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한국어 더빙 수록
벤자망 르네 외 감독, 장광 외 목소리 / 올라잇픽쳐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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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와 셀레스틴

Ernest & Celestine, 2012



  1928년에 태어나 2000년에 숨을 거둔 가브리엘 벵상 님이 빚은 그림은 여러모로 아름답다. 까만 빛깔로 그린 그림은 까만 빛깔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무지개빛으로 그린 그림은 무지개빛이 온누리를 촉촉히 감싸면서 아름답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창가에 앉아서 창밖으로 사람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웃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숨결을 마주하면서 이녁 그림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러한 빛은 만화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도 살그마니 녹아든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쥐와 곰 두 마리를 사이에 놓고 둘이 빚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을 꾸준히 그림책으로 선보였는데, 이 그림빛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책을 영화로 빚는다니 얼마나 멋진가. 그림책을 영화라는 새 옷을 입혀 선보인다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쥐는 쥐대로 삶을 사랑하고 싶다. 곰은 곰대로 삶을 꿈꾸고 싶다. 사랑하고 싶은 삶과 꿈꾸고 싶은 삶을 찾던 둘은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고단하게 지내야 했는데, 홀가분하게 고향을 떠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곰은 곰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쥐는 쥐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그리고 곰과 쥐는 몸피도 먹성도 말씨도 모두 다르지만, 둘은 똑같이 밝은 넋이 가슴속에 있다. 겉으로 살피는 몸피나 먹성이나 말씨가 아닌, 속눈으로 들여다보는 넋이라 한다면, 우리는 모두 벗이 된다. 우리는 모두 벗이 되어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나를 참다이 깨닫는 길을 걸을 수 있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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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
최진실 지음 / 책이있는마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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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개하려는 영화는 디브이디가 없습니다. 아쉽지만, 최진실 님 수필책에 이 글을 걸칩니다...


..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1991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1년에 ‘최진실’이라는 이름은 아주 대단했다. 얼마나 크게 사랑받는 배우였는지 모른다. 나도 이무렵에 배우 최진실 님을 무척 좋아해서, 내 교과서와 참고서를 비닐로 싼 뒤 겉에 최진실 님 사진을 넣곤 했다. 책받침도 최진실 님 사진을 앞뒤로 코팅해서 쓰기도 했다. 그래서 1991년에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나왔다고 했을 적에 아주 마땅히 극장에 가서 보았다. 이제는 사라진 ‘인천 시민회관’에서 보았는데, 여느 때에 ‘최진실 팬’이라고 하던 동무들은 함께 극장에 가지 않았다. 영화이름으로도 그리 끌리지 않는다 하고, 굳이 극장까지 가느냐고, 몇 해 지나면 텔레비전에서 다 보여줄 텐데 뭐 하러 돈을 들이느냐고도 했다.


  극장에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보던 1991년 어느 날, 영화가 무엇인지 비로소 느꼈다. 그래, 영화란 이러하기에 영화로구나. 이야기를 담고, 삶을 밝히며, 꿈과 사랑을 보여줄 때에 영화로구나.


  극장에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내리기 앞서 다시 한 번 찾아가서 이 영화를 다시 본다.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을 적에 극장에 온 손님은 모두 열다섯 사람이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러 갔을 적에도 인천 시민회관에 든 손님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만 있었다.


  나중에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보여준 적이 더러 있으나,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동무나 이웃은 좀처럼 만나지 못한다. 이 영화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동무나 이웃이 아직 없다. 이 영화에 나온 이야기는 소설로 나오기도 하고, 이 영화에 나온 ‘스웨덴 입양 어린이(신유숙)’는 어른이 된 뒤 방송에 나오기도 했는데, 이분도 최진실 님도 이제는 저승사람이다.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나중에 디브이디가 나올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삶을 바꾸거나 고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어제도 오늘도 한국은 지구별에서 ‘외국 입양을 많이 시키는 나라’로 다섯손가락 사이에 꼽힌다. 고갱이는 ‘외국 입양’이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얼마나 참답게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어버이(어른)들은 얼마나 착하게 사랑하면서 꿈을 꾸는가. 4347.6.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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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행(1disc) - 할인행사
캐롤 발라드 감독, 안나 파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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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1996



  집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다. 집에서는 잠을 자기도 하지만, 잠을 잘 수 있기에 집이 아니다. 사랑이 감돌고 이야기가 흐르며 꿈을 짓는 곳이 집이다. 삶을 꽃피우는 곳을 두고 집이라 한다.


  집은 부동산이 될 수 없다. 집은 섣불리 사고팔지 않는다. 집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도록 짓는 곳이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낳을 아이들도 살도록 가꾸는 곳이다.


  어버이는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는 어버이를 아끼면서,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을 때에 집이 된다. 그런데, 오늘날 문명사회에서는 집에서 노래를 부르기 어렵다. 노래가 흐르는 집이라 하더라도 거리낌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탈 수 있는 집이 몇 군데가 될까. 노래를 할 수 없고 악기를 탈 수 없는 동네에 다닥다닥 붙어서 저마다 ‘층간소음’에 시달리지는 않는가. 사랑이 어우러지는 살림은 좀처럼 못 가꾸지 않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때에 즐거울까. 어버이는 무엇을 가르칠 때에 기쁠까. 아이와 어버이는 서로 어떤 일과 놀이를 함께 해야 할까.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 나오는 거위들이 아이를 따른다. 어미를 잃은 거위들이 아이를 어미로 여기면서 졸졸 따른다. 새끼 거위는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고 ‘삶을 가르쳐’ 달라면서, 그리고 ‘사랑을 베풀’고 ‘꿈을 밝혀’ 주기를 바라면서 졸졸 따른다.


  우리는 저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웃음이 나올까. 우리는 저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노래가 터질까. 아름다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빈다. 아름다운 동네와 마을로 일굴 수 있기를 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속삭이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빈다.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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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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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짜기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작은 아이가 지구별을 살린다. 작은 아이가 지구별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작은 벌레가 알아차린다. 작은 풀씨가 작은 아이 곁으로 다가와서 돕는다. 작은 사람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어 작은 사랑으로 지구별을 살찌운다.

  커다란 어른이 지구별을 망가뜨린다. 커다란 어른은 커다란 전쟁무기를 만든다. 커다란 어른은 더 커다란 싸움을 벌이고, 더 커다란 잇속을 헤아린다. 커다란 어른은 커다란 사랑이 없이, 커다란 미움과 커다란 꿍꿍이와 커다란 돈줄을 거머쥘 생각뿐이다.

  사랑은 사랑을 아끼면서 살찌운다. 꿈은 꿈을 돌보면서 키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길어올려 해맑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적에 아름다운지 누구나 스스로 알리라 느낀다. 다만,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를 외우는 동안 마음소리를 스스로 닫고 만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길들면서 자본주의 틀에 길드는 동안 마음빛을 스스로 끄고 만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고 자란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어른과 함께 흙을 일구고 숲을 돌보며 나무랑 어깨동무한다. 바람골짜기 아이들은 바람을 읽고 하늘을 읽으며 새와 벌레를 살가이 읽는다.

  삶은 어디에 있을까? 삶은 어디에서 태어날까? 삶은 어디에서 자랄까? 삶은 어디에서 환하게 빛날까? 전쟁무기로는 전쟁무기만 만들 뿐이다. 사랑이 있어야 사랑스러운 삶이 되어 지구별을 살린다.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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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枚のハガキ (リンダブックス) (文庫)
신도 가네토 / 泰文堂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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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엽서

一枚のハガキ, 2010



  ‘엽서 한 장’밖에 쓸 수 없던 태평양전쟁 때에, 시골에서 조용히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야 했을까. 전쟁은 틀림없이 일본이 저질렀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와 지식권력자는 죽지 않는다. 죽는 사람은 시골사람과 가난한 도시내기이다. 시골사람과 가난한 도시내기, 여기에 식민지 백성이 총알받이로 끌려간다. 전쟁은 왜 일으켜야 했을까. 일본은 왜 아시아와 미국으로 쳐들어가야 했을까. 그리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는 지구별에서 식민지를 늘리려 했을까. 전쟁무기를 마련할 돈으로 나라살림을 가꾸면 아무 걱정이 없지 않을까.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이 없이, 스스로 흙을 일구어 살아가면 다툼이나 싸움이란 없이, 언제나 평화와 사랑이 넘치지 않을까.


  ‘엽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만난다. 끔찍한 전쟁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살아남은 두 사람이 만난다. 두 사람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는지 모르는 채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채 살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집을 불태운다. 집이 불타고 난 자리에 ‘밀알 한 톨’을 심기로 한다. 집터에 있던 돌과 나무를 걷어낸다. 마당과 집터를 쟁기로 천천히 갈아엎는다.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흙을 보듬는다. 씨앗을 심는다. 겨우내 밀싹이 올라온다. 밀싹을 조곤조곤 밟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밀이 싱그러이 자란다. 여름을 앞두고 누렇게 익어 물결친다. 집터와 마당에 심은 밀알이기에 밀밭은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옛집을 헐어 들이 된다. 두 사람은 헛간에서 지낸다. 헛간은 두 사람이 살기에 넉넉하다. 아니, 사람은 누구나 조그마한 집이면 넉넉하다. 조그마한 집에서 살며 넓은 들과 숲을 누리면 된다. 물은 냇가에서 길면 된다. 적게 먹고 적게 쓰면서, 삶을 푸르게 빛내면 된다.


  신도 가네토라는 아흔아홉 살 영화감독이 2010년에 이 영화를 찍었단다. 신도 가네토라는 분은 백 살이 되던 2011년에 숨을 거두었단다. 일본사람이면서 ‘일본이 싫’고 ‘전쟁이 싫으’나,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려는 넋을 영화에 알뜰히 담았구나 싶다. 한국사람은 나는 무엇을 사랑할 때에 아름다울까. 한국사람은 나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착할까. 4347.6.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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