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48. 이웃과 동무는 어디에 있나



  두 아이를 이끌고 다른 고장으로 나들이를 다니면, 수많은 이웃과 동무를 만난다. 이웃은 우리가 사는 마을에만 있지 않다. 동무는 학교 울타리에만 있지 않다. 한마을에서 살기에 누구나 이웃이 되지 않는다. 학교를 다녀야 동무를 사귀지 않는다.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사이일 때에 이웃이고, 서로 반가이 맞이하며 활짝 웃음꽃을 피울 만할 적에 동무이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이웃이 있는 자리’하고 ‘동무가 있는 곳’을 바깥마실을 하며 새롭게 마주한다. 마을이웃과 지구이웃을 생각한다. 또래동무와 마음동무를 헤아린다. 아름다운 이웃이랑 동무는 나이를 뛰어넘고 고장이나 나라를 가로지른다. 4348.7.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47. 하나를 하면



  한 가지를 아이하고 함께 하면, 아이는 둘 셋 열 백으로 나아간다. 아이하고 함께 누린 이야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가없이 뻗는다. 아이하고 아무것도 함께 안 하더라도 아이는 스스로 끝없이 뻗는다. 아이하고 함께 누리는 것이 없다면,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못 배우기도 하지만, 어버이도 아이한테서 못 배운다. 아이하고 한 가지를 함께 한다고 할 적에는, ‘아이키우기’라는 테두리가 아닌, 함께 사는 보금자리에서 함께 사랑을 짓는 기쁨을 서로 재미나게 느끼면서, 이 재미난 사랑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래로 가없이 뻗는다고 할 만하지 싶다. 놀이순이한테 종이오리기를 재미나게 하는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놀이순이는 제가 좋아하는 새를 연필로 곱게 그린 뒤, 앙증맞게 오린다. 멋지네, 예쁘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이가 오린 종이무늬를 보니, 나도 새로운 종이오리기를 하고 싶다.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46. 졸린 아침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은 살짝 덥다 싶어도, 시골 밤은 쌀쌀하다. 한밤에 두 아이가 이불을 잘 덮도록 여미어 주는데, 이불을 여미어 주면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발로 찬다. 설마 더워서 그런가 하고 이마나 등이나 배를 만져 보는데, 땀이 없고 차갑다. 그래서 다시 이불깃을 여미고, 또 이불을 차고, 거듭 이불깃을 여미며, 새삼스레 이불을 찬다. 밤새 실랑이를 하다가 새벽녘에서야 이불을 더 차지 않는다. 겨우 한숨을 돌리는구나 싶으며 느긋하게 눈을 감는데, 이제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뜨면서 하루를 열겠노라 한다. 아침부터 졸립지만 얼른 이 졸음을 깨자.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45. 누나 물잔 헹구기



  다섯 살 작은아이한테 조금씩 심부름을 시킨다.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스스로 해낼 만한 심부름을 씩씩하게 해낸다. 작은아이는 따로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일손을 거들어 주기도 한다. 밥상다리를 펴 주기도 하고, 밥상다리를 다시 접어 주기도 한다. 오늘 작은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물을 마시겠다며 제 물잔을 헹구더니, 물을 곧장 마시지 않는다. 왜 저러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작은아이는 누나 물잔도 헹구어 준다. 이렇게 하고 나서 물을 마신다. 그러고는 “누나야, 누나 물은 누나가 잔에 따라서 마셔.” 하고 이야기한다. 4348.7.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집배움자리 44. 손 맞잡고 걷는 사이



  다섯 살인 작은아이는 무척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서 논다. 그렇지만 아직 퍽 작은 아이인 만큼 쉬 지친다. 마음으로는 누나보다 앞장서서 달리고 싶고, 적어도 누나하고 나란히 달리고 싶은데, 몸이 안 따를 때가 있다. 이런 때에 여덟 살인 큰아이가 동생 손을 잡아 준다. 동생더러 “자, 누나 손 잡아. 함께 달리자.” 하고 말한다. 차근차근 발을 맞추어서 달린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 땅을 밟으면서 노래가 흐른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노는 아이들하고 함께 살면서 나도 차근차근 배우고 한 걸음씩 내디딘다. 4348.7.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