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에 관한 몇 가지 의문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우리 삶에 윤리문제가 강력하고도 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장에서는 무엇이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이 중요한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1. 케이트는 남자친구 칼과 사귀다가 바라지 않던 임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식을 잘 기를 만큼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둘 다 나이가 어려서 정착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케이트의 낙태가 허용될까?

2. 병원에 환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명 장치에 매달려 있는데 의식을 되찾을 가망이 전혀 없다. 다른 한 사람은 알츠하이머가 꽤 진행된 상태로 기억을 거의 잃다시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금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며, 부모와 처자와 겪은 중요한 일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옆에 누가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을 추스를 능력이 없어서 어린애 돌보듯 보살펴줘야 한다. 첫 번째 환자에게서 연명 장치를 떼어내야 할까? 그렇다면 두 번째 환자에게도 안락사 시술을 해야
할까?

3.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가축을 길러 가죽과 고기를 얻었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가축은 의약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산물의 효용을 시험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물 제조 기술이 한층 발전하여 고품질의 식물성 다이어트 식품이 나왔고, 동물실험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우리는 이전처럼 육식을 하고 동물실험을 계속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에 부딪힐 때 철학자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바탕에 깔린 기본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더 기본적인 원칙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제기되는 물음은 생명의 가치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생명은 어떤 가치를 띠는가? 예컨대, 고기를 얻으려고 가축을 죽이려다가 생명의 가치가 걸림돌이 되어 그만두는가?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될 대안이 있을 때, 생명의 가치가 마음에 걸려 그만두는가? 어떤 생명에 가치가 있을까? 나무와 풀에 있을까? 박테리아, 조개, 소 떼나 양 떼에 있을까?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있을까? 뇌를 심하게 다친 어른에게 있을까?
이 장에서는 생명의 가치에 관한 기본적인 의문 몇 가지를 다룬다. 모든 생명,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생명은 어떤 면에서 성스러운 것이라거나 덜 종교적인 표현으로 비할 데 없이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들부터 먼저 살펴보자. 수많은 철학자들은 생명을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석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주장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그중에서도 생명이 성스러운 것이라는 특별한 주장에 대하여, 이것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과연 옳은 말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실제로 생명은 성스러운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생명의 신성함이 무엇이기에 앞에서 예시한 극단의 예처럼 우리가 하려던 것을 못하게 하는지, 또 생명은 왜 성스러운가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우리는 두 번째 의문, 즉 무엇이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 다음에라야 첫 번째 의문, 즉 생명의 가치를 존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의 끝 부분에서는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주장에 대한 몇몇 반론을 살펴볼 것이다.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주장에 따르면, 하나하나의 생명은 모두 가치가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때 개개의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견해가 뒤집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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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가 그토록 비난한 양주楊朱는 누굽니까?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孟子(기원전 371~289)는 자신을 논쟁을 좋아하는 호변가好辯家라고 여기는 세간의 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제자 공도자公都子에게 “내가 어찌 논변을 좋아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두 번이나 변명했습니다. 맹자는 자신이 논변을 하는 이유로 두 사람을 꼽으면서 말했습니다.

 

양주楊朱와 묵자墨子(기원전 480?~390?, 이름은 적翟. 그의 행적은 분명하지 않습니다)의 이론이 전국시대에 가득 차 여론이 양주의 이론을 찬성하거나 묵자를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갔다. 양주는 위아爲我(이기주의)를 말하는데 이는 임금을 무시하는 것이고, 묵자는 겸애兼愛를 내세우는데 이는 자신의 아비를 무시하는 것이다. 자기 아비를 무시하고 임금을 무시하는 것은 금수禽獸나 하는 짓이다.

 

맹자는 양주楊朱(기원전 395-335)에 대해 “자신의 털 한 가닥을 뽑으면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해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극단적 이기주의자로 몰아붙였습니다. 맹자에 따르면 양주는 남을 위해 죽을 일이 전혀 없으며, 특히 나라나 임금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할 줄 몰라 무군無君의 무리라는 것입니다.

맹자가 그토록 비난한 양주의 생존 연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겸애설로 유명한 묵자와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에 생존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양주의 사상은 <맹자>, <장자>, <한비자> 등에 의하면, 이미 독립 학파를 이루고 묵가와 대립하여 활발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대의 중요한 사상의 발전을 평가하여 기술한 <장자>의 ‘천하天下’편과 <순자>의 ‘비십이자非十二子’편에는 양주 사상에 대한 언급이 없어 양주의 사상이 다른 사상으로 극복 혹은 통합되면서 자체의 학술적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양주 사상의 핵심은 극심한 사회적 위기의식 속에서 상호간의 불간섭주의와 개개인의 생명의 존엄과 온전함을 추구한 그의 경물중생輕物重生(삶을 중시)에 있습니다. 중생重生은 양주의 사상입니다. 맹자는 양주를 위아爲我, 즉 철저한 이기주의로 소개하고 있지만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책 <회남자淮南子>를 보면 그 사상의 핵심은 전생보진全生保眞입니다. “본성을 온전히 하고 천진함을 보전하며, 바깥의 사물 때문에 몸을 얽어매지 않으려는 것은 양자(양주)가 세워놓은 것이다.” <회남자>는 양주의 이론이 “겸애하고 능력 있는 자를 높이고 귀신을 존중하며 운명을 거부한” 묵자를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라 했고, 양주의 이론을 다시 맹자가 비판한다고 했습니다. 양주는 묵자가 지나치게 개인보다 공동체를 앞세우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런 이론을 세웠고, 맹자는 양주가 지나치게 개인을 중시한다고 보아 양주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므로 맹자의 입장에서는 양주 사상을 위아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한비자>에 따르면 “바깥의 사물을 가볍게 여기고 삶을 중시한輕物重生”는 것이 양주학파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 평가였습니다.

양주의 사상과 노자의 사상은 유사한 점이 있지만 다릅니다. 이름이나 재물보다 목숨을 더 중시하는 중생 사상은 같지만 양주는 본성에 따름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데 비해 노자는 자족하여 생명을 오래 보존하기를 원했습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맹춘기·본생’편에는 입이 달다고 하면 삼키고 쓰다고 하면 뱉는 것, 눈으로 보아 즐거우면 보고 괴로우면 보지 않는 것을 “본성에 이로우면 취하고 본성에 해로우면 버리는”, "본성을 온전히 하全性 도“라 했는데, 이런 도가 양주가 주장한 것입니다. 노자에게는 이런 분방함이 없습니다. 노자가 선택하는 것은 본성의 즐거움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정욕情欲’편에 있는 글은 양주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지름길이 됩니다.

 

하늘이 인간을 만들어내니 탐욕이 있고 욕구가 있게 되었다. 욕구에는 진정情이 있다. 진정에는 절도가 있다. 성인은 절도를 닦아서 욕구를 억제하여 진정만을 나타낸다. 진실로 귀가 모든 아름다운 소리五聲를 욕구하고, 눈이 모든 아름다움五色을 욕구하고, 입이 모든 좋은 맛을 욕구하는 것은 진정情이다. 이 세 가지는 귀인, 천인, 우민, 지식인, 현인, 저능인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욕구하는 것이다. 비록 신농神農, 황제黃帝라도 걸桀, 주紂와 똑같다. 성인이 다른 까닭은 그가 진정情을 얻은 점에 있다. 생명生命을 귀하게 보고서 행동하면 진정을 얻게 되고, 생명을 귀하게 보지 않고서 행동하면 진정을 잃게 된다. 이 두 사실이 사느냐 죽느냐. 있느냐 없어지느냐 하는 근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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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검은 사람은 신장이 허하다

 

 

“아이가 사흘이 멀다 하고 감기를 달고 다녀요. 소아과를 제 집 안방 드나들 듯하니까요. 그리고 요 근래는 조금만 뛰놀아도 땀에 흠뻑 젖고 무척 힘들어해요. 일 년 전에 한약이 좋다고 해서 용을 넣어 세 첩이나 먹였는데도 별 효과가 없지 뭐예요.”

여섯 살난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에게 아이의 잔병치례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면서 한 말입니다. 간기 증상을 구체적으로 묻자 어머니는 “아기 때는 감기에 걸리면 40도 가까이 열이 올라서 응금실에 간 적도 많아요. 그런데 점점 자라면서 열은 오르지 않는데 대신 기침을 해대요. 항아리에서 소리가 나듯 쿵쿵 울리는 기침을 해서 보기가 안쓰러워요. 코도 마르면서 된코가 많이 나오구요. 어제까지 계속 이비인후과에 다녔는데도 영 낫지를 않네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아이의 기침 증세는 낮보다 밤에 더 심하고, 어떤 감기로 시작했든 꼭 마지막에는 기침을 한다고 했습니다. 조성태는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체질적인 요인으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야수夜嗽로 판단했습니다. 야수는 해수咳嗽의 하나로 밤에 더 심해지는 기침을 말합니다. 신음腎陰이 부족하여 허화虛火가 폐肺에 영향을 주어 생깁니다. 밤이 되면 기침이 계속 나다가 새벽에는 덜해지며 입이 쓰고 옆구리가 아프며 입맛이 떨어집니다. 자음강화滋陰降火하는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이 아이의 피부색이 무척 검었는데, 이런 경우 병이 신장 쪽으로 오기가 쉽습니다.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변비의 경향이 있으며, 식은땀을 잘 흘립니다. 무서움을 아주 많이 타기도 합니다.

조성태는 아이에게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처방했습니다. 자음강화탕은 음허陰虛로 화火가 왕성해져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바닥에서 열이 나고 특히 오후에 열이 많이 나는 데 처방하는 약입니다.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해서 앉아 있을 때에도 늘 쪼그려 앉는 버릇이 있어요. 만사가 귀찮고 집안일도 손에 안 잡히고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없어요.”

피주에서 왔다는 35세의 송씨가 조성태에게 한 말입니다. 송씨의 피부는 무척 검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윤기가 없고 굵으며, 광대뼈가 나왔습니다. 첫눈에 매우 예민한 성격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송씨는 마음이 불안할 때면 술을 한두 잔 정도 마시는데, 그러고 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런 증세가 시작된 것이 4년 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늘 속이 답답하고 가슴 한가운데가 뭔가가 달려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만 서서 일하면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에 통증이 와요.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어깨가 눌리듯이 아플 때도 있구요.”

한의학에서 볼 때 여성의 피부가 검다는 건 신수기腎水氣(신장의 기운)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이런 증상은 모두 신장이 허할 때에 나타납니다. 한의서에는 신장이 허하면 마음이 공연히 초조하고 곧잘 무서움을 타며, 얼굴빛이 검고 기지개를 잘 켜며 아랫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또한 신장이 나쁠 때에는 뼛골이 아픈 골수통과 대변보기가 어렵고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조성태는 송씨의 증상을 신이 허해서, 즉 음이 부족해서 온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게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처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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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墨子의 사상은 공자孔子의 사상과 어떻게 다릅니까?

 

 

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인 묵자墨子 및 그의 후학인 묵가墨家의 설을 모은 <묵자墨子>가 현존합니다. 유가가 봉건제도를 이상으로 하고 예악禮樂을 기조로 하는 혈연사회의 윤리임에 대하여, 오히려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지향하여 실리적인 지역사회의 단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묵자>는 53편이라고 하나, <한서漢書>지志에는 71편으로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성립된 건 한漢나라의 초기까지 내려간다고 추정됩니다. 그 내용은 다방면에 걸쳤으나, 중심이 되는 것은 상현尙賢, 상동尙同, 겸애兼愛, 비공非攻, 절용節用, 절장節葬, 천지天志, 명귀明鬼, 비악非樂, 비명非命의 10론十論을 풀이한 23편입니다.

겸애兼愛란 사람은 자신自身 자가自家 자국自國을 사랑하듯이 타인他人 타가他家 타국他國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비공론非攻論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유가儒家의 인仁이 똑같이 사랑愛을 주의主意로 삼으면서도 존비친소尊卑親疎의 구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데 반해, 겸애는 무차별의 사랑인 점이 다르고, 또한 사랑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이윽고 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겸애교리兼愛交利를 풀이한 것입니다. 절용節用은 사치를 삼가고 생산에 힘쓰며 소비를 줄이라고 설파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라는 절장론節葬論과 음악音樂을 허식이라 하여 물리치는 비악론非樂論으로 전개됩니다.

공자孔子(기원전 551-479)가 춘추시대 말기의 사상가인데 비해 묵자墨子(기원전 480?~390?, 이름은 적翟. 그의 행적은 분명하지 않습니다)는 전국시대(기원전 475-221) 초기의 사상가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적 변화를 공자와 묵자 모두 사회적 위기로 보았습니다. 공자는 당대를 천하무도天下無道로 보았고, 묵자는 불인不仁, 불의不義의 이기적, 파멸적 사회로 보았습니다. 공자가 서주西周 이래의 예禮, 악樂 등에 나타난 귀족지배층의 통치인 덕치德治 이념을 통해 회복維新하려고 노력한 데 반해 묵자는 귀족지배층의 예禮와 악樂을 철저히 부정하고 유가儒家의 덕치德治 이념 대신에,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만민의 철저한 공동적 연대와 그를 통한 상호 이익의 증진 속에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묵자가 바라본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생산활동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일반 백성이 기본적으로 삼환三患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삼환이란 “배고픈 자가 먹지 못하고, 추운 자가 옷을 입지 못하며, 노역하는 자가 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묵자는 삼환을 해결하기 위해 겸상애兼相愛, 교상리交相利를 주장했습니다. 묵자는 모든 구성원들 상호간의 사랑인 겸상애兼相愛와, 아울러 상호간의 물질적 이익 증대를 뜻하는 교상리交相利를 통해서 사회적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간단히 말해 공자가 통치자 계층의 도덕성 제고에 관심을 가졌다면, 묵자는 피통치자 계층의 민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민생의 해결이라는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 묵자는 한가한 예술적 정서, 즉 악樂의 추구보다는 만민이 생산에 종사할 것을 역설했습니다. 묵자 사상의 특유함은 인간의 본질을 노동하는 존재로 본 것입니다. 묵자가 말한 의義는 만민이 노동을 통해 자기소유를 확보하고 서로 물질적 이익을 도와주는, 즉 만민 평등의 겸상애兼相愛의 관점에서 서로가 물질적으로 돕고 사는 교상리交相利의 현실적 실현에 있었던 것입니다. 묵자는 나아가서 인간의 운명론을 배격하고,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가 천명天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노력 여하, 즉 강强, 불강不强의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자기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써야强 한다면서 인간의 실천적 노력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의해 사회구성에 항구적인 제도가 결여된 과도기적인 춘추전국시대에 만민 평등의 공리주의와 현자賢者 독재론을 표방한 묵가의 학설은 유가의 학설과 대항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과도기가 끝나고 진한秦漢 이래로 토지사유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 관료계층의 엄격한 가부장적 신분사회로 정착되면서 사회의 상하계층적 차별을 무시하고 만민공동의 공리를 주장하는 묵가의 학설은 그 기반을 잃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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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붉은 사람은 광대뼈 부위에 홍조가 생기거나 눈병이 잘 생긴다

 

 

독일에서 유학한다는 조씨는 집에 잠시 다니러왔다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의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그는 얼굴이 붉은 편이었는데, 광대뼈 부위에 주홍색 크레파스를 칠해놓은 것처럼 유난히 홍조를 띠고 있었습니다. 조성태가 광대뼈 부위에 홍조를 띠는 건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표시라고 말하자 “어머,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혈색도 좋고 예쁘다고 하던데요” 하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조성태는 광대뼈 부위의 홍조만으로도 환자가 신혼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결혼한 지 8개월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환자는 “뭐 특별히 아프다기보다는, 신경만 쓰면 뒷머리가 한쪽으로 흔들리면서 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어떨 땐 종이 하나 들어있나 싶을 정도죠. 그리고 항문이 자꾸 작아지는 병이라는데 독일에 있는 병원에선 수술을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이국땅에서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서 약만 먹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현재의 상태를 묻자 “아주 피곤하다 싶을 때에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요. 항문이 따끔거린다든지 굵은 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온다든지 하는 ... 아참, 그리고 땀을 무척 많이 흘려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성태는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성생활을 자제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조씨가 성생활을 지나치게 해서 음허화동陰虛火動에 의한 갖가지 증상들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음허화동이란 몸에 음기陰氣가 부족하여 열과 땀이 심하고 식욕이 줄며 기력이 쇠약하여지는 현상으로 쉽게 화를 내고, 얼굴이 붉어지며, 입이 마르고, 성욕이 병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조씨에게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처방했습니다. 자음강화탕은 음허陰虛로 화火가 왕성해져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바닥에서 열이 나고 특히 오후에 열이 많이 나는 데 처방하거나 폐결핵의 한 증세로 건담乾痰, 객담喀痰이 적으나 끈끈하고, 피부는 검고 마르며 대변이 딱딱하고 마른 데, 급만성기관지염, 신장결핵 등에도 처방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까 신경 쓸 일도 많고 몸이 무척 피곤해요. 그래서 그런지 짜증을 잘 부리는 편이죠. 또 말을 많이 하니까 입이 잘 마르고, 더운 데를 못 들어갈 정도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51세의 이씨의 직업은 바라춤과 나비춤 등 불교 의식 무용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조성태가 열이 후끈 달아올랐다가 식으면서 땀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2년 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무대 분장을 해도 피부가 건조해져서 화장이 잘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잘 충혈된다고 호소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눈병을 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조성태는 이씨의 증세를 심화心火오 인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는 이씨에게 원래 잘 불안해하고 여유가 없는 편이냐고 묻자 “맞아요, 항상 불안해하는 편이고 상대방이 내 단점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 초조할 때도 있구요. 아무튼 절 돼도 불안하고 못돼도 불안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성태는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 데서 온 병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면 심장이 상하고, 그로 인해 입술이 잘 마릅니다. 또 심장이 좋지 않으면 화도 잘 내지만 웃기도 잘 하면서 감정의 변화가 심해집니다.

이씨의 눈썹과 눈썹 사이의 인당印堂 부위에 붉게 무엇인가 나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서 생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미두兩眉頭의 연결선 중점에 위치한 인당을 한의사들은 폐부질환肺部疾患을 살핍니다. 그는 이씨에게 심화를 꺼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을 처방했습니다. 청심온담탕은 여러 가지 간질癎疾을 치료하는데, 간기肝氣를 고르게 하고 울증鬱症을 풀어주며, 화火를 내리고 담痰을 삭히며, 심혈心血을 보해주는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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