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은 아마추어 탐정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뒤팽이 없었더라면 코난 도일셜록 홈즈를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의 입을 빌려 뒤팽의 실력을 애써 무시한다. 뒤팽은 분석 능력이 뛰어나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이 장면으로 홈즈는 재수 없고 냉정한 탐정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뒤팽은 한물 간 탐정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일은 뒤팽을 극찬했다. 도일이 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포를 향한 도일의 존경심을 드러낸 소소한 장면일 뿐이다. 주인공 탐정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탐정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그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장면은 포를 위한 도일의 패러디다.

 

뒤팽도 홈즈처럼 자신의 추리 능력을 돋보이려고 뛰어난 수사 실력을 보인 비범한 인물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뒤팽이 처음으로 등장한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뒤팽은 레스파냐예 모녀의 살인 사건을 어설프게 수사하는 파리 경찰을 비판한다. 그러고는 이 사람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수사 방식이 어떤 건지 덧붙여 설명해준다.

 

 

비도크는 예리한 추측 능력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었네. 하지만 사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사건 조사에 깊이 들어가면 실수를 연발했지. 물건을 눈에 너무 가까이 대서 뚜렷이 볼 수 없게 된 거야. 그렇게 바짝 대고 보면 한두 가지 요소는 정확히 보일지 몰라도 전체 그림은 보이지 않아.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은 진실이 늘 우물 속에 있는 게 아니란 걸세. 사실 나는 중요한 정보는 언제나 표면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해. 지식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다니는 계곡 속에 있거든.”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모르그가의 살인중에서, 30)

    

 

뒤팽은 비도크라는 사람이 예리한 추측 능력을 가졌음에도 2% 부족한 수사 실력을 보여준다고 까댄다. 비도크는 어떤 사람일까. 이 장면을 유심히 읽은 독자는 비도크의 정체가 궁금할 수 있겠다. 그러나 번역자는 이런 독자의 호기심을 몰랐다. 우울과 몽상과 코너스톤 포 소설 전집에 비도크를 설명해주는 주석이 없었다. 만약에 (정태원 씨처럼 추리문학에 상당한 조예가 깊은 번역자라면 비도크주석을 달았을 것이다. 비도크가 탐정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추리소설을 자신들 시간 때우기에 좋은 통속소설로 인식하는 독자들은 비도크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다. 국문학을 전공한 전문 번역가들은 순수문학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추리문학의 발달사를 잘 모른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

 

 

비도크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홈즈가 뒤팽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과 같다. 흔히 탐정의 원조로 뒤팽을 많이 언급하지만, 최근에는 비도크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1775~1857).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사설탐정 직업으로 활동한 사람이다. 비도크는 한 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원래 흉악한 범죄자였다. 절도, 사기 등 여러 가지 혐의로 감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탈옥도 여러 번 시도하여 재수감된 적도 있었다. 비도크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범죄자로부터 흥미로운 정보를 듣게 된다. (동료 수감자의 뒷 통수를 친) 그는 이 사실을 파리 경찰 관계자에게 알리고, 공을 인정받아 풀려났다. (야호! 탈출이다) 그 이후로 비도크는 경찰 관계자들이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마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경찰 끄나풀) 역할을 했다. 비도크는 자신의 범죄 경력을 토대로 역으로 범죄자들을 골탕먹이는 수사 방식을 만들었다. 비도크가 잠복수사, 범죄기록 작성 및 정리를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그의 전과 이력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비도크는 범죄 조직에 자신이 정한 비밀 조직원들을 심어서 잠복 수사를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처음으로 창설된 잠입 수사 전담팀 브리가드 데 라 슈르티(Brigade de la Sûreté)’이다. 파리에 있는 범죄자들과 서로 안면이 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암흑가 사이에서도 알려졌다. 비도크는 밑바닥 인생의 범죄자로 시작해서 파리 경찰의 앞잡이로 활동하여 수사 책임자까지 오르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지냈다. 하지만 1827년에 비도크는 파면을 당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비도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도둑질하다가 적발되고 말았다.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경찰직에서 물러난 비도크는 사설 수사기관을 설립한다. 이때부터 비도크는 역사상 최초의 사립탐정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과거 탈세 성공) 

    

 

 

 

 

 

 

 

 

 

 

 

 

 

 

 

 

 

비도크의 활약은 당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범죄자 비도크를, 형사 자베르는 경찰직에 몸담은 비도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그밖에도 발자크의 보트랭(고리오 영감), 알렉상드르 뒤마의 에드몽 당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이 비도크의 영향을 물려받은 인물들이다.

 

 

 

 

 

신웰 존슨을 만나는 홈즈 (하워드 K. 엘록의 삽화)

 

 

코난 도일의 마지막 홈즈 시리즈인 셜록 홈즈의 사건집 수록작 유명한 의뢰인’(황금가지판 작품명은 거물급 의뢰인’)신웰 존슨이라는 인물이 짧게 등장한다. 그는 홈즈의 비밀 정보원으로 런던의 범죄 조직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그도 역시 과거에 포악한 범죄자로 두 번이나 감방에 생활했다. 그러다가 홈즈를 만나면서부터 개과천선하여 홈즈에게 쏠쏠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신웰 존슨이 비도크를 모티브로 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비도크는 인생을 화려하게 살다 갔다. 뛰어난 머리로 범죄자들을 잡았고, 특별한 매력으로 여성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비도크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공상하는 걸 좋아하는 뒤팽, 그리고 여성을 혐오하는 홈즈의 모습과 무척 대조적이다)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죽기 직전에 비도크는 막대한 유산을 남기게 되는데, 비도크와 알고 지내던 여인들이 유산 상속권을 요구했다. 비도크는 유산을 자신을 30여 년 동안 뒷바라지해준 하녀에게 물려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주 사건은 프랑스 최초의 탐정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타바레는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은 노인이다. 그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데, 독거노인을 돌봐주는 유일한 사람이 하녀 마네트. 홈즈는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 덕분에 먹고 지내는 데 불편 없이 지낸다. 허드슨 부인은 거의 20년 동안 홈즈의 방을 관리해주고, 식사까지 챙겨준다. 심지어 홈즈에게 오는 편지들도 받아준다. 이 정도면 허드슨 부인은 최소 하녀 급. 탐정과 하녀의 관계. 설마 이런 사소한 설정도 작가들이 따라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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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을 까신 이후 이책을 바로 올리시다니... 이전 책 중고서점에 버리고 이 책 구매 클릭해야 할까요. ㅠㅠ

cyrus 2015-12-16 18:1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몽>을 중고샵에 팔고, 그 돈으로 코너스톤 번역본 5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너스톤 포 전집 책 한 권의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우몽> 팔아서 받은 돈에 약간의 금액을 더 보태면 코너스톤 포 전집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겁니다.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마음을 아십니까?] 프레시안, 2010년 10월 1일 (링크)

 

 

 

2010년 10월 첫날. 이 한 편의 글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독자들은 영원히 속을 뻔했다. 금태섭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프레시안’에 서평을 게재했다. 한 권의 책을 칭찬의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주례사 서평은 아니었다. 여러 권의 책의 번역에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었다. 그중에 가장 화제가 된 내용이 《우울과 몽상》(약칭 ‘우몽’) 번역 비판이었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선집으로 출간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서점에 판매되고 있다. 대표작을 포함한 포의 단편소설 58편을 한 권에 모은 장점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성의 없는 번역 때문에 포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최악의 책’으로 낙인찍혔다. 금태섭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에 내용 일부가 빠진 사실을 지적했다. 이 글이 공개된 이후로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번역 누락은 《우몽》의 대표적 오역 사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우몽》에 오역으로 지적되는 사례가 더 있다. 금태섭은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을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우몽》 번역에 대한 금태섭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문장만 봐도 충분히 느껴진다. (놀랍게도 이 책을 추천하는 유명인들이 꽤 많다)

 

 

 

 

 

 

 

 

 

 

 

 

 

 

 

 

 

 

 

나 또한 똑같은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지난주에 《우몽》과 코너스톤 출판사의 ‘포 소설 전집’을 같이 읽어보고 있다. 올해 선보인 포 소설 전집을 향한 독자의 반응이 아주 좋아서 번역이 어떤지 궁금했다. 출판 번역 전문 기업인 ‘바른번역’이 포 소설 전집 번역을 맡았다. 한 작품에 여러 명의 번역가가 참여하는 ‘집단번역’을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책의 옳고 그름을 분별 있게 판단하기 위해서 집단번역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 책을 읽는 방식은 이렇다. 《우몽》과 코너스톤 번역본을 같이 읽는다. 두 권을 책을 읽다가 의미의 차이가 확연히 나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원문을 대조해본다. 소설 원문은 포의 공식 사이트 ‘The Edgar Allan Poe Society of Baltimore’(http://www.eapoe.or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포 소설은 원문으로 읽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역시 《우몽》은 한마디로 번역이 ‘개판’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題詞)를 삭제했고, 원문의 의미와 상반되는 의역을 감행했다. 또한, 인명이나 지역명 같은 외래어 고유명사를 잘못 쓰기도 했다.

 

최근 《우몽》을 읽으면서 발견한 가장 어이없는 오역을 하나 알려주겠다. 지금 생각하면 화가 난다. 내가 여태까지 사소한 오역 때문에 이야기의 결말을 잘못 알고 있었다. 다음 문장은 ‘함정과 진자(Pit And The Pendulum)’ 원문의 마지막 문장이다.

 

 

There was a discordant hum of human voices! There was a loud blast as of many trumpets! There was a harsh grating as of a thousand thunders! The fiery walls rushed back! An outstretched arm caught my own as I fell, fainting, into the abyss. It was that of General Lasalle. The French army had entered Toledo. The Inquisition was in the hands of its enemies.

 

엄청난 군중의 떠들썩하고 수선스런 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트럼펫이 한꺼번에 울려 퍼지는 소리도 들렸다. 수천 개의 천둥이 한 번에 몰아치는 듯한, 거친 쇠창살이 삐꺽거리는 굉음도 들렸다. 공포의 벽이 물러나고 있었다! 정신을 잃고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나를 붙들어 준 팔이 있었다. 라살레 장군이었다. 프랑스 군대가 톨레도에 입성한 것이다! 종교 재판소는 이제 적군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함정과 진자’ 중에서, 209쪽)

 

어울리지 않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트럼펫 합주 같은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수천의 천둥이 울리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불타는 벽은 뒤로 물러갔다! 기절해서 나락으로 떨어지자 어떤 손이 나를 붙잡았다. (《우몽》 ‘저승과 진자’ 중에서, 749쪽)

 

 

‘Inquisition(종교 재판)’을 제외하면 나 같은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다. 《우몽》의 역자는 라살레 장군이 지휘한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 종교 재판소를 점령했다는 문장을 번역하지 않았다. ‘함정과 진자’는 거대한 고문 기구의 위협 속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주인공은 운 좋게 공포의 방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주인공을 구해준 ‘어떤 손’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처음에 《우몽》의 번역으로 읽었을 때 주인공이 극적으로 살아남는 결말이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그 생각은 틀렸다. 오역으로 인해 생긴 오해였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읽고 나서야 ‘진짜 결말’을 알았다. 번역자에게 농락당한 느낌이 들었다.

 

코너스톤 번역본의 장점은 가격이 싸고, 들고 다니기 좋은 판형이다. 출판사는 책의 앞표지에 ‘현대인을 위한 최신 원전 완역본’이라고 소개했다. ‘원전 번역’을 최고로 여기는 독자들의 취향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코너스톤 번역본에 대체로 만족하는 독자 서평이 상당히 많다. 《우몽》과 비교하면 가독성이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독자님들아, 또 속나!)

 

 

《우몽》 번역자도 하지 않는 오역을 저질렀다. 다음 원문은 ‘모르그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의 오귀스트 뒤팽이 친구(화자)의 생각을 추리하는 장면에서 인용했다.

 

 

Here your countenance brightened up, and, perceiving your lips move, I could not doubt that you murmured to yourself the word ‘stereotomic.’ You continued the same inaudible murmur, with a knit brow, as is the custom of a man tasking his memory, until I considered that you sought the Greek derivation of the work ‘stereotomy.’ I knew that you could not find this without being brought to think of atomies, and thus of the theories of Epicurus.

 

여기에서 자네 표정이 밝아졌고 이런 종류의 도로포장을 일컫는 용어인 ‘스테레오토미’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는 것을 자네의 입 모양으로 읽어 알아냈어. 스테레오토미(stereotomy)를 떠올리다가 해골(atomies)을 연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에피쿠로스의 학설로 생각이 흘러간 거지.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모르그가의 살인’ 중에서, 18~19쪽)

 

 

‘stereotomy’는 돌을 특정 모양으로 절단하는 건축기술이다. ‘atomy’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원자와 해골. 뒤팽은 돌을 절단하는 기술에서 원자를 연상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는 과정을 반복하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atom) 상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계승한 철학자가 에피쿠로스다. 그러므로 ‘atomies’를 ‘해골’이 아닌 ‘원자’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다른 포 소설 번역본들도 ‘atomies’를 '원자'로 번역했다.

 

코너스톤 번역본은 역주가 적은 편이다. 포는 자신이 관심 있는 철학이나 고대 지식을 소재로 소설을 썼고, 사상가의 문장을 많이 인용한다. 그래서 포의 소설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무리 가독성 좋은 번역이라고 해도,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설명 하나 없이 넘어가는 건 무성의하다. 심지어 ‘마리 로제 미스터리(The Mystery of Marie Rogêt)’에 포가 쓴 원주(소설의 집필 배경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있다)마저 빠뜨렸다.

 

 

현재 《우몽》 추리 편과 공포 편, 코너스톤 포 소설 전집 1권(미스터리 편), 2권(공포 편)을 다 읽었다.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우몽》은 불태워버리고 싶고, 코너스톤 번역본은 던져버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포의 소설을 ‘무서운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이 원전을 축약하고, 무서운 장면을 더 강조한 우리나라 번역에 익숙해진 탓이다. 원문을 직접 읽어보시라.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포의 문장은 대체로 길고, 라틴어나 고어를 자주 사용한다. 원문으로 읽어 보면 포의 작품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번역자의 노력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무시무시한 ‘검은 고양이’나 추리소설의 원조 격인 ‘모르그가의 살인’ 같은 위대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포의 소설 번역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느새 포도 헤르만 헤세처럼 국내에서 많이 번역된 작품의 작가가 되었다. 이러한 독자의 과분한 관심(?)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나쁜 출판업자는 불량스러운 책을 만들어낸다. 독자를 기만하는 엉터리 책의 양산에 번역자의 책임도 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번역자가 명작을 손대는 순간, ‘망작’이 된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금태섭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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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거금 들여 이 책 산 전 어찌해야 할까요? ㅠㅠ

cyrus 2015-12-15 19:26   좋아요 1 | URL
문제가 많지만, 보관하는 것이 낫습니다. 코너스톤 번역본 다음으로 포의 단편소설을 많이 수록한 책이거든요. ^^;;

보슬비 2015-12-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은 아직 제대로 읽지 않으고 계속 책장에 두고 있는데, 마침 영어책도 구입했겠다(그것도 책장에 장식용이지만....ㅠ.ㅠ) `우몽` 정리해야할때가 왔네요.^^

cyrus 2015-12-15 19:27   좋아요 0 | URL
코너스톤 번역본으로 좋습니다. 가독성 좋은 건 인정합니다. ^^

해피북 2015-12-1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짝짝짝짝~~ 대단하세요^~^. 저는 포의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읽어보지도 못해서 뭐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렇게 조목 조목 비교 분석하셔서 이야기 하시는 부분들이 멋지세요^^

cyrus 2015-12-15 19:28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을 읽다가 강제로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되었네요.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그것도 클래식에 가까운 원서들은 특히나 우리글처럼 읽을 능력은 안되고... 그렇다고 허접한 번역본은 읽기 싫고... 답답하네요~~

cyrus 2015-12-15 19:29   좋아요 0 | URL
원문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우리말로 쉽게 옮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최대한 번역이 잘 된 책을 골라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

2015-12-14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5-12-1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우몽을 진작에 던져 버렸습니다.코너스톤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쓴적이 있는데 익명의 번역집단의 책들은 좀 거시기하단 생각이 듭니다.코너스톤에서 홈즈와 뤼팽 시리즈가 번역되었는데 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번역한 정태원님과 성귀수님의 책을 가지고 있지요^^

cyrus 2015-12-15 19:35   좋아요 0 | URL
지금 코너스톤 번역본 2권까지 읽었는데 잘못된 번역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설명이 잘못된 역주도 있었어요. 나머지 3~5권 읽을 자신이 없어요. 책을 읽다가 강제로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됐습니다. ^^;;

transient-guest 2015-12-15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의 작품을 모아놓았음에 감격하면서 읽었기에 우/몽에 대한 그런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큰 문제네요. 전 개인적으로는 자기 이름이 아닌 번역가집단으로 나오는 번역은 믿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포의 작품번역이 시급하네요.

cyrus 2015-12-15 19:37   좋아요 0 | URL
오역을 인정하고, 개정판을 내면 되는데 요즘 출판시장이 좋지 않아서 이런 절차로 실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단발머리 2015-12-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우몽> 있어요. 근사하다고, 폼 난다고, 꼭 읽고 말거라고 작정하고 있는데....
아... 어쩌지요.
cyrus님 자세한 비교 설명 듣고 나니 더 읽기 싫어집니다요.
그나저나, 저기 비밀댓글 혹시......
<우몽> 출판사에서? ㅎㅎㅎ 아니지요? ㅎㅎㅎ

cyrus 2015-12-15 19:3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알라딘 이웃입니다. 출판사 관계자가 이런 조용한 곳에 찾아올 리 없습니다. ㅎㅎㅎ

2017-11-28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8 09:5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몇 편인지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다음 작품들은 <우울과 몽상>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 3권 : 하나인 네 짐승, 낙타 표범(소설 한 편의 제목입니다)
* 4권 : 오믈렛 공작, 예루살렘 이야기
* 5권 :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그리고 포의 미완성 소설인 ‘등대‘라는 작품은 <우울과 몽상>, 코너스톤 전집 모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결말을 <사이코>의 작가 로버트 블록이 썼습니다.
 

 

 

 

어제 하루 친구의 일을 도와주었다. 친구는 CCTV 카메라, 감지센서 기기를 설치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CCTV 카메라를 설치한 절이나 공공기관에 찾아가서 부품을 정기적으로 점검도 한다. 나는 친구와 같이 점검하는 일을 했다. 친구의 말로는 정기 점검하는 날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하루에 절 두세 곳을 찾아가 혼자 점검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절 내부의 건물이 많고, 절의 구역이 넓을수록 CCTV 카메라 개수가 많아진다. 절 한 곳당 적어도 카메라가 13개다. 13개의 CCTV 카메라 그리고 감지센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 많은 것을 혼자 하면 한 시간 반 걸린다. 점검하는 도중에 기계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간이 지체된다. 가야 할 절이 전국 곳곳에 있어서 회사용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한다.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래서 정기 점검하는 날이 오면 친구가 나에게 부탁한다. 친구의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계를 만질 일이 없다. 그냥 친구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어제는 절 세 군데를 점검했다. 경북 의성에 있는 절 두 곳, 경남 합천에 있는 절 한 곳. 맨 처음 간 절은 의성의 대○사. 절 건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CCTV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는 기계는 종무소에 있다. 제일 먼저 종무소에 가서 화면 상태를 확인한다. 종무소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반가운 것들을 만났다.

 

 

 

 

 

방 한쪽에 엄청난 양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절에서 많은 양의 책을 보게 되다니. 책 무더기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책이다!’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책 열 권씩 끈에 묶여 있었다. CCTV 카메라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듯이 내 두 눈도 자연스럽게 책등을 주시하면서 확인하고 있었다. 눈앞에 읽을 만한 책이 하나씩 보였다. 이 많은 책을 소장한 주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큰스님, 주지스님 중 한 분이 차곡차곡 책 탑을 쌓으셨다. 불교 경전이나 불교 관련 서적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온통 불교 서적이었으면 내가 책 탑을 유심히 관찰할 이유가 없다. 스님의 독서 편력이 예사롭지 않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동문선 현대·문예신서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도 있었다.

 

 

 

 

 

 

 

책의 분야가 다양했다. 철학, 종교학, 각종 종교 사상 서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아마도 스님은 불교부터 시작하여 더 나아가 철학, 종교학까지 살피면서 독서로 수행하셨나 보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에는 서양 문학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89번째 책이 《위대한 개츠비 / 롤리타》다. 국내 세계문학 전집 사상 가장 특이한 작품 조합이다. 이 두 편의 작품을 쓴 작가는 정말 유명하다. 그렇지만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정보가 없다. 피츠제럴드와 나보코프는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였으나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 러시아 출신의 나보코프는 1919년에 유럽으로 망명하여 20년 가까이 유럽에서만 생활했다. 1940년에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그 해에 피츠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서로 어색한 두 편의 소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 절에서 보게 되니까 기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스님도 ‘롤리타’를 읽어봤을까. ‘위대한 개츠비’와 ‘롤리타’ 조합보다 ‘롤리타’를 읽는 스님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더 이상하다. 이것이야말로 불심파괴. 동서문화사판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발견했다. 성(性)을 대담하게 표현한 걸작들이 스님한테 걸리면 색에 대한 욕심을 부추기는 잡스러운 책이 된다. 수행에 맞지 않는 책은 불쏘시개가 되어 생을 마감했을 텐데 용케도 살아남았다.

 

절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검하는 날에는 식당, 분식점, 중화 반점에서 점심을 때운다. 우리 같은 외부 손님에게 따뜻한 차나 음료수를 주는 스님은 많았지만, 음식까지 대접하는 건 대○사 주지스님이 처음이다. 대○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원주(院主)님의 요리 실력이 대단했다. 무청 된장국, 김치전, 감자전, 고추 장아찌, 돼지껍질 김치볶음, 파래무침, 배추김치, 냉이 무침 그리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동치미. 어제 먹은 반찬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군침이 생긴다. 주지스님은 우리에게 밥을 더 먹으라고 권했다. 밥 두 공기에 잔반 없이 다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난 뒤에 원주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원주님이 큰스님을 먼저 언급했다. 어제 큰스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큰스님은 특별한 일 때문에 다른 절에 가셨기 때문이었다. 큰스님이 주지스님, 원주님보다 대○사에 가장 오래 머무른 분이다. 큰스님은 37세 때 대○사에 처음 정착해서 14년 동안 쭉 계셨다고 한다. 큰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종무소에 있는 책의 주인이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원주님과의 대화를 오래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서재를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책 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렇게 대○사와 이별했다. 어제 대○사에서 발견한 수수께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 다시 오지 않는 이상, 내 기억 속 미제로 남는다. 책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그가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책의 주인은 자신을 향해 이러쿵저러쿵할 속세의 소리를 멀리하려고 책 탑을 쌓았을 것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이 모든 책을 끌어안을 듯하다. 그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결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깨침을 얻은 책 탑의 주인은 세상 떠날 일을 대비하여 서책을 가지런히 쌓아 놓았다. 올 때부터 몸뚱어리 하나 달랑 가져온 사람이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친 성철 스님의 준엄한 말씀이 내 마음 속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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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5-12-10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니 법정 스님의 글이 생각나네요. 출가 초기 스님은 세속의 책을 잊지 못해 무척 연연해 했었죠. 그러다 무슨 계긴가로 읽던 책을 불태우고 그 연연함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님께서 보신 책의 주인되는 분도 그와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참 특별한 경험을 하셨어요. ^ ^

cyrus 2015-12-11 23:26   좋아요 1 | URL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자신의 책을 신문배달부에게 전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끈으로 묶이지 않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책 주인이 이별을 단단히 준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5-12-1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2-11 23:28   좋아요 1 | URL
모든 책들이 끈으로 묶여 있어서 펼쳐 볼 수 없었어요. 책등만 보여서 사진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12-1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보니까 알라딘 중고샵에 내 놓으실 거네요 ㅋㅋ 차떼기 해오시지 그러셨어요....^^

cyrus 2015-12-11 23:33   좋아요 1 | URL
절에 외부 CCTV 카메라가 있어서 훔치다가는 절도범 되고 맙니다. ㅎㅎㅎ

오후즈음 2015-12-10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참 아름답네요,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로 책을 읽으실 스님이 참 존경스럽기까지합니다

cyrus 2015-12-11 23:35   좋아요 1 | URL
책이 많이 있는 절을 처음 봤습니다. 책 많이 읽는 스님과 친하게 지내면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5-12-1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지가 있는 분이 그정도 책을 읽는다 해서 불심이 흔들릴까..싶네요..^^
좋은 책들 ㅡ입니다.~

cyrus 2015-12-11 23:38   좋아요 1 | URL
불심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책에서 진리를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

[그장소] 2015-12-11 23:53   좋아요 0 | URL
진리만 알아야 하는건 아니죠..
지금 세상은 ...
어쩌면 ..저 책은 그저 공부에 매진하러 왔다가
출가한 사람의 것...?!^^

transient-guest 2015-12-1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리려고 쌓아놨는지 알아보고 맞다면 잭팟맞은 기분으로 다 들고왔을 것 같습니다 탐진치가 문제죠???ㅎㅎ

cyrus 2015-12-11 23:39   좋아요 1 | URL
여쭤볼 거 그랬어요. 혹시 버리는 책인지. 그러면 책 몇 권 챙겨올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럭 몰고 갔을 겁니다. 알짜배기 책만 있네요. 한길사 그레이트북 여유만 된다면 전집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죠....

stella.K 2015-12-1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그냥 내놓으셨을까? 어디 기증을 하거나 중고샵에 넘겨도 됐을 텐데...
다행히 임자찾아 간 것 같고, 스님들도 무소유를 실천하신 거겠지.
난 봤어도 못 가져왔을 거다. 나도 무소유를 실천 하느라.ㅋㅋ
하지만 동서문화사 책은 정말 탐난다.
어쨌든 대박이다. 축하한다!^^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아마도 기증도서로 내놓았을 것 같아요. 어제 일 때문에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려고 했어요. 좋은 책을 만나는 길조로 느꼈거든요. 오늘 사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어요. ㅎㅎㅎ

blanca 2015-12-1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법정 스님 <무소유>에 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싶어요. 법정 스님이 젊은 시절 책을 좋아해서 소설책 사가지고 오셔서 읽는 장면... 가물가물해요.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이 언급한 스님의 이야기를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boooo 2015-12-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네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스님도 계시는군요. ^^

cyrus 2015-12-14 19:54   좋아요 0 | URL
스님 소유의 책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군지 몰라도 독서량이 대단합니다. ^^
 

 

 

 

             

 

 

Digital Masta (Feat. Masta Woo) - 망가진 청색 호랑이

 

 

 

 

생물학 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동물 크립티드(Cryptid)’라고 한다. 이러한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미확인동물학(Cryptozoology)’이다. 신비 동물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비 동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전설상의 괴생물체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생물이 대왕오징어다. 대왕오징어는 옛날부터 뱃사람들에게 배를 집어삼키는 전설상의 괴물로 알려졌다. 오리너구리는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학자들은 오리너구리의 실체를 부정했다. 크립티드가 실제 동물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 세계에 네시의 존재를 알리게 해준 유명한 사진.

그러나 사진 촬영자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크립티드로 알려진 미확인 동물들은 소문으로만 전해져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의 설인 예티, 빅풋, 백두산 천지의 괴물 등이 크립티드에 포함된다. 영국 네스 호의 괴물 네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크립티드다. 하지만 크립티드 대부분은 허구에 가깝다. 네시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네시가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네시의 실체가 거짓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네시의 존재를 믿고 있으나 네시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혀줄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립티드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추론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확연한 증거는 없지만 카더라식의 막연한 소문과 밑도 끝도 없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단서로 삼아 크립티드를 찾으려고 한다. 과학은 정확한 자연현상이 증명되어야 한다. 신비동물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보기보다는 오컬트 분야에 더 어울린다. 사실 크립티드 목록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렇다 보니 과학 칼럼니스트 이인식은 신비동물을 소개한 자신의 책에 페가수스, 바실리스크, 스킬라 등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미확인 동물들의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백두산 천지의 괴물, 장산 범, 청호(청색 호랑이) 등이 있다. 청호는 원래 중국에서 서식한 전설의 동물로 알려졌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에 미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청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목격담은 영국 런던동물학회 및 세계신비동물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물학자 P.N. 슈커가 처음 공개했다. (P.N. 슈커는 특이한 동물을 소개한 책을 몇 권 남겼는데, 동물들의 예지 능력을 다룬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비무장지대에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당 부분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의 철책선으로 차단된 곳은 동물들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비무장지대 동물들은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의 교배할 수 없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은 학계에서 알려진 동물의 형태와 큰 차이가 있다. 가끔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들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이다. 생전 처음 보는 야생 동물의 등장에 비무장지대 주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괴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에 비무장지대에 미지의 생물체가 목격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일단 괴물의 정체에 의심해야 한다.

 

청호는 볼 수 없어도, 서울에 있는 환상의 나라○○랜드에 가면 백호(白虎)’를 만날 수 있다. 백호는 동양권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돌연변이다. 하얀 색깔을 발현시키는 열성 유전자에 의하여 백호가 태어난다. 야생에서 열성 인자를 가진 암컷 호랑이와 수컷 호랑이를 교접하여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래서 백호는 일반 호랑이보다 상품 가치가 높다.

 

 

 

 

 

 

기형 백호 케니 (사진출처: 뉴스원)

 

 

 

한국에서는 백호가 상서로운 동물로 추앙받고 있으나, 백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선 안 될 저주받은 존재다. 백호의 흰털은 위장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사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친교배 동물의 특성상 유전병을 평생 안고 자라야 한다. 빅 캣 레스큐(Big Cat Rescue)’는 동물원의 백호 사육을 반대하는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다. 이들은 백호를 얻으려고 교배를 시도하는 동물원의 실체를 고발했다. 어제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형 백호케니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케니는 납작하게 눌러진 얼굴에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일반적인 호랑이의 모습과 다르다. 빅 캣 레스큐 관계자들은 동물원이 기형 백호를 도살 처분하고, 멀쩡하게 태어난 백호를 사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동물원 측은 반박한다. 기형 동물들도 사육하며 관람객들 앞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동물원 관계자의 반박을 실은 기사)

 

일부 동물원에서는 기형 동물들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해 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근친교배는 동물원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얼굴이 눌린 시츄와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는 인간들을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우리는 시츄와 스핑크스 고양이를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심각한 병에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만큼 수명도 짧아진다. 유전병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태어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려동물 판매업자들에게는 허약한 기형 반려동물은 상품 가치가 없다. 이들을 돌봐 줄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케니 이야기를 처음 소개한 언론 매체의 기자는 헤드라인에 흉물 괴수 케니라고 썼다. 기자의 언어 선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특이한 모습의 동물을 만나면 위험한 괴물로 취급했다. 인간에게 위협한 적이 없음에도 이들은 괴물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다. 그들의 가죽은 인간들 앞에 전시되었다. 인간의 선택으로 태어난 근친교배 동물들은 버림받다가 인간의 선택에 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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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상영하는 `하트 오브 더 씨-모비딕`과 앞으로 상영할 `대호`를 보고 싶어집니다.

cyrus 2015-12-10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이제스터님의 댓글을 처음 봤을 때, ‘대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설 ‘대호’인 줄 알았어요. ‘하트 오브 더 씨’를 보고 나서야 영화 ‘대호’가 생각났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5-12-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사진 보았는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소한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태어난 거니까요.
cyrus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cyrus 2015-12-10 18:34   좋아요 0 | URL
아직도 백호를 호랑이의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호를 신기한 동물로 여깁니다.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감은빛 2015-12-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참 좋은데요.
`미확인동물학`이란 학문이 실제로 있군요.
사진의 저 백호는 참 딱하네요.
반려동물에 대한 말씀에도 완전 공감합니다!

cyrus 2015-12-10 18:36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자란 백호는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 전시한다고 하더군요.

살리미 2015-12-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뚤어진 동물 사랑이 많죠 ㅠㅠ 새끼만 낳다가 죽는 개들 보면 너무 끔찍하잖아요. 저도 고슴도치를 키웠었는데 그 귀여운 모습도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낸 거라 하더라고요. 야생 고슴도치는 정말 못생겼대요.제가 데려온 아이도 아마 근친교배로 태어난 무녀리같은 아이였는지 자라지도 않고 오래 못살고 세상을 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후론 애들이 아무리 성화를 해도 생명을 키우는 일은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cyrus 2015-12-10 18:38   좋아요 0 | URL
고슴도치의 경우는 처음 알았습니다. 고슴도치까지 근친교배 대상 동물일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귀여운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동물농장>을 챙겨봤는데,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니까 씁쓸합니다. <동물농장> 제작진이 이런 심각한 문제를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15-12-0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반려견입니다. 보통 순종을 고집하는 편이고, 실제로 진돗개의 경우 참 똑똑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데요, 순종의 경우 소위 말하는 섞인 애들보다 훨씬 유전병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진돗개를 네 마리를 키우다고 이제 다 가고 한 마리만 남았는데, 한 동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시 데려오게 되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friendly한 녀석을 찾을 생각이에요.

cyrus 2015-12-10 18:39   좋아요 0 | URL
프렌들리한 반려견을 만나게 되면 사진 공개해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산책 시키는데 누가 오더니 자기도 같은 종을 키운다며 족보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족보가 뭐냐 했더니 자기는 개를 120만 원 주고 샀다고, 족보를 얻기 위해서....
굉장히 웃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족보까지 사면서 그렇게 순종을 원할까 ? 그런 생각...
그 사람은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족보가 있다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yrus 2015-12-10 18:43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은 자신의 개를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요. 품종 좋은 개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 앞에 보여줘야 제법 잘 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네요. 그런 사람은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을 겁니다.

카스피 2015-12-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이사진 봤는데 호랑이가 호랑이 답지 못한 모습이라 넘 가슴이 아프더군요.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원래 뉴스 기사에 보면 일반 호랑이와 같이 앉은 사진이 있습니다. 외형이 너무 차이가 나서 백호가 집단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간서치 2015-12-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자연의 일하게 두고 사람이 할일을 해야하는데..인간의 욕심이 생명을 자유로이 하려한다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cyrus 2015-12-10 20:25   좋아요 0 | URL
인간의 편견이 만든 우생학이 동물마저 희생하게 만들어요. 건강하고 멋진 동물은 전시용으로 만들고, 천성적으로 몸이 허약한 동물은 야박하게 대하는 태도가 우생학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건강한 것만 살아남는 거죠.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는 분(알라딘 또는 북플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회원), 또는 현재 저와 북플 ‘친구’인 이웃 블로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북플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제 블로그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플로 저를 ‘친구신청’ 하는 분들, 저의 부족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익명의 상대방이 저에게 먼저 ‘친구’ 요청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락합니다. 일면도 없는 사람에게 먼저 친분을 표시하는 건 정말 용기 있는 일입니다. 저는 페이스북, 북플 계정을 만들면서 상대방에게 ‘친구’ 요청한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만난 분들을 SNS에서 만나면 제가 반가워서 먼저 ‘친구’ 하자고 달려듭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직접 ‘친구’ 요청하는 건 간단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어려워합니다.

 

상대방의 ‘친구’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먼저 파악합니다. 상대방이 평소 SNS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확인합니다. 북플 같은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 ‘읽은 책’ 목록이나 서평을 확인합니다.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죠. 북플 친구로 맺은 이웃들의 관심사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클래식을 즐겨 듣는 분도 있고, 어린이 동화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독서 취향과 완전히 다르더라도 친구 요청을 수락합니다. 평소에 제가 잘 몰랐던 분야의 책을 알 수 있으니까요.

 

북플에 처음 가입하신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기 전에 제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확인해주세요. 블로그에 있는 글이 너무 많아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힘드실 거예요. 사실 저도 몰라요. 그냥 책 자체를 좋아해요.

 

 

제 블로그의 특징을 알려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일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쓸 때가 많지만, 대부분 책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웬만하면 일상과 관련된 글은 안 쓰려고 합니다. 사진도 올리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가 인스타그램처럼 되는 걸 싫어합니다. 제 블로그는 재미없어요. 책 이야기뿐이에요. 짧고 재미있는 글, 사진 위주의 글에 익숙한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2. 신간도서에 관한 글이 많지 않아요. 저는 로자님처럼 책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로자님처럼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글은 적지 않습니다. 신간도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도 새 책 엄청나게 좋아해요. 알라딘에 로자님 이외에도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블로거가 많습니다. 저를 이런 유형의 블로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착각한 겁니다. 저는 ‘안 읽은 책’, ‘읽어보고 싶은 책’에 관한 글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무조건 ‘읽은 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신간도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3. 앞서 언급했지만, 저는 아무 책이나 다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도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한국소설’ 같은 분야의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들뢰즈나 지젝 같은 철학자의 이름만 들어도 저는 벌써 겁이 납니다. 책을 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수준 높은 책 또한 안 읽습니다. 편식 독서, 잡식성 독서가 심해서 제대로 읽은 책이 많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는 ‘속 빈 강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대단한 놈으로 생각하고 ‘친구신청’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인 겁니다. 글 한 편 쓰면 A4 2장을 채웁니다. 좀 더 많이 쓰면 A4 3장이 됩니다. A4 1장 채우는 분량의 글을 쓸 때가 있지만, 드뭅니다. 내용이 긴 글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져요. 시력 보호가 우선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긴 글을 5분 이상 읽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가끔 제게 먼저 ‘친구신청’ 한 분들이 갑자기 ‘친구’ 관계를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 실망해서 ‘친구’ 관계를 끊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저를 ‘친구신청’하기 전에 제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살펴봐 주세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저와 ‘친구’ 관계인 이웃분들도 1번부터 4번까지의 소개문을 읽고,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친구’ 관계를 끊으셔도 됩니다. 억지로 제 글을 읽는다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의 논지가 어긋나면 비판해도 좋습니다. 저는 근거 있는 비판과 지적을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댓글을 단 한 번도 삭제한 적도 없고, 상대방의 비판 의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면 허점이 많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독서모임 아니면 책 이야기 할 때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책 한 권으로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루한 잡문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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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2-0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거고 보고싶은 것을 봅니다.
길어도 호기심이 이끄는 것은 읽기마련이고요 .

cyrus 2015-12-08 18:26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겸손해져야겠습니다. ^^

[그장소] 2015-12-08 18:31   좋아요 1 | URL
지금도 충분하십니다..^^
어디까지 땅굴을 파실 요량이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네요. 바로 그 점에 사이러스 님의 장점입니다. 신간 위주로 책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아까운 책을 소개하는 쪽이 더 유익하죠...

cyrus 2015-12-08 18:2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실 제 글의 장점이 뭔지 진짜 몰랐어요.

saint236 2015-12-07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이러스님 답습니다

cyrus 2015-12-08 18:28   좋아요 1 | URL
오늘 이 글을 다시 보니까 부끄럽네요. ^^;;

sslmo 2015-12-07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좋아요 누르고 부추겨 주시는 분 대환영입니다여~^^

cyrus 2015-12-08 18:29   좋아요 2 | URL
고마운 분들이에요.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제가 적립금 못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

서니데이 2015-12-0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읽고, 친구신청 하지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했답니다.
cyrus님 서재에 대한 설명문이었네요. ^^;

cyrus 2015-12-08 18:30   좋아요 1 | URL
이미 했잖습니까? ㅎㅎㅎ

물고기자리 2015-12-07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글의 길이는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짧아도 의사전달이 잘 되는 글이 있고, 충분한 설명이나 감상 덕분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cyrus 님 글의 장점은 사회책을 읽는 것 같은 건조한 서술에 있는데(제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칭찬입니다^^), 저처럼 스스로가 다소 감정 과잉인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글을 기분 좋게 읽거든요ㅎ cyrus 님의 글은 지적인 호기심이나 관심 때문 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읽기에 수월한 형식이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cyrus 2015-12-08 18:32   좋아요 0 | URL
진지하게 제 글을 평가해주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십시오. ^^

2015-12-08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5-12-08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이런 글만 봐도 cyrus님이 참으로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아..그리고 저는 긴 글을 좋아해요.^^

cyrus 2015-12-08 18:40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이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데, 칭찬을 제가 받으니 조금 낯선데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2-08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도 친절하신 cyrus님이라니요.ㅎㅎ 저는 초기에 초딩이 다는 듯한 이상한 댓글을 보면 그냥 지워버리곤 했습니다.ㅎㅎ 그러다가 이제는 회원이 아니면 댓글남기지 못하게 막았구요. 엊그제 어떤 서친글에 일베초딩의 댓글스러운 글이 달린걸 보면 여기도 일베청정구역은 아닌 듯 합니다.ㅎ

cyrus 2015-12-08 18:43   좋아요 0 | URL
네, 가끔 답 없는 친구들이 장난식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달 때가 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을 생각하면 알라딘은 청청구역이에요.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일단 상대방을 깔려면 그 상대방이 쓴 글을 먹잇감으로 삼아서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합니다. 말 그대로 전쟁을 하자고 신청하는 동시에 아군들(페친)에게 선포하는 거죠.

transient-guest 2015-12-09 08:07   좋아요 0 | URL
제가 페북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라서 잘은 모르는데, 그렇게 악용되기도 하는군요. 정말 피곤한 세상입니다. 키베를 뜨기에는 너무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원체 실시간으로 누구랑 싸우는걸 싫어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2-08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절교선언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 호호

그런데 정말 어느날 친구 숫자가 줄었을 때는
왜 친구관계를 끊었을까 궁금하긴 궁금해요...무언가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 ^^

cyrus 2015-12-08 18:44   좋아요 0 | URL
떠나려는 사람 붙잡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5-12-0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글 너무 좋아요.

사이러스님이 책과 관련된 페이퍼만 주로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이런 글을 올릴 때는 친밀감이 들어서 더욱 좋으니, 이걸 어쩌죠... ㅋㅋ

cyrus 2015-12-08 18:46   좋아요 0 | URL
일상적인 소재의 글도 써주고 해야 하는데, 책 이야기가 없으면 어색해요. 서평을 쓰는 게 편해요. 이래서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해요. ㅠㅠ 지금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니까 민망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현실과 주관의 끝없는 넘 나듬인 것 같습니다. 제 북플 시작은 온전히 사이러스님 때문인데, 모르셨죠? ㅎㅎ

cyrus 2015-12-08 20:15   좋아요 1 | URL
감동 받았습니다. ㅠㅠ 다이제스터님 같은 분들을 위해서 글을 잘 써야겠습니다.

감은빛 2015-12-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일상에 대한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저 쓸데없이 긴 일상을 계속 올립니다.

2. 신간도서를 간혹 들먹입니다. 주로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변명과 핑계가 대부분입니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가끔 씁니다.

3.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등은 잘 읽지 않습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내용도 별로 없으면서 쓸데없이 길어요.

시루스님 서재와 제 서재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네요.

정말 재치가 넘치시네요! ^^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나이, 성별 불문 없이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

단발머리 2015-12-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골고루 읽으시는 님의 독서취향에 `좋아요~~` 합니다.

친구 취소,는 진짜 별로죠. 이름바꿨으면 좋겠어요.
너무 쉽게 친구되고, 너무 쉽게 친구관계가 끊어지니까요.

적당한 말이.... 뭐가 있을까요? ㅎㅎㅎ

cyrus 2015-12-10 18:48   좋아요 0 | URL
예전 시절이 좋았어요. ‘좋아요’를 한 ‘친구’ 닉네임까지 공개되니까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웃’이라고 씁니다. 이 호칭도 계속 쓰면 어색하긴 해요. ㅎㅎㅎ

게으른독서가 2015-12-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SNS에서 친구 신청해주세요, 좋아요 좀 눌러주세요,란 글만 보다가 친구 신청하지 말아달라는 cyrus님의 글을 읽으면서 괜히 읏음이 났어요. 이렇게 정중하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말이죠. 비결이 뭔가요? ㅎㅎ

cyrus 2015-12-10 18:51   좋아요 0 | URL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ㅎㅎㅎ 그냥 솔직하게 밝혔을 뿐이에요. 예전에 페이스북에 한창 빠졌을 때, 상대방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서 답답했어요. 항상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나의 모습이 뭔지 몰랐어요. 가끔 ‘나는 이렇다’라고 허점까지 솔직하게 알리면 속이 시원합니다. ^^

2015-12-0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서치 2015-12-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전 님의 글을 읽지 않고 친구 신청을 한 케이스 인데요.. 친구 신청 후 올라온 책들을 보면서 제가 잘 안보는 책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들에 관심 있으시구나.. 하면서 하나둘씩 글을 읽었던 것 같아요. 전 님의 글이 좋아서 좋아요를 누르싶고요 또 계속 친구하고 싶어요~~~

cyrus 2015-12-10 20:23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많은 이웃분들 덕분에 제 독서 편식의 심각성을 알게 됩니다. 간서치님도 책 소개 많이 해주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할 때 올려도 좋아요. ^^

인디언밥 2015-12-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놓치지 않을 거에염~~~ ㅋㅋㅋ

cyrus 2015-12-24 21: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풀꽃놀이 2015-1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이 글을 읽고.. 친구 신청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북플을 책계부 정도로 이용하고 있는 처지라 부끄럽습니다만...cyrus님의 글이 몹시 사랑스럽네요~~(아! 오글!)

cyrus 2015-12-24 21:1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풀꽃놀이님도 좋은 책 많이 알려주세요. 제 글에 싫증이 나면 조용히 친구설정 해제하면 됩니다. ^^

블랑코 2016-07-07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방금 친구 신청한 회원인데요. 사이러스님 여러 글 읽어보고 신청했습니다. 전 친구 신청이란 말이 좀 어색해요. 제 경우 읽고픈 글이 많은 분, 제가 좋아하는 장르 책 많이 읽는 분 위주로 팔로잉한다고 생각하고 신청합니다. rss 구독처럼 잊지 않고 올리신 글들 받아보고 싶어서요. 사이러스님 글도 받아보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

cyrus 2016-07-07 08:3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랑코님. 장르문학 전자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저도 장르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블랑코님만큼 많이 읽지 않습니다. 장르문학에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독자입니다. 재미있는 장르소설 많이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