→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라는 녀석은 갖은 얼굴인데다가

→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라는 놈은 온갖 얼굴인데다가

→ 플라톤 ‘이데아’는 숱한 얼굴을 하는데다가

《윤구병의 존재론 강의, 있음과 없음》(윤구병, 보리, 2003) 44쪽


천 명의 아이가 쓴 천 편의 시는 천의 얼굴처럼 다 다를 것이 당연하다

→ 즈믄 아이가 쓴 노래 즈믄 자락은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 즈믄 아이가 쓴 즈믄 가지 노래는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아동시론》(이오덕, 굴렁쇠, 2006) 27쪽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천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 아주 오래된 고장으로, 즈믄빛이 흐른다고도 여겨요

→ 아주 오래된 고을로,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고 여겨요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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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취미


 엄마의 취미라면 자전거이다 → 엄마는 두바퀴를 좋아한다

 오빠의 취미로 뜨개질이 있다 → 오빠는 뜨개질을 즐긴다


  ‘취미(趣味)’는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취미’ 얼개라면 ‘-의’부터털고서, ‘좋다·좋아하다’나 ‘즐기다·즐길거리’로 손보면 되고, ‘놀다·놀잇감·놀잇거리·놀거리’나 “마음에 들다·마음에 차다·마음이 가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재미·재미있다’나 ‘멋·맛’이나 ‘기쁘다·반기다’나 ‘가까이하다·곁에 두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할머니의 어릴 적 취미는 하늘과 태양과 구름을 관찰하는 일이었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즐겨보았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늘 보았지요

《파란 막대 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 18쪽


배두나의 취미는 베이킹과 꽃꽂이다

→ 배두나는 빵굽기와 꽃꽂이를 즐긴다

《두나's 도쿄놀이》(배두나, 테이스트팩토리, 2007) 21쪽


나의 취미생활을 아는 사람들은

→ 내가 즐기는 줄 아는 사람들은

→ 내 놀이를 아는 사람들은

《제주어 마음사전》(현택훈 글·박들 그림, 걷는사람, 2019)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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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동시대 同時代


 항상 동시대의 사람들을 앞서갔다 → 늘 또래를 앞서갔다 / 늘 둘레를 앞서갔다

 동시대의 우리가 감내하는 → 우리가 나란히 무릅쓰는


  ‘동시대(同時代)’는 “같은 시대”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일본말씨로 여길 만합니다. ‘같은때·같은철’이나 ‘같은무렵·같은즈음’으로 손볼 만하고, ‘비슷하다·엇비슷하다·어슷비슷’이나 ‘둘레·그즈음·그무렵·그때·이즈음·이무렵·이때’나 ‘한때·한꺼번에’로 손볼 수 있어요. ‘같이·똑같이·함께·나란히’나 ‘다같이·다함께·또래·한또래’나 ‘만나다·어울리다·어우러지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

→ 그곳에서 사는 같은때 사람들

→ 그곳에서 사는 한때 사람들

《월간 작은책》 2002년 10월호 75쪽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함께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이고 바람직한 삶터를 이루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란히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르다’고 여기고서 바람직한 터전을 일구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 83쪽


동시대를 살아도

→ 같은때를 살아도

→ 같은날을 살아도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현경미, 도래, 2014) 141쪽


다다이스트들과 동시대를 산

→ 꽝꽝이하고 함께산

→ 쾅쾅이하고 같이산

《소리 교육 2》(머레이 셰이퍼/한명호·박현구 옮김, 그물코, 2015) 69쪽


그것은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 친구들의 죽음이었고

→ 이는 나와 함께 이즈음을 사는 또래들 죽음이고

→ 이는 나와 같은때를 사는 동무들 죽음이고

→ 이는 나와 함께 이 땅에 사는 또래 죽음이고

《우리는 현재다》(공현·전누리, 빨간소금, 2016) 210쪽


동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고언苦言을 들려주었다

→ 같은철을 사는 숱한 이한테 쓴소리를 들려주었다

→ 나란히 사는 숱한 이를 가르쳐 주었다

→ 함께 살아가는 우리한테 따끔말을 들려주었다

《언어의 온도》(이기주, 말글터, 2016) 152쪽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로든 취미로든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고 그것을 다지며 사라가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나와 함께 살아가는 숱한 사람이 일로든 좋아서든 제 그림결을 찾고 다지며 사라지는 줄 조금도 생각지 못 했다

→ 나와 같이 살아가는 숱한 분이 일로든 즐기든 우리 그림결을 찾고 다지며 사라지는 줄 하나도 생각지 못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황수연, 스토리닷, 202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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