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비밀 그림책은 내 친구 57
차재혁 지음, 최은영 그림 / 논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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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6


《색깔의 비밀

 차재혁 글

 최은영 그림

 논장

 2020.7.10.



  모든 빛깔은 다릅니다. 그래서 같아요. 모든 빛깔은 같지요. 그래서 다르고요. 언뜻 듣자면 터무니없는 돌림말 같지만, 돌림말이 아닌 참말입니다. 자, 이 풀잎을 보셔요. 새벽하고 아침하고 낮하고 저녁하고 밤에 똑같은 빛깔로 보이나요? 자, 저 별을 보셔요. 밤하늘에 보는 빛살을 낮하늘에도 보나요? 시골에서 보는 빛줄기를 서울에서도 보나요? 아무리 낮하늘이나 서울에서 못 알아보는 별이라 해도 별은 반드시 그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풀빛이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가를 제대로 못 읽더라도 참말로 모든 풀빛은 다 다르면서 같습니다. 《색깔의 비밀》은 겉빛이나 겉모습으로 ‘가르거나 재거나 따지거나 쪼개거나 멀리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룹니다. 이 대목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 더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다투거나 고단한 줄거리를 굳이 살을 입혀야 하지는 않아요. ‘남이 따지는 다르다는 소리’에 휩쓸리다가 벗어나는 줄거리도 나쁘지는 않으나, 이보다는 ‘나 스스로 어떤 숨빛으로 태어나서 이 숨결을 어떻게 누리고 가꾸고 돌보면서 사랑으로 나아가는가’라는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짚는다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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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7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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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19


《동백꽃》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아이세움

 2013.5.15.



  좋아하기에 다가섭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 머뭇거립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털어놓자니 어쩐지 부끄럽거나 창피해서 뜬금없이 딴말을 하거나 딴청을 하는데, 때때로 모질다 싶은 말을 휙 내뱉고서 돌아서기도 합니다. 좋아하기에 좋아한다고 밝히면 될 텐데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워서 좋아하는 마음을 못 알아채도록 매섭게 굴까요? 무엇 때문에 그리도 토라지면서 더 사납게 굴까요? 그렇지만 이 모든 허울이나 꾸밈새는 바람에 구르는 가랑잎처럼 매우 쉽게 털어내곤 해요. 김유정 님이 남긴 글에 그림을 얹은 《동백꽃》은 이러한 실랑이를 담아내었다고 하는데, 이뿐 아니라 우리가 오래도록 지은 수수한 살림자리랑 살림집이랑 살림꽃하고 얼크러지는 모습을 나란히 들려줍니다. 마치 그림처럼 담은 글이라 할 만해요.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떠오른달까요. 흙내음이 물씬 나고, 풀내음이 물큰 나며, 숲바람이 가볍게 일렁이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에는 서로 어떤 실랑이를 어디에서 펼까요? 바람이 훅 끼치는, 나무가 우거진, 흙내가 구수한 마을은 어디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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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나다 나의 그림책방 2
한나 지음 / 딸기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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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18


《풀이 나다》

 한나

 딸기책방

 2020.9.21.



  푸름이로 살던 때에는 배움터에서 샘님이 우리한테 으레 ‘너른터 풀뽑기’를 시켰습니다. 이때에는 땡볕에 풀을 뽑으라 하면서 ‘애먹이거나 힘들게 한다’는 얼차려였어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라며 아직 풀을 잘 모르던 터라 어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야 했습니다만, 어쩐지 풀을 뽑기 매우 싫었습니다. 풀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뽑아야 하는지, 이러면서 왜 잔디는 뽑지 말라고 하는지 아리송했어요. 토끼풀이나 질경이하고 잔디가 얼마나 다를까요. 풀이 나는 곳에는 개미가 살고 나비가 찾아들고 풀벌레가 깃들어요. 풀밭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안 깨집니다. 그러나 풀이 없는 데에는 나비도 풀벌레도 없을 뿐 아니라, 풀 없는 맨땅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깨집니다. 《풀이 나다》는 어린이 그림책이라기보다 어른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어린이도 배움터에서 매우 억눌리거나 시달리는 터라, 또 어린이마저 배움불굿에서 허덕이기에, 마음이 아픈 어린이도 곁에 둘 만하겠지요. 아픈 사람이 없으면 좋겠으나 괴롭히는 사람 곁에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부디 풀씨를 아끼를 빌어요. 풀밭에 둘러앉아서 풀노래를 듣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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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넌 특별해 비룡소의 그림동화 200
로저 뒤바젱 글.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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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422


《베로니카, 넌 특별해》

 로저 뒤봐젱

 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8.4.30.



  그림책은 마음을 읽는 씨앗이라고 여깁니다. ‘마음을 읽는 씨앗’을 이웃하고 나누려고 지은 책이요, ‘마음을 읽는 씨앗’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오직 사랑이랑 꿈으로 지은 이야기꾸러미라고 여깁니다. 2020년 언저리에 ‘어른을 달래는 그림책’이 꽤 나오는데, 아직 그림책밭이 깊지 않은 우리나라인 터라 그처럼 ‘어른을 달래는 그림책’도 나올 만하지만, 이보다는 ‘아이한테 마음을 읽는 씨앗을 나누거나 물려주려는 그림책’부터 제대로 지어야지 싶어요.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프기에 ‘어른끼리 보며 마음을 달래는’ 그림책이 아니라, 앞으로 이 땅에서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갈 어린이를 헤아리면서 ‘어린이랑 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마음에 사랑이란 씨앗을 심는’ 그림책부터 그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전북 익산에 〈그림책방 씨앗〉이 있는데, 그림책에 깃든 빛살을 슬기로이 읽고서 지은 책집 이름이라고 느껴요. 《베로니카, 넌 특별해》를 읽으며 그린님이 어릴 적에 겪었을 여러 일이 떠오르고, 이를 슬기롭고 사랑스레 새로 풀어낸 붓끝이 멋스럽고 참하구나 싶더군요. 영어판은 그저 “Veronica”입니다. 그대로 넉넉하지요. 그대로 곱습니다. ㅅㄴㄹ


#Veronica #RogerDuvoi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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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tch Next Door (Paperback, Reissue)
Bridwell, Norman / Scholastic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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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24


《the Witch's Christmas》

 Norman Bridwell

 scholastic

 1970/1986.



  온누리 어린이를 바라보며 ‘어른한테 물들지 않은 빛일 적에는 모두 다르면서 새롭게 아름답고 즐겁구나’ 하고 느낍니다. 온누리 어른을 마주하며 ‘힘꾼·돈꾼·이름꾼한테 길든 몸짓일 적에는 모두 똑같으면서 따분하고 고달프구나’ 하고 느껴요. 어른은 다루기 쉽게 하려고 몽땅 틀에 끼워맞춥니다. 어린이집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옷을 맞추고, 대학교에서 조금 풀어놓는가 싶더니, 이내 일터에서 새삼스레 똑같은 일옷으로 맞추도록 내몰지요. 이동안 머리카락이며 말씨이며 모두 똑같이 길들여 놓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모두 똑같은 차림새에 말씨에 몸짓에 얼굴에 몸매라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다른꼴’을 ‘닮은꼴’로 바꿔치우는 온나라는 얼마나 무시무시할까요? 생각해 봐요. ‘판박이’가 된 삶이라면 산타클로스도 섣달잔치도 쓸모없습니다. 산타클로스는 다 다른 아이들한테 다 다른 빛을 베푸는데요, 모조리 판박이가 되면 그저 공장에서 척척 찍어서 돌리면 될 뿐이겠지요. 《the Witch's Christmas》는 모든 틀을 깨부수는 바람아씨가 아이들하고 놀이하며 빛을 뿌리는 새길을 보여줍니다. 다 다르게 꿈꾸기에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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