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루 2023.12.19.불.



네가 무엇이든 짓거나 다루려면, 손으로 잡을 길쭉한 ‘자루’가 있어야겠지. 밥을 하려고 부엌칼을 쥐려면 칼자루를 잡아. 글을 쓰려고 붓을 쥐면 붓자루(붓대)를 잡아. 따뜻하게 불을 때려고 장작을 패려면 도끼자루를 잡아. 낫자루를 잡고서 풀을 베고. 잡아서 다루는 ‘자루’가 있고, 담아서 나르거나 두는 ‘자루’가 있어. 쌀을 쌀자루에 담지. 글월을 글월자루에 넣어서 부쳐. 쓰레기라면 쓰레기자루에 담고. 이 자루에 짐을 담아서 홀가분히 다니는구나. 네 마음도 자루로 여길 만해. 네가 마음에 담는 말씨앗대로 네 몸을 움직이고 다루지. 네가 날마다 보고 듣고 겪는 삶을 머리에 담아서 생각이 자라도록 다뤄. 손잡이인 자루는 손아귀를 쥘 만한 크기에 부피여야 해. 짐을 담아서 다루는 자루에는 넘치게 담으면 무겁다 못해 터질 수 있어. 그러니까 네 하루를 보낼 적에 네 마음자루나 생각자루를 다룰 만하도록 담아야겠지. 하루 사이에 다 해내려고 잔뜩 붙잡으면 벅찰 테고, 너무 많이 담으면 마음도 몸도 펑 터지거나 쓰러질 수 있어. 늘 조금씩 다루고 닦으렴. 천천히 다루어 가면 어느새 익숙하게 펼 수 있어. 차곡차곡 담아서 알맞게 나누기에 두고두고 누릴 뿐 아니라 새롭게 이어. 삽자루를 힘으로만 쥐면 부러지겠지. 힘이 아닌 생각을 하며 쥘 일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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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뒤늦었을까 2023.12.18.달.



늦었다고 여기기에 늦어. 이르다고 여기니 이르지. 늦기에 나쁘거나, 이르기에 좋지 않아. 너는 나쁘다고 여기는 일을 자꾸 겪을 테고, 좋다고 여기는 일은 어느새 굴레처럼 갇힌단다. 때를 알아보기 수월하도록 ‘이른봄·한봄·늦봄’처럼 가르지. 이런 때가름은 어느 봄이 더 좋거나 나쁘다는 뜻이 아니야. 이른봄에 깨어나는 풀이 있고, 늦봄에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야. 이른겨울은 이제 접어드는 겨울을 한껏 맞아들이는 때요, 늦겨울은 이제 수그러드는 겨울을 차분히 받아들이라는 때야. 어느 일을 하기에 뒤늦었다고 느낀다면, 앞선 일은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이다음 일을 맨 먼저 하면 된다는 셈이야. 앞선 일을 놓쳐서 아쉬울 수 있지만, 느긋이 가도록 네 삶을 여미는 길이란다. ‘무엇을 할’는지 생각해. 먼저 하거나 나중 해도 돼. “언제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이제부터 한다”가 모두 바꾼단다. “어떻게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오늘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니 오늘부터 바꾸지. “이제부터 한다”고 할 적에는, “이제부터 나를 스스로 나로서 사랑한다”는 뜻이야. “오늘부터 한다”는, “오늘부터 남 눈치를 씻고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뜻이지. 빨리 하려고 달려들지 마. 나중에 하려고 미루지 마. 그저 네 마음에 사랑씨앗이 싹터서 자라도록 북돋우고서 즐겁게 깨어나렴. 사랑으로 깨어나서 움직이는 때는, 늦거나 이르다고 가를 수 없단다. 긴밤(동지)은 그저 긴긴 겨울 한복판을 알리는 길목이란다. 네 삶길에 노래랑 춤으로 서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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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발표 2023.12.17.해.



모든 소리에는 뜻이 있잖니? 뜻이 없이 퍼지는 소리란 없어. 돌이 구르든,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일든,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든, 다 뜻이 있는 소리야. 시내나 골짜기나 샘에서 흐르는 물에도 늘 다르게 뜻이 퍼져. 누구는 모든 소리에 늘 다르게 감도는 뜻을 읽지. 아니, 처음에는 누구나 소리뜻을 읽었다면, 어느덧 소리뜻을 다들 못 읽거나 안 읽더라. 개미가 오가는 소리,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 사람마다 발자국에 묻어나는 소리, 이 모두에도 뜻이 있어. 그런데 소리뜻을 비롯해서, 빛깔뜻이나 무늬뜻이나 모습뜻 ……을 못 읽거나 안 읽는구나 싶을 즈음부터 ‘말’이 깨어났지. 소리나 몸짓에 드러나는 마음을 잊거나 놓치다 보니, 말을 안 할 수 없지. 말이 깨어난 처음부터 한동안, 다들 마음을 잘 알고 느꼈어. 이러다 어느 때부터 “마음을 담은 소리인 말”이 아닌 “꾸미는 말”이나 ‘거짓말’을 짓더라. 이리하여 ‘그림’과 ‘글’이 태어나는데, 너희는 말·글·그림에 너희 마음을 고스란히 안 담는 버릇을 이어가더군. 거짓말·눈속임글·꾸밈그림이 얼마나 많니? 참을 밝히려는 ‘발표’는 얼마나 있을까? 말을 한다면서 ‘말’이라 않고 ‘언어’라고 허울을 씌우는데, 무엇을 들려주겠다는 소리일까? “마음을 속이거나 감춘다”든지 “참하고 동떨어진 줄거리에 사로잡히”라는 뜻으로 온갖 ‘발표’를 하지는 않니? 모든 ‘발표’는 내세움·앞세움·줄세움이더구나. ‘말’이라면 나란히 서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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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성과 2023.12.16.흙.



누가 알아주어야 한다면, 남이 어떻게 여기는가 보느라, 스스로 되새길 겨를이 없어. 스스로 되새기려는 눈짓과 몸짓이라면, 늘 제 나름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무르익는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감알을 맺어. 딸기풀은 스스로 딸기알을 맺어. 누가 보라면서 꽃을 피우거나 알이 영글지 않아. 겨우내 곰곰이 잠들어 꿈을 그리고는, 봄에 잎을 틔우고 꽃을 내놓으려 하지. 어느 풀꽃은 이른봄부터 움직여. 어느 나무는 한여름부터 움직이지. 다른 풀꽃나무보다 빨라야 할 까닭이 없어. 남보다 곱거나 크거나 많아야 하지 않아. 늘 철빛을 읽고 헤아려서 늘 새롭게 살아가는 풀과 나무야. 사람은 어떻게 눈을 뜰까? 다른 사람이 뭘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알아야 할까? 보여줄 보람이 아닌, 봄빛으로 물들고 여름빛으로 자라서 가을빛으로 가꾸는 보람이야. 잘 보이려고 하니까 겉치레를 쓴단다. 제 숨빛을 보고 돌보고 가꾸니까 알차고 아름다워. 내세우기에 닳아서 허물어져. 앞세우기에 갑갑하고 숨막혀. 너희가 쓰는 말을 살펴보겠니?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아마 누가 지은 말인지는 모르겠지. 그러나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떠올릴 적마다 스스로 마음이 빛나지? 억지로 밀거나 구태여 꾸미려고 하지 마. 네가 무엇을 하거나 이루든 속으로 품으렴. 옷자락에 붙이거나 높이 치켜들지 마. 치렁치렁 늘어뜨려 자랑하는 보람이라면 참으로 자질구레하고 변변찮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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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코머거리 2023.12.15.쇠.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가 어려울 적에는 냄새를 맡을 겨를이 없어. 코숨을 누릴 수 있을 때부터 냄새를 받아들이고 보고 느껴서 안단다. 귀가 아프다면 새노래·벌레노래·개구리노래·바람노래를 누릴 겨를이 없어. 눈이 아프다면 빛·빛깔·빛살을 즐길 겨를이 없고. 그런데 코나 귀나 눈이 아플 적에는 다른 곳을 느낀단다. 코머거리이기에 코앓이가 없는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바라보고 알아본단다. 귀머거리이기에 귀앓이가 없는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마주하고 맞아들인단다. 장님이기에 장님 아닌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받아들이고 알아가지. 몸으로 바람을 담아야 살아서 움직여. 마음으로 생각을 심어야 사랑하면서 살아가. 그런데 코가 먹느라 바람길이 자꾸 막히거나 걸린다면 몸이 어떨까? 아프거나 앓겠지. 아프거나 앓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움직이거나 살 수 없어.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알 길이 없는 너머를 보고서 배운단다. 장님을 그려 보겠니? 너희는 ‘눈’으로만 본다고 여기기 일쑤인데, 손가락도 머리카락도 둘레를 봐. 살갗도 다리도 둘레를 봐. 무엇보다도 ‘넋’이라는 빛은 ‘눈을 감아야’ 본단다. 너희는 안 아픈 코로 숨을 실컷 마실는지 모르지만, 막상 ‘바람’이 어떻게 숨을 이루고 몸을 움직이는지 통 못 알아채거나 모를 수 있어. 너희는 장님이 아니라서 눈으로 그림도 빛깔도 글도 잔뜩 볼는지 모르지만, 껍데기로 감싹 속내가 어떤 빛이고 마음인지 영 못 알아보거나 잘못 볼 수 있어. 책에 적힌 글씨를 어떻게 읽니? 소리로 퍼지는 말을 어떻게 듣니? 겉훑기를 끝내렴. 속보기를 하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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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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