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자 레오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2


《밀림의 왕자 레오 2》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8.25.



  어릴 적에 《밀림의 왕자 레오》를 보던 무렵부터 어른이 되어 이 만화책을 보는 날까지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가?’ 하고 느낍니다. 그린이가 우리더러 이렇게 느끼라고 만화를 베풀었을는지 모르지만, 이 느낌에서 머물지는 않습니다. 늘 이 다음을 더 생각하자고 이끌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아름답게 다스려서 서로 이웃이며 동무가 되는 길을 찾자!’는 마음으로요. 사람이 입은 몸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모자라고 모자라기 때문에 더욱 머리를 써서 슬기를 빛내려 해요. 때로는 슬기가 아닌 꿍꿍셈이나 속임짓으로 빠지는데요, 이때에도 둘레에서 꿍꿍셈이나 속임짓을 따스한 사랑으로 너르게 품어서 녹이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만화가 그냥 만화일 수 없는 줄 만화로 일깨운 사람으로 테츠카 오사무를 손꼽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철학을, 평화를, 사랑을, 삶을, 노래를, 꿈을, 기쁨을, 아름다움을, 전쟁을, 바보짓을, 어깨동무를, 독재를, 사회를, 가르침과 배움을, 어버이와 아이를, 그리고 마을과 시골과 숲을 마치 교향곡처럼 만화로 들려주니, 멋진 만화책 하나는 우리 곁에 있는 살가운 길벗입니다. ㅅㄴㄹ



“레오, 너란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야. 넌 사자, 난 인간이지만, 우린 마음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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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3 -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


《밀림의 왕자 레오 3》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9.25.



  흰사자 레오는 아프리카 숲을 지키는 임금님 구실을 합니다. 그런데 만화책 이름은 《밀림의 왕자 레오》예요. 다만, 이는 한글판 이름일 뿐, 일본판 이름은 “ジャングル大帝”입니다. 일본말로 ‘대제’는 ‘황제’를 더 섬기는 이름이라고 해요. 왜 한글판은 ‘대제·황제’ 아닌 ‘왕자’로 했을까요? 테츠카 오사무(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을 오래도록 읽으면서도 이 대목을 궁금히 여기지 않다가 문득 돌아봅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흰사자 레오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서 삶하고 살림을 배우는데, 이를 사랑을 바탕으로 슬기로이 배워요. 레오는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숲지기님’ 자리를 물려받습니다만, 언제나 스스로 차분히 다스릴 줄 알아요. 스스로 높이는 적이 없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남을 누르거나 괴롭히지 않아요. 엄청난 힘으로 숲이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걸어요. 이런 레오란 ‘숲님’이지 싶습니다. 그저 ‘님’ 한 마디이면 넉넉하고, 때로는 ‘숲벗’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벗님이기도 하거든요. 셋째 권은 레오 아들이 ‘사람 나라 도시’에서 뒤늦게 삶을 깨닫고 숲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참 애틋하게 그립니다. ㅅㄴㄹ



이것은 성이라기보다도 동물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약한 동물들은 밤이 되면 모여들어 안심하고 푹 잠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2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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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화책시렁'이라는 이름으로

만화책 이야기를 새롭게 갈무리할 생각입니다.


만화책은 다른 책하고 견줄 수 없는 결이 흐르는 터라

만화책을 이야기하려면 그냥 느낌글을 쓸 수 없습니다.

때로는 100권이나 200권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만화책을 섣불리 여느 책처럼

이야기할 수 없지요.


만화책을 이웃님한테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물 몇 해를 만화비평을 썼는데

이제 제 책상맡이며 책숲집이며

'소개글을 못 쓴 만화책'이 1000권 2000권 3000권 ... 넘게 쌓이다 보니

이제 안 돼!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런 마음은 진작에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갈피를 못 잡다가

요즈막에 겨우 실마리 하나를 풀어

짧되, 아주 짧지는 않은 틀로

이야기를 단출히 풀어내자고 생각해 봅니다.


온누리에 있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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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야기 6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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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5



혼잣말로 다독인다

― 솔로 이야기 6

 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8.1.15.



‘하지만 그 사람한테 칭찬을 듣고 싶었는걸.’ (9쪽)


‘하지만, 당신이 날 싫어할까 봐 그런 것과 당신이 좋아하는 게 좋아서 그런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건지도 모른다.’ (17쪽)


‘혼자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편하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또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비 오는 날 혼자 있으면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날 일을 떠올리거나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조용한 수면에 떨어지는 비는, 물고기에게 어떻게 보일까.’ (29쪽)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처럼 가끔 추억하고 있을까.’ (119쪽)



  혼잣말을 합니다.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합니다. 차마 입밖으로 낼 수 없기에 혼잣말을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달래고 싶어서 혼잣말을 합니다.


  생각을 가다듬으려고 혼잣말을 합니다. 스스로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인가를 되새기려고 혼잣말을 합니다. 조금 더 씩씩하고 싶기에, 다시 한 발을 내딛고 싶기에, 활짝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에, 조용히 혼잣말을 합니다.


  《솔로 이야기 6》(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다가 문득 헤아리니, 이 만화책에는 혼잣말이 참 자주 나옵니다. 아니 이 만화책은 거의 혼잣말로 꾸렸다고 할 만합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시늉으로 웃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가만히 짚어 줍니다. 웃는 낯으로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작 속으로는 저 말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둘이어도 좋고 혼자여도 좋습니다. 스스로 밝은 마음이라면 둘이나 하나이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둘이어도 외롭고 혼자여도 외롭습니다. 스스로 어두운 마음이라면 둘이든 하나이든 똑같습니다.


  네 마음을 읽으려고 애쓰기 앞서 내 마음부터 읽을 노릇입니다. 네 마음을 알고 싶다고 말하기 앞서, 내 마음부터 말할 노릇입니다. 네가 마음을 열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인가를 똑똑히 깨달아서 상냥하게 마음을 엽니다. 2018.5.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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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13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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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4



마음을 읽은 다음에는

― 은빛 숟가락 13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7.12.29.



“괜찮아. 엄마한테는 내가 있잖아.” “맞아. 엄마한테는 루카가 있어.” (6쪽)


“아빠 없는 애라도 좋아?”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미 여기에 있는걸. 그만큼 몇 배 더 열심히 키울 생각이야.” (15쪽)


‘다른 집이랑 다르다는 건 한참 전에 알아챘다. 아빠는 없고 형은 다른 집 아이고 돈도 없다. 아빠가 되어 준다고 했던 텟짱도 이젠 없다. 그런데 엄마는 웃는다. 난 텟짱이 정말 좋았는데 엄마는 내 핸드폰에서 텟짱의 번호를 멋대로 지워버렸다. 그 일로 난 화내고 있는데, 엄마는 잊으라고 한다.’ (152쪽)



  살면서 힘든 일이라면 무엇일까요. 마음을 못 읽어서 힘들지 않을까요? 때로는 돈이 모자라거나 없어서 힘들기도 하다지만, 돈이 있으나 웃음이 없으면 외려 삶이 힘들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돈은 넘쳐서 펑펑 쓰기는 하되 삶을 노래하는 하루가 없으면 어쩐지 삶이 쓸쓸하면서 힘들다고 느끼기 마련이에요.


  콩 한 알을 나누어 먹는 삶이란, 함께 먹기에 즐거우며, 같이 먹으니 기쁜 하루일 테지요. 나누는 마음이 더없이 크기에 몸이 고프더라도 마음이 넉넉해서 새롭게 기운을 내곤 해요.


  《은빛 숟가락 13》(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7)에서는 엇갈리는 여러 마음이 드러납니다. 어머니하고 아이가 서로 쓸쓸한 마음을 달랩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로서는 아이가 달래 줄 수 없는 마음자리가 있어요. 아이로서도 어머니가 달래 주지 못하는 마음자리가 있습니다.


  이 마음자리가 엇갈리면서 두 사람을 둘러싼 이웃사람도 마음이 하나둘 엇갈립니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바로 이 대수롭지 않은 일 때문에 그만 모든 끈이 끊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수롭지 않은 일을 대수로이 여기 찬찬히 짚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결 너르게 보듬으려고 한다면, 아슬아슬하던 끈이 비로소 단단하게 거듭날 테고요.


  잘못이란 없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될 뿐입니다. 잘못을 했더라도 이 잘못을 언제까지나 짊어져야 하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가볍게 털어내 주고, 스스로도 가만히 털어내어, 앞으로 새롭게 한 걸음을 디뎌야 서로 즐거워요. 한집을 이루는 사이라면, 마음을 나누는 벗이나 이웃이라면, 앙금을 풀고 미움이나 시샘을 녹여내야지 싶습니다. 2018.5.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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