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은 아마추어 탐정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뒤팽이 없었더라면 코난 도일셜록 홈즈를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의 입을 빌려 뒤팽의 실력을 애써 무시한다. 뒤팽은 분석 능력이 뛰어나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이 장면으로 홈즈는 재수 없고 냉정한 탐정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뒤팽은 한물 간 탐정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일은 뒤팽을 극찬했다. 도일이 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포를 향한 도일의 존경심을 드러낸 소소한 장면일 뿐이다. 주인공 탐정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탐정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그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장면은 포를 위한 도일의 패러디다.

 

뒤팽도 홈즈처럼 자신의 추리 능력을 돋보이려고 뛰어난 수사 실력을 보인 비범한 인물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뒤팽이 처음으로 등장한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뒤팽은 레스파냐예 모녀의 살인 사건을 어설프게 수사하는 파리 경찰을 비판한다. 그러고는 이 사람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수사 방식이 어떤 건지 덧붙여 설명해준다.

 

 

비도크는 예리한 추측 능력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었네. 하지만 사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사건 조사에 깊이 들어가면 실수를 연발했지. 물건을 눈에 너무 가까이 대서 뚜렷이 볼 수 없게 된 거야. 그렇게 바짝 대고 보면 한두 가지 요소는 정확히 보일지 몰라도 전체 그림은 보이지 않아.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은 진실이 늘 우물 속에 있는 게 아니란 걸세. 사실 나는 중요한 정보는 언제나 표면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해. 지식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다니는 계곡 속에 있거든.”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모르그가의 살인중에서, 30)

    

 

뒤팽은 비도크라는 사람이 예리한 추측 능력을 가졌음에도 2% 부족한 수사 실력을 보여준다고 까댄다. 비도크는 어떤 사람일까. 이 장면을 유심히 읽은 독자는 비도크의 정체가 궁금할 수 있겠다. 그러나 번역자는 이런 독자의 호기심을 몰랐다. 우울과 몽상과 코너스톤 포 소설 전집에 비도크를 설명해주는 주석이 없었다. 만약에 (정태원 씨처럼 추리문학에 상당한 조예가 깊은 번역자라면 비도크주석을 달았을 것이다. 비도크가 탐정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추리소설을 자신들 시간 때우기에 좋은 통속소설로 인식하는 독자들은 비도크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다. 국문학을 전공한 전문 번역가들은 순수문학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추리문학의 발달사를 잘 모른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

 

 

비도크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홈즈가 뒤팽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과 같다. 흔히 탐정의 원조로 뒤팽을 많이 언급하지만, 최근에는 비도크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1775~1857).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사설탐정 직업으로 활동한 사람이다. 비도크는 한 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원래 흉악한 범죄자였다. 절도, 사기 등 여러 가지 혐의로 감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탈옥도 여러 번 시도하여 재수감된 적도 있었다. 비도크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범죄자로부터 흥미로운 정보를 듣게 된다. (동료 수감자의 뒷 통수를 친) 그는 이 사실을 파리 경찰 관계자에게 알리고, 공을 인정받아 풀려났다. (야호! 탈출이다) 그 이후로 비도크는 경찰 관계자들이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마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경찰 끄나풀) 역할을 했다. 비도크는 자신의 범죄 경력을 토대로 역으로 범죄자들을 골탕먹이는 수사 방식을 만들었다. 비도크가 잠복수사, 범죄기록 작성 및 정리를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그의 전과 이력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비도크는 범죄 조직에 자신이 정한 비밀 조직원들을 심어서 잠복 수사를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처음으로 창설된 잠입 수사 전담팀 브리가드 데 라 슈르티(Brigade de la Sûreté)’이다. 파리에 있는 범죄자들과 서로 안면이 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암흑가 사이에서도 알려졌다. 비도크는 밑바닥 인생의 범죄자로 시작해서 파리 경찰의 앞잡이로 활동하여 수사 책임자까지 오르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지냈다. 하지만 1827년에 비도크는 파면을 당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비도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도둑질하다가 적발되고 말았다.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경찰직에서 물러난 비도크는 사설 수사기관을 설립한다. 이때부터 비도크는 역사상 최초의 사립탐정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과거 탈세 성공) 

    

 

 

 

 

 

 

 

 

 

 

 

 

 

 

 

 

 

비도크의 활약은 당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범죄자 비도크를, 형사 자베르는 경찰직에 몸담은 비도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그밖에도 발자크의 보트랭(고리오 영감), 알렉상드르 뒤마의 에드몽 당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이 비도크의 영향을 물려받은 인물들이다.

 

 

 

 

 

신웰 존슨을 만나는 홈즈 (하워드 K. 엘록의 삽화)

 

 

코난 도일의 마지막 홈즈 시리즈인 셜록 홈즈의 사건집 수록작 유명한 의뢰인’(황금가지판 작품명은 거물급 의뢰인’)신웰 존슨이라는 인물이 짧게 등장한다. 그는 홈즈의 비밀 정보원으로 런던의 범죄 조직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그도 역시 과거에 포악한 범죄자로 두 번이나 감방에 생활했다. 그러다가 홈즈를 만나면서부터 개과천선하여 홈즈에게 쏠쏠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신웰 존슨이 비도크를 모티브로 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비도크는 인생을 화려하게 살다 갔다. 뛰어난 머리로 범죄자들을 잡았고, 특별한 매력으로 여성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비도크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공상하는 걸 좋아하는 뒤팽, 그리고 여성을 혐오하는 홈즈의 모습과 무척 대조적이다)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죽기 직전에 비도크는 막대한 유산을 남기게 되는데, 비도크와 알고 지내던 여인들이 유산 상속권을 요구했다. 비도크는 유산을 자신을 30여 년 동안 뒷바라지해준 하녀에게 물려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주 사건은 프랑스 최초의 탐정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타바레는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은 노인이다. 그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데, 독거노인을 돌봐주는 유일한 사람이 하녀 마네트. 홈즈는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 덕분에 먹고 지내는 데 불편 없이 지낸다. 허드슨 부인은 거의 20년 동안 홈즈의 방을 관리해주고, 식사까지 챙겨준다. 심지어 홈즈에게 오는 편지들도 받아준다. 이 정도면 허드슨 부인은 최소 하녀 급. 탐정과 하녀의 관계. 설마 이런 사소한 설정도 작가들이 따라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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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을 까신 이후 이책을 바로 올리시다니... 이전 책 중고서점에 버리고 이 책 구매 클릭해야 할까요. ㅠㅠ

cyrus 2015-12-16 18:1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몽>을 중고샵에 팔고, 그 돈으로 코너스톤 번역본 5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너스톤 포 전집 책 한 권의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우몽> 팔아서 받은 돈에 약간의 금액을 더 보태면 코너스톤 포 전집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